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임상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원장
파워인터뷰-임상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원장
  • 염미화 moviebest1@newsfarm.co.kr
  • 승인 2014.01.22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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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식량작물’ 개발로 ‘신성장동력’ 싹틔워
첨단기술 융·복합해 품종·재배기술·산업 소재화 연구

“먹는 농업서 생명농업으로…‘고부가가치화’에 최선”

1962년에 설립돼 과거 1970년대 ‘통일벼’ 개발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염원이었던 쌀의 자급자족을 이뤄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농촌진흥청 소속기관인 ‘국립식량과학원’(이하 식량원).

이 곳에서는 우리 주식인 쌀을 비롯해 밀, 보리, 콩, 옥수수, 감자와 고구마, 참깨, 잡곡 등에 첨단기술을 융복합해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 그리고 생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산업 소재화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임상종 국립식량과학원 원장은 “우리 농업은 전통적인 먹는 농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는 농업, 관광농업, 생명농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지금까지의 농업이 생명창고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면 미래의 농업은 식량안보는 물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원장을 통해 우리 생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쌀 산업 전반에 대해 알아보고 다변화하는 세계 농업 속에서 우리 경쟁력은 무엇인지, 또 앞으로 국립식량원의 계획 등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임상종 원장과의 일문일답.


- 식량원의 지금까지 성과 및 업적이 있다면.

“우리 통일벼는 다수확 쌀 품종으로 열대지역에 재배되는 인디카 벼 품종에 온대지역인 우리가 주로 재배하는 자포니카 벼 품종을 교배해서 수량을 40%정도 증수시킨 녹색혁명의 대명사입니다. 이 성과는 우리나라 반세기 과학기술 10대 성과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쌀 소비의 다양화 및 가공이용 확대를 위해 쌀가루용 쌀의 종류와 특성을 구명하고 쌀가루 제조기술을 개발했으며 국내산 ‘백호보리’ 100%로 만든 프리미엄 제주맥주 개발을 통해 국산 보리산업의 새로운 실용화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새싹보리에서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생활 습관병을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는 폴리코사놀과 사포나린으로 알려진 기능성 성분들이 다량 함유된 것을 밝혀냈고 바이오에너지용 억새인 ‘거대 1호’ 시범단지 148ha를 완성, 이를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시험공장을 완공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수수보다 항산화 활성이 1.5∼2.5배 높은 새 품종 메수수 ‘동안메’를 개발해 식물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가공식품 제조에도 적합한 ‘동안메’는 민간업체에 가공기술 이전을 완료해 ‘수수국수’를 비롯해 ‘바람떡’, ‘가래떡’, ‘떡볶이떡’ 등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국산 콩 생산량의 지속적인 감소로 자급률제고가 시급한 가운데 기계화 적응품종 ‘우람’을 개발해 보급했습니다. 주산지 중심으로 선도단지를 조성하고 현장실증으로 생산성과 농가소득을 높여 국산콩 생산기반을 구축했습니다.”


- 다양한 쌀 소비 형태를 위해 개발된 벼 품종이 있다면.

“저희 식량원에서는 쌀의 소비 형태를 다양하게 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식량자급율을 높이는 한편,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몇 가지 기능성 쌀을 개발했습니다.

우선 ‘하이아미’라는 품종은 라이신, 시스티딘 등 필수 아미노산이 일반쌀에 비해 20∼30%나 많이 함유돼 있어 발육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좋은 쌀입니다. 현재 학교 급식용으로 추천돼 김포, 청원, 원주 등의 학교에서 하이아미로 지은 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쌀눈이 일반벼에 비해 약 3배 정도 커서 가바, 칼슘,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 ‘눈큰흑찰’을 개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식량원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개발한 쌀도 있습니다. 지난해 개발된 ‘건양 2호’는 일반 벼보다 소화성 단백질인 글루텔린을 10% 이상 낮춰 소화부담이 없으며 밥이 부드럽고 찰기가 높아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알맞습니다.

또한 다이어트 쌀 품종 ‘고아미2.3호’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억제해 위염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조생흑찰’과 초밥용 ‘호품’, 쌀빵용 ‘보람찬’, 주정용 ‘설갱’ 등 가공 용도별 적합 품종을 다양하게 선발했습니다.”


- 식량원에서 개발, 판매중인 쌀 가공품이 있다면.

“식량원에서는 2010년 ‘보람찬’이라는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기술을 보급하고 있는데요. ‘보람찬’은 반죽이 쉽고, 수분을 오래 보유하는 특성이 있어 빵과 과자로 만들었을 때 맛과 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쌀입니다.

특히 ‘보람찬’은 다른 쌀 품종보다 동일 면적당 25%정도 더 많이 생산돼 쌀 가공품의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매우 좋습니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각김밥, 무균포장밥 등의 시장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이에 햇반 등 즉석밥에 가장 알맞은 벼 품종 ‘주안벼’를 육성해 산업체에 기술 이전한 바도 있습니다.

술 만드는 데 적합한 쌀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대표적인 품종이 ‘설갱’인데, 이 품종은 전통주 전용품종으로 현재 총 7개 제품에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설갱’이 가장 우수한 품종으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쌀쌈이나 쌀파스타를 만들기에 좋은 ‘미면’, 수량 많고 쫄깃한 면발 제조에 알맞은 ‘팔방미’ 등을 개발하는 등 쌀 가공품에 알맞은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식량원의 대책은.

“최근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 때문에 작물의 재배 지도까지 바뀌고 있는데요. 식량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이상기후에 잘 견디고 병해충에 강하며, 품질이 우수한 기후변화대응 식량작물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가뭄, 고온, 일조부족, 폭우, 바람 등 이상기상이 작물의 생육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경감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새롭게 발생하는 병에 대한 저항성 품종도 속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부지역에 많이 발생하는 벼 흰잎마름병에 변종이 생겼는데 이 병에 강한 ‘진백벼’를 개발하는 등 다수의 품종들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1년에 한번 재배되는 옥수수를 두 번 생산하는 기술이라든지 벼를 재배하고 나서 밀을 안정적으로 재배하는 기술, 쌀을 재배한 후 하파귀리와 호밀을 이어서 재배하는 삼모작 재배기술 등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재배적지와 표준기술을 재검토해 식량 작물 수급 불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우리 농업만의 경쟁력을 꼽으라면.

“우리나라 농업의 기술적인 부분은 세계적인 수준에 뒤지지 않습니다. 식량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도 시스템 부분, 특히 육종(育種)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생물의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것을 말하는데 식량원의 육종 시스템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자부합니다.

육종 시스템의 가장 큰 성과는 과거 약 20~30년 걸릴 품종 개발 기간을 5~10년으로 단축시켜줬다는 것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고 농촌진흥청이 추진 중인 골든 씨드 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역시 육종 시스템이 있기에 그 시작이 가능했습니다.

골든 씨드프로젝트를 위해 식량과학원이 조직한 식량종자사업단에서는 벼와 옥수수, 감자 등 대표 작물의 수출을 목적으로 한 종자 개발에 매진 중입니다. 우리의 품종을 캄보디아나 태국, 필리핀 등의 품종과 접목해 수출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지에서 종자를 만들어 해당 국가에 판매할 수도 있고 우리나라 수확량에 따라 국내로 들여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식량원에서는 돈 버는 농업, 소득이 높은 농업을 위해 1차 생산물의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농가에서 가공을 통해 소득을 배가 시키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쌀 1kg은 2000원입니다만 현미발아를 하면 3배의 소득을 올리고 이것을 미숫가루나 떡국용으로 가공하면 9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관광과 연계해 식량작물의 6차산업화 기반기술 및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2014년도 중점 사업은 무엇인지.

“앞으로 식량원에서는 달라진 식문화 패턴에 맞춘 다양한 연구 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연구 결과물이 도출될 때마다 기술 지원과 상품화에 앞장설 것입니다. 수익성이 보장돼야 식량 자급률이 높아지고, 이는 농업 기반 유지의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식량원은 첫째,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하는데 필요한 기술은 환경과 수요 변화를 예측해서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데 남는 쌀로 수입밀을 대체하는 기술이라든지 수입 사료를 대체하는 기술들도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종자 개발 및 생산성 향상 연구를 중점 추진할 계획입니다.

둘째, FTA 등 국내외 농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한 먹거리 생산기술과 품질 고급화 등 차별화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그래서 주위 일본, 중국의 상류층을 겨냥한 수출 농업에 식량 생산 분야도 적극 나서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골든씨드프로젝트’ 우리나라의 우수 육종기술을 이용해서 개발도상국에 종자 수출에 대한 연구도 올해부터 추진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기능성이 우수한 고부가가치 작물이나 농산물을 이용한 산업화가 가능한 신소재 개발이라든지, 저탄소녹색성장 시대에 맞는 친환경 대체 에너지 작물을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과의 융복합화를 통해 미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