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활성화…우리 농업에 득일까?
IT 활성화…우리 농업에 득일까?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8.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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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설정-미국 수수료 교환 의혹 ‘솔솔’
농산물 수출 암초 제거…IT설정 ‘적격’
일본 수출장벽 낮췄지만 수출 조건 빡빡
IT설정 조건 대만은 달라도 너무 달라
수입농산물 범람 우려↑…농업피해 ‘안돼
“각국 IT설정 기준 설명. 알맹이 빠진 심포지엄. 굳이 심포지엄을 통해 다룰 내용 아니야”
지난 8일 열린  ‘수출농산물 수입국 잔류허용기준 설정 활성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수출농산물 수입국 잔류허용기준 설정 활성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통칭 IT(Import Tolerance)로 불리는 ‘수입국 잔류허용기준’ 설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IT는 잔류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을 그 나라의 평가 절차에 따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각국마다 IT설정이 활성화되면 잔류 성분 초과로 인한 통관금지 사례가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IT설정의 확대가 시급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원장 이용범)은 지난 8~9일 양일간 ‘수출농산물 수입국 잔류허용기준 설정 활성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효율적인 시험 수행 및 등록 절차 등을 논의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농과원이 주최하고 대구대학교 및 ILSI KOREA가 주관했다.
 
이용범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자리를 통해 주요 수출대상국의 안전기준에 맞는 농산물 생산과 신속한 IT설정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일차에는 ‘나라별 잔류허용기준 규정과 IT 설정 방법’을 주제로 ▲농산물 수출 지원을 위한 국내 IT 설정 사례 및 활성화 방안 ▲미국 EPA 농약잔류허용기준 규정 및 IT 설정 방법 ▲일본의 PLS 시스템 운영 및 IT 설정 방법과 규정 ▲대만의 잔류허용기준과 규정 ▲한국의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스템 소개 및 IT 설정 방법 규정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수출장벽 낮췄지만 조건 빡빡
첫 번째 발표의 연사로 나선 토쿠노리 유코타 일본작물협회 본부장은 일본의 식량자급률 문제를 지적하며 서두를 열었다. 그는 “일본은 식량자급률은 40%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낮다”며 “100%를 훌쩍 넘는 미국, 프랑스, 호주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농산물 수입에 의존해 국내 식량 수급량을 맞추고 있다. 토쿠노리 본부장에 따르면 일본의 수입액은 65조6576억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농식품 수입에 문제가 발생하면 식량 수급에 타격을 입게 된다.
 
토쿠노리 본부장은 “일본은 많은 식품을 수입하는 국가”라며 “무역장벽을 크게 낮췄다. 식품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 일본에는 큰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규정은 간단치만은 않다. 생산량에 따라 면적별 농작물을 구분해 포장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생산량이 30만톤 이상인 농작물은 6건 이상의 포장검사를 거쳐야 한다. 그 이하의 중·소면적 재배 작물도 3건 이상의 포장검사를 받아야 해 기준이 다소 빡빡한 편에 속한다.
 
더욱이 Codex의 기준과 달리 일본은 아보카도, 복숭아 등에서 껍질뿐만 아닌 씨 또한 검출 검사 부위로 규정해 수입 농산물 안전 검사를 엄격히 하고 있다. 이에 분석 부위가 다를 경우 기준을 충족한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MRL 설정은 불가하다.
 
대만, IT 설정 기준 특이
대만은 앞서 설명이 이뤄진 나라와는 구분되는 점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MRL을 정부부처에서 설정하는 타국과 달리 대만은 보건복지부 산하 학계 및 정부 측 인사가 참여한 자문위원회의 공식적인 허가가 필요하다.
 
첸루헝 International Life Sciences Institute 대표는 “IT설정은 보건복지부 자문위원회 결정에 따른다”며 “자문위원회는 실질적·행정적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또 IT설정 신청 시 필요한 제출 서류도 특이하다. 수출 작물이 신체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자료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자료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수출 대상국이 아닌 타국에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라는 조건이 붙는다.
 
첸루헝 대표는 “대만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다른 규정이 많다”며 “IT설정 신청 시 이러한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알맹이 빠진 발표

‘나라별 잔류허용기준 규정과 IT 설정 방법’을 주제로 진행된 1일차 발표를 두고 현장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IT설정을 위한 협력 방안 논의가 아닌 각국의 IT설정에 대한 규정 발표만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참석자는 “단순히 각국의 IT 설정 규정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굳이 심포지엄을 열면서까지 다룰 필요는 없는 내용”이라며 “알맹이가 빠진 발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번 1일차 세션에서는 각국의 IT 설정 전문가들을 초빙하고도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아닌 각국의 IT기준에 대한 설명에 그쳤다.
 
이와 관련 농진청 관계자는 “3일차 각국에서 초빙한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나라별 농약안전관리 규정 및 농촌진흥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IT설정 실무자들이 다수 참석한 심포지엄에서 협력 방안을 주제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농업계 IT설정…시장 개방 우려 ‘커’
한편 IT설정을 바라보는 농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IT가 활성화 되면 국내로 값싼 수입 농산물이 우후죽순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PLS시행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농산물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PLS를 반대하는 농업계를 달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IT설정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IT관련 전문가는 “PLS가 시행되고 나면 농산물 수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IT설정이 이뤄지면 수입 농산물이 다시 이전과 같이 쉬워질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IT설정이 협상의 조건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환의 형식은 국가간 협상의 보편적 방식이다. 지난 2014년 정부는 한-베트남 FTA체결 당시 농업을 내주고 서비스 및 제조업 관세철폐를 이뤄낸 바 있다. 결국 IT설정을 통해 필요한 조건을 하나씩 주고받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농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IT설정 시 수수료를 두고 이를 정부차원에서 국내 IT를 교환의 조건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현행 미국 IT신청 수수료는 등록되지 않은 농약이면 3억6000만원 가량 한번 등록된 농약은 7000만원 정도가 필요해 일반 수출 업체에서 신청하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이를 국내 IT설정으로 미국과 협상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미국의 수수료와 국내 IT설정을 교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이번 심포지엄을 두고 값싼 수입 농산물 수입이 막힐까 PLS시행에 우려를 표하는 식품산업계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돼 농업을 희생시켜 타 산업을 살리려 한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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