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정부양곡' 운송 CJ대한통운에 68년간 위탁
농식품부, '정부양곡' 운송 CJ대한통운에 68년간 위탁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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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입찰공고 단 한차례도 내지 않아
박완주 의원, "시장 원리와 배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장장 68년 동안이나 정부양곡 운송을 한 개 운송사가 독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운송사는 최근 5년 동안 운송비로만 1000억원을 벌어 일감 몰아주기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정부양곡 운송 계약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950년에 처음으로 현 CJ대한통운의 전신인 ‘한국미곡창고주식회사’와 정부양곡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68년 동안 계약업체를 단 한 차례도 바꾸지 않고 이어갔다.

CJ대한통운은 1963년 회사명을 ‘대한통운주식회사’로 변경했다. 택배사업은 1993년부터 시작했으며 2011년부터는 CJ계열사에 편입돼 오늘날의 ‘CJ대한통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양곡은 정부가 공공비축 혹은 시장격리를 목적으로 민간으로부터 사들여 정부차원에서 관리하는 양곡을 말한다.

수입쌀을 제외한 국내산 정부양곡은 전국 농촌 각지에서 일정 기간 동안 수매된다.

CJ대한통운은 정부가 수매한 양곡을 그때그때 지정된 보관창고로 운송한다. 지난해 정부가 수매한 정부양곡은 약 71만톤으로 4500여개에 달하는 전국 창고에 나뉘어 보관됐다.

또 양곡관리법에 따라 국가기관용, 가공용 등으로 판매되는 정부양곡은 지자체가 판매를 대행한다. CJ대한통운은 해당 물량을 보관창고에서 수요처로 또다시 운송하게 된다.

지난해 정부가 판매한 정부양곡은 약 94만톤이며 올해 6월 기준 전국에 남아있는 정부양곡 재고량은 188만톤가량이다.  

정부양곡의 관리 주체는 국가와 지자체이지만 보관.수송.가공 등 각 분야는 정부가 민간과 도급계약을 체결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유일하게 수송 분야만 단 한 개 기업이 반세기 넘게 독점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매.판매 등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양곡의 운송물량과 운송비는 각각 667만5000톤, 1256억8200만원이다. 저율관세로 들여오는(TRQ) 일부 수입쌀의 국내 첫 운송작업을 제외하면 CJ대한통운이 이 기간 가져간 운송비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정부양곡 운송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능해야 하고 화물연대 파업이나 전시 등 비상사태시에도 긴급 운송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계약업체 외에 시군 단위 전국 조직망과 쌀 운송에 대한 전문성, 적정 수량의 양곡운송 차량을 직영으로 보유한 업체가 없다"며 CJ대한통운과의 장기 수의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박완주 의원은 "정부양곡의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정부가 그간 경쟁 입찰공고를 한번도 내지 않고 수의계약만을 고집한 것은 시장원리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계약 조건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