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떨어지는’ 수확기…농가 시름 깊어
쌀값 ‘떨어지는’ 수확기…농가 시름 깊어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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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키로 6만8천원 조벼, 달 바뀌기도 전 6천원이나 하락
농경연, 올해 쌀 생산량 385만톤…‘사상 최저’ 작년보다 감소

벼 재배면적 감소·기상 악화 탓 작황 부진 원인

쌀값 겨우 회복됐지만 47% 오른 생산비 만회 요원

정부 벼 방출과 산지쌀값 상승세 추이
정부 벼 방출과 산지쌀값 상승세 추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본격적인 신곡 수확기에 들어선 가운데 쌀값이 예년에 비해선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옴에 따라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여름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기억이 각인된 소비자들에게 쌀이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지난 1일 올해 벼 생산량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어 수확기인 10월부터 12월까지 쌀값이 예년에 비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예측되는 쌀 생산량은 383만~387만톤. 지난해(397만톤)보다 2.7~3.6% 감소한 수치다. 농경연은 재배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벼 재배면적은 지난해 75만5000ha보다 2.2% 줄어든 73만8000ha로 나타났다. 전국에서는 전남 지역이 6500ha 줄어들어 가장 크게 감소했다. 전북은 3700ha, 경남은 2200ha 감소해 뒤를 이었다.

특히 올해는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생육 상황이 부진했다. 1㎡당 벼알 수는 3만3531개로, 지난해 3만3935개보다 1.2% 줄어들었다. 10a당 생산량은 519~524㎏으로 예상돼 지난해 527㎏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통 쌀값은 가을 신곡 수확기에 급락하지만 재배면적 감소와 생육 상황 저조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쌀값 하락폭을 좁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올해 수확기 쌀값은 2017년산 수확기 가격인 15만3000원(정곡 80kg)에 비해선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9월까지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확실하다. 전년도에 수확한 쌀의 공급이 끊어지는 7~9월(단경기)은 대개 쌀값이 오르다가 본격적으로 당해 신곡 수확이 시작되면서 차츰 내려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올해는 내려가는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졌다. 실제 9월 초 6만8000원(20kg)에 거래되던 조벼 가격이 달이 바뀌기도 전에 6만2000원으로 하락했다.

쌀값이 떨어지는 수확기가 쌀 농가들에겐 그리 반가울리 없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쌀값은 20년 전으로 떨어졌다가 겨우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농가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마냥 오인되면서 답답함을 토로하는 농가들도 적지 않다.

충남의 한 쌀 농가는 “수년 동안 대풍이 들어 쌀값이 하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급기야 한 가마니에 12만6000원대로 폭락했다”며 “이제 겨우 예년 가격을 회복했지만 그간 오른 육묘 구입비, 비료, 농약 등 자재비며 토지용역비, 노동비 등 생산비용을 만회하기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산 쌀 20kg를 생산하는 데 2만5322원이 들어갔다. 1kg에 1266원꼴이다. 이에 따라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쌀 수매가격이 24만원(80kg)은 돼야 생산비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쌀 농가들의 사는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황주홍, 김종회, 박주현 등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지난달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지난 20년간 쌀 생산비는 47% 올랐으나 농민의 순수익률과 소득률은 각각 22%, 20% 하락했다”며 쌀 목표가격이 21만원 미만으로 국회에 상정되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쌀 목표가격 21만원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정의당,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22만3000원, 24만원 등 21만원 이상을 올해 설정되는 새 목표가격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지쌀값은 2017년 수확기에 15만3000원(80kg) 수준을 유지하다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9월 현재 17만8000원을 보이고 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현재의 쌀값 상승은 2013년 가격(17만8551원/80kg)을 되찾은 수준에 불과하다”며 “작년 정부가 쌀값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시장격리 등 선제적인 수확기 조치를 실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