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농가 휴지기제 초가삼간 다 태울라
오리농가 휴지기제 초가삼간 다 태울라
  • 황보준엽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9.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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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제한기간 4개월로…일선 복귀 빠르게
이개호 장관, “지적 사항 동감 대책 마련”
지자체장 명령권 남발 농식품부 대책 ‘고심’

휴지기 보상금 1마리 510원…농가 ‘어림없어’
농가, 휴지기제 AI예방 대책 최종 방안 아니길
지난 14일 열린 ‘오리농가 휴지기제,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주제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경대수, 이완영 국회의원, 김만섭 오리협회장.
지난 14일 열린 ‘오리농가 휴지기제,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주제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경대수, 이완영 국회의원, 김만섭 오리협회장.

(한국농업신문=황보준엽 기자)오리휴지기제의 시행을 2개여월 앞두고 오리업계는 휴지기제를 지탄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오리농가 휴지기제,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대책의 마련 없이 졸속 시행된다면 지난해와 같은 피해를 초래한다며 휴지기의 손질을 촉구했다.

정부 측 통감하고 동감해
정부 측 인사로 나선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경대수, 이완영 국회의원, 송태복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 황성철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등도 이들의 지적에 동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휴지기의 세부적인 사항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오리업계는 사육제한기간과 사육제한 명령기준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내 오리휴지기제에 따른 사육제한 기간은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이다. 오리업계는 5개월의 사육제한 기간과 입식제한 기간까지 포함한다면 6개월 이상은 농가 운영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유로 사육제한기간을 4개월로 감축해 휴지기 후 빠른 기일 내 오리농가가 일선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특별방역기간을 임의로 정한다는 것은 가금산업을 말살하는 것”이라며 “AI가 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5개월을 유지하는 것은 가금산업 말살정책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회장은 AI가 발생할 때는 특방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며 AI 발생 시 축산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예방을 위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개호 장관은 “4개월로 줄이는 것도 좋지만 AI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AI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범위 내 최소한의 기간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휴지기 손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명령권 남발 우려 대책 마련하라
가축전염벙 예방법의 개정으로 사육제한 및 이동제한의 명령권을 농식품부와 더불어 지자체장 또한 가지게 돼 농가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그간 농식품부 장관만 가능했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시·도지사 및 특별자치시장도 할 수 있게 된 것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명령권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문 회장은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남발되면 출하가 중단되고 적체상태가 이어져 상품가치 하락의 우려가 있다”며 “더욱이 과밀사육에 따른 질병 발생과 폐사 손실 증가로 사육수수료 지급 등 손실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개호 장관은 일시이동중지명령의 명령권자 확대로 인한 우려를 파악하고 있다며 농식품부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장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시·도지사 등 지자체장이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리기 전 농식품부에 보고토록 해 지자체의 명령권 남용을 막겠다는 계획을 논의 중에 있다.
 
보상금 현실화 반드시
이처럼 대안 마련을 하라는 요구에 정부측이 수용의 뜻을 밝히자 오리업계는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오리업계에서는 여전히 휴지기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만족을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만섭 오리협회장은 “언제까지 AI를 오리휴지기제로 막으려고 할지는 모르다. 사실상 오리휴지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그래도 시행을 할 것이라면 보상금이라도 적절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오리휴지기제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라며 “근데 왜 농가에서 피해를 보면서 휴지기에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상금을 반드시 현실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해 휴지기 참여 농가에 지급된 마리당 보상금은 충북·전북 510원으로 오리협회의 거센 반발을 받은 바 있다.
 
계열사 함께 죽어
계열사 측도 휴지기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휴지기제는 오리시장을 거꾸러뜨리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문순금 다솔 대표는 “오리휴지기제로 인해 마릿수가 감소해 가격이 큰폭으로 올랐다”며 “결국 농가와 계열사 양측 모두를 어렵게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오리산업은 지난 2011년 생산액 1조4000억원을 달성하며 고공행진했으나 2016년 9000억원대 시장으로 주저앉으며 수렁에 빠졌다. 그러나 최근 소비량 및 생산액이 꾸준한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오리산업은 다시금 장밋빛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다만 이들의 주장대로 휴지기로 인해 육용오리 생산이 감소하게 되면 오리산업의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가격의 등락폭이 커 농가나 계열사, 소비처에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오리 가격은 휴지기제 시행 여파로 전년동기보다 20.8% 상승한 9400원/3kg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달 상황은 반전됐다. 휴지기제에 따른 오리 입식 증가 여파가 미치며 전년 대비 19.2% 하락한 6456원에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한달만에 3000원가량 가격이 감소했다.
 
문순금 대표는 “입식제한으로 수급불균형이 오면 고용불안, 농가소득 감소 등 문제가 발생한다”며 “실제로 오리 전문식당에서는 업종을 변경하기도 했다. 소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용옥 예진농장 대표는 “오리농가는 보상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스스로 소득을 발생시키길 원한다”며 “휴지기는 오라산업을 쇠퇴시키는 제도다. 휴지기제가 AI예방 대책의 최종 방안이 아니길 바란다”고 소리냈다.
 
하지만 이개호 장관은 휴지기제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농식품부와 오리업계간 제도의 철폐를 두고 잡음이 강하게 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계적 대응…농가 멍들어
한편 이번 좌담회에서는 AI대응과 관련해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기계적 대응에 대한 질타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영암에서 왔다는 한 농장주는 “농장이 AI가 번지는 경로에 위치하고 있어 누가 봐도 위험지역이었다”며 “그래서 살처분하려고 농식품부에 전화해보니 지자체 관할이라는 답을 받아 지자체에 문의했으나 법적 근거인 500m가 아닌 600m에 농장이 위치해 있다며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농장에 AI발생해 오리를 8개월을 키우지 못했다”며 “돌아온 것은 생계안정지원금이라는 300만원이 전부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