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농부’ 꿈 좇다가 큰 빚 지고 역귀농
‘억대 농부’ 꿈 좇다가 큰 빚 지고 역귀농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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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만상 귀농실태...숫자에 가려진 실상 들여다봐야
농지·주택 구입 과정서 현지인·기획부동산에 사기도
‘애견분양 사업에 귀농자금’ 편법·부당 수급도 수 천 건

귀농귀촌 인구 사상 처음 50만 돌파
지역민과 갈등, 역귀농도 10명 중 1명
고령화 등 ‘농촌문제’ 대안 각종 지원
체계적인 정착 지원관리제도 마련해야

지난 7월 6~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주관으로 열린 ‘2018 대한민국 귀농귀촌 박람회’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6~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주관으로 열린 ‘2018 대한민국 귀농귀촌 박람회’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귀농귀촌 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2013년 귀농귀촌 인구 통계를 내기 시작한지 4년만이다. 더욱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간 사람들의 절반이 40세 미만 젊은층인 것으로 나타나 고령화와 마을 공동화가 심각한 농촌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통계만 보고 쉽사리 귀농을 결심했다간 삶의 터전이 아닌 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마을 주민과의 문화차이, 생활비 부족 등 문제로 갈등을 겪다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례도 심심찮게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지와 주택 부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지고 역귀농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원자금의 용도 외 사용 등 부당집행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현행 귀농귀촌 지원제도의 세심한 보완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례와 통계 중심으로 귀농실태를 알아본다.

 

# 최재권 용인팜랜드 대표는 4년 전 귀농해 여유와 고소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최씨는 경기도 용인에서 블루베리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연초에 그 해의 방문 예약인원이 다 차버리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귀농생활에 무척 만족해했다. “직장생활 할 때와 비교해 시간 여유는 많아진 반면 소득은 50%가 더 많아졌으니까요.”
최씨의 성공은 귀농 전 4년 동안 주말농장을 오가며 블루베리 시험재배를 거친 준비성 덕이 컸다. 최씨는 “귀농할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자주 들러 겪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귀뜸했다.

# 농협 직원이 사과 농사로 대박을 친 사례도 있다. 김성식 장수참사과농장 대표는 귀농 6년만에 ‘억대 농부’가 됐다. ‘잘나가던’ 서울농협 직원이었던 김씨는 어느날 느닷없이 사표를 냈다. 하지만 주변인들에게 그리 보였을 뿐, 사실은 정년 전 귀농할 마음을 굳히고 착실히 준비를 해 왔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어요.”
사과 농사에 관련된 것이라면 수십리 길도 마다않고 찾아가 배우는 열성 덕에 올해 1200평 과수원에서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과수원의 특성상 3년 후에 수익을 보기 시작해요. 귀농을 결심했다면 3년치 생활비는 마련해야 안전합니다.”

 

출처: 김현권 의원실

재배 작물 선택…판로 확인부터     
도시생활을 하다 귀농해 연매출 억대를 올리는 ‘억대 농부’의 사연은 드물지 않게 보도된다. 그러나 이들이 성공하기까지 들인 노력과 거친 시행착오는 들여다보지 않고 현재의 영광만 주목하는 것은 귀농을 꿈꾸는 도시 거주자들에게 장밋빛 환상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귀농귀촌 정착 실태는 가린 채 각종 보조금 및 지원제도만을 내세워 귀농귀촌을 부추기는 정부정책의 허점도 개선점으로 지목된다.

농촌진흥청이 귀농귀촌한 1000명을 대상으로 2014~2016년 3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약 7% 정도가 도시로 되돌아갔다. 10명 중 1명꼴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역귀농 이유로는 영농실패가 가장 많았고 일자리 부족, 자녀교육 문제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최씨는 “서울 살던 사람이 남부 지방에 체험농장을 열었는데 손님이 없어 몇 달 만에 접고 다시 올라오는 것을 봤다”며 “재배하려는 농작물의 판로를 확인하고 창업형태와 맞게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귀농인 50%가 주민들 텃세 경험
특히 문화 차이로 인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도 역귀농 결심을 굳히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의 ‘2016년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추적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54명 중 45.4%가 마을 주민들의 선입견과 텃세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농진청 조사에서 농촌에 정착한 귀농인의 절반가량이 “(귀농을) 잘 한 일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답해 귀농인들의 농촌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여줬다. 농촌에 정착했어도 여전히 크고작은 갈등을 겪는 데서 회의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 상주시 귀농귀촌정보센터 관계자는 “귀농해서 5년까지가 고비인데 정착지원 프로그램은 부실하니 귀농인들이 초기에 힘들어한다”며 “상주시는 이주 숫자보다 정착에 중점을 둬 귀농인들을 지원한다. 정착률이 높으면 당연 상주시를 택하는 귀농인들이 많아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금만 편취…부당집행 700억
정부가 귀농인들에게 주택구입비와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금만을 편취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등 부당집행 금액이 7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귀농귀촌 지원정책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으로부터 받은 '귀농어귀촌자금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농귀촌자금을 부정 수급한 경우는 총 1529건(54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적발한 505건 170억원을 포함하면 부정 수급 사례는 2034건, 71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정부부처 세 곳 중 농식품부만 1480건 505억원으로, 농촌 문제에 대응해야 할 귀농지원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나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공개한 ‘귀농귀촌 정부지원금 관리실태 시도별 자체감사결과’에선 천태만상의 지원금 유용 형태가 드러났다. 한 애견 분양업체는 견사신축에 필요한 시설자금이 업체에게 지급된다는 점을 이용해 창업 귀농인들의 정부지원금을 편취했다. 기획부동산 등을 통한 집단 자금 신청 사례도 적발됐다. 기획부동산에서 산 2필지를 60필지로 잘게 쪼개 한 가구당 약 1000㎡씩 토지를 분양한 후 24명의 귀농인들이 집단적으로 귀농자금을 신청했다. 기획부동산이 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귀농인들을 단기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현혹한 사례다.

김현권 의원은 “귀농지원금의 누수를 막고 귀농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귀농귀촌 예산을 청년직불금 확대와 취농지원 사업 등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청년농에게 매달 지급하는 100만원의 생활정착지원금도 일부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농식품부가 지난 9월 청년 영농정착지원금을 받는 1168명의 지원금 카드 내역을 분석한 결과 고급 외제차와 명품, 가구.가전 구입 등에 지원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사용금액 44억 2000여만원 중 농업과 관련된 금액은 12%에 불과했다. 내년 2000명을 추가 선발하고 지원규모도 3배 확대되는 만큼 보완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접수순에서 심사로 선정방식 바꿔
‘귀농귀촌 활성화 지원사업’은 귀농 교육사업과 귀농인 창업자금지원 등 귀농 지원사업으로 나뉜다. 귀농귀촌종합대책이 수립되던 2009년부터 지자체에 지원돼 왔다. 관련 법령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5년 제정, 시행됐다. 세대당 창업 자금 3억원, 주택구입 자금을 7500만원까지 연 2%로 지원해 준다.

이와 관련 정부는 귀농지원자금의 부실대출을 방지하고 자금이 필요한 귀농인에게 지원될 수 있도록 사전 점검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영농의지가 높은 귀농인을 선발하도록 기존 선착순 접수자 순으로 선정하던 방식에서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개선하고 귀농창업자금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중복자금 지원을 방지했다.

또 지자체에 농업인력포털 관리운영 아이디(ID)를 부여해 허위 귀농교육 인정을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금의 목적외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사후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원대상자의 주소, 타 산업분야 종사 및 소득여부 등을 지자체에서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근거 마련을 추진중이다. 청년 영농정착지원금 사용 실태 파악을 위한 현장 점검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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