대기업 농업진출 새 이름 ‘스마트팜 혁신밸리’
대기업 농업진출 새 이름 ‘스마트팜 혁신밸리’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8.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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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 반발…농업계 4대강 사업 전락 우려
“수출용 생산” vs “남은 농산물 결국 내수용”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농식품부]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의 농업혁신 방안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농민단체에서는 과거 대기업 농업진출 시도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를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지역으로 선정하고 농업분야 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연말까지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4곳을 선정하게 되는데, 한 곳당 4년 동안 총 18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앞서 4월 농식품부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전국에 혁신밸리 4개소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시·도를 대상으로 혁신밸리 대상지역을 공모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서면, 현장 등 3단계 평가를 거쳐 이번 2개 대상지를 확정했다.

혁신밸리로 선정된 지역에는 청년 교육과 취・창업을 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 초기 투자부담 없이 적정 임대료만 내고 스마트팜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기업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해보는 실증단지가 핵심 시설로 조성된다.

이와 함께 원예단지기반 조성, 산지유통시설, 농촌 주거여건 개선 등과 관련한 농식품부 또는 지자체 자체 사업이 연계사업 형태로 패키지 지원될 예정이다.

스마트팜 육성은 농업분야 4차 산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정책과제 중 하나다. 특히 혁신밸리 내 보육센터, 임대농장을 통해 청년이 농업에 유입되는 구조를 만들고 실증단지에서 외국 기자재 기업에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산업 인프라를 개선해 농업과 전후방 산업 간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농업계에는 과거 대기업 농업진출의 ‘악몽’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강원도와 춘천시, 제주도 등 몇몇 농민단체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대기업 농업진출의 발판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의 뒷받침으로 생산된 농산물과 소농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경쟁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성명을 통해 혁신밸리 조성사업은 농업계 4대강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전농 제주도연맹과 전여농 제주도연합은 혁신밸리 조성지역이 선정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농 유입이라는 실익보다 농업관련 시설사업자와 기업농만 재미를 보게 될 것”이라며 혁신밸리 조성사업과 JDC 첨단농식품단지 조성 사업 철회를 위한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 8개 시·도가 경합을 벌인 상반기 혁신밸리 대상지 공모에 제주도는 JDC, 제주대학교, 새생산자단체 등이 사업 추진단을 꾸려 공모사업 유치활동을 적극 펼쳤지만 공모에서 탈락했다.

농민단체가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을 대기업 농업진출 시도로 해석하는 배경에는 지난 2013년 동부 팜한농이 지으려면 화성 화옹간척지 유리온실과 2016년 LG CNS가 새만금에 시도했던 스마트팜이 있다.

소농 위주인 우리 농업계에서 거대 자본이 필요한 스마트팜의 도입은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스마트팜을 통한 ‘농업의 규모화’는 당연히 대기업이 농업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는 명분이 된다.

어쨌든 농식품부는 이번에 혁신밸리 조성지로 선정된 지자체가 제출하는 기본계획을 검토해 금년 말까지 승인할 계획이다. 내년 초부터 핵심시설(보육센터, 임대농장, 실증단지) 조성과 연계사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하지만 수출이 안 되는 농산물을 결국 내수용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첨단 기술로 대량생산된 농산물과 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이 과연 경쟁이 되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