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입에 넣는 것도, 망자의 입속에 넣는 것도 ‘쌀’
태어나 입에 넣는 것도, 망자의 입속에 넣는 것도 ‘쌀’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08.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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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8월18일 ‘쌀의날’ 기념 가치 되새겨
‘우리쌀을 부탁해! 콘서트 열어 가치.소중함 전파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요람에서 무덤까지 한국인은 밥과 함께 삶을 시작하고 밥으로 삶을 마무리했다.

아이가 태어나는 장소에는 볏짚을 깔았고, 인간이 어미의 품에서 떨어져 최초로 입에 넣는 것이 미음이며, 생을 마감한 망자의 입속에 넣어주는 것도 한술의 쌀이었다.

쌀밥이 우리 민족의 주식이라고 해서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삼국시대 이후 쌀밥은 권력의 상징이자 권력자들의 주식이었다. 권력을 가진 귀족계급이나 왕족은 식생활에서도 특권을 차지해 쌀을 주식으로 즐길 수 있었지만 일반 백성들의 주식은 잡곡이었다. 이런 현상은 1960년대까지 지속되어 흰 쌀밥은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최근에는 쌀밥이 더 이상 열망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권 다툼이나 욕망 추구를 ‘밥그릇 싸움’이나 ‘밥그릇 챙기기’라고 일컬으며 여전히 권력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밥은 하늘로 표현되기도 했다. 동학의 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 선생은 밥은 하늘(한울)이다’라며 천지의 젖인 밥은 나누는 것이고, 함께 먹는 것이고,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시는 것이라고 했다. 천도교 교리에서 사람이 곧 한울님이며 만물이 모두 한울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에 비추어보아 밥을 한울이라고 한 것은 밥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긴 것인지 알 수 있다.

8월 18일은 올해로 4번째 맞이하는 ‘쌀의 날’이다. 쌀 미(米)를 八十八로 풀이하여 쌀을 생산하려면 여든여덟(八十八)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지정된 날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번 쌀의 날을 기념하여 지난 16일 저녁 신촌에서 ‘우리쌀을 부탁해! 콘서트’를 진행하며 시민들과 함께 쌀의 가치를 공유하고 쌀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일본에도 ‘쌀의 날’이 있다. 1978년 일본의 농협인 전농의 농협미곡대책본부는 한국의 쌀의 날처럼 쌀 미(米)자를 파자하여 88번의 품이 든다고 하여 매월 8일을 쌀의 날로 정했다. 쌀을 재료로 하는 화장품 회사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고시히카리 쌀을 증정하기도 하고 자동차회사에서 내방객들에게 소포장 쌀을 나눠주는 등 쌀의 날 이슈도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1년부터 9월이 전국 쌀의 달(National Rice Month)로 지정되어 있다. 쌀의 달에는 자국산 쌀의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접점의 광고, 홍보, 마케팅이 집중되고 있다.

쌀의 날을 맞아 우리 민족에게 생명의 원천이나 다름없는 쌀이 주는 의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례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여든여덟 번의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농민의 손길을 기억하며 쌀의 가치를 되새기고 농업인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우리 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농업신문-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