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품질 쌀 기준에 밥맛을 빼서는 안된다
[사설] 고품질 쌀 기준에 밥맛을 빼서는 안된다
  • 편집국 기자 hbjy@newsfarm.co.kr
  • 승인 2018.09.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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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난 개정된 쌀 등급표시제가 내달 14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된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은 쌀 등급표시에서 등급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에 표시하는 미검사를 삭제했다. 표시등급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으면 ‘등외’로 표시해야 한다.
 
그동안 쌀 등급 표시방법은 ‘특·상·보통·미검사’를 모두 나열한 후 해당등급에 표시를 했지만, 개정된 표시사항은 ‘특·상·보통 또는 등외’중 의무적으로 하나의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이에 70%에 달하던 쌀 등급 중 ‘미검사’로 표시해 유통하던 쌀은 이날부터 유통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고품질 쌀 유통 및 소비자 알권리 보장과 양곡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도입된 쌀 등급제는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지난 2011년 11월 처음 도입될 때는 쌀 포장지에 생산자·생산지 정보 외에 쌀 등급과 단백질 함량을 표시토록 했다. 단백질 함량을 표시함으로써 밥맛이 좋은 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개정된 등급제는 시대를 역행하는 절름발이 등급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품위를 결정하는 등급을 단순화하면서 미검사를 삭제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생산자와 소비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함량을 의무에서 임의표시 형식으로 완화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임의표시 형식으로 단백질 함량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지만 보편타당한 품질 확인방법을 완화한 것은 누구를 위한 완화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밥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도정 후 2주가 지나지 않은 쌀로 지은 밥은 적당한 수분함량으로 밥맛이 좋다. 햅쌀이 묵은쌀보다 밥맛이 좋은 이유도 수분이 많고 점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쌀의 구매 용량도 큰 포장보다는 금방 먹을 수 있는 소포장 단위 포장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지표는 단백질 함량이다. 단백질 함량은 질소질 비료를 많이 쓸수록 높아진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밥으로 조리하면 밥이 금세 굳어 밥맛이 떨어진다. 따라서 쌀 적정생산과 밥맛 좋은 쌀로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질소질 비료를 적게 주어야 한다. 밥맛을 객관화 할 수 있는 단백질 함량 표시의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