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단경기 '역계절 진폭' 발생 우려
내년 단경기 '역계절 진폭' 발생 우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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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C 매입자금 조기상환 맞춰 '홍수출하' 예상
정부, 8월서 6월로 자금상환 시기 앞당겨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최근 산지 쌀값이 수확기임에도 불구하고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단경기에 역계절진폭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이 창간 6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개최한 ‘2018년 쌀 적정 수매가격을 논하다’ 주제의 좌담회에선 내년 ‘역계절 진폭’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 됐다.

1980년대 추곡 수매현장[경기도 이천시 블로그]
1980년대 추곡 수매현장[경기도 이천시 블로그]

역계절 진폭은 구곡재고가 바닥나 보통 쌀값이 오르는 단경기에 역으로 쌀값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참석자들은 올해 쌀 수매가격이 내년까지 지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RPC(미곡종합처리장)들이 내년 6월에 도래하는 벼 매입자금 상환시기에 맞춰 올해 매입한 쌀을 저가로 처리하게 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

역계절 진폭 발생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RPC들이 지원받는 벼 매입자금 상환시기를 두 달 앞당긴 데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금까지 8월에 갚도록 했던 벼 매입자금을 내년에는 6월에 일시 상환하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전국 RPC는 2017년 기준 민간이 69개, 농협RPC가 145개로 총 214곳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전년 수확기 이후 원활한 산지 쌀 유통 활성화를 위해 RPC의 전년도 경영평가 결과 및 벼 매입실적 등을 고려해 0~2.0%의 금리로 개소당 11억원에서 46억원까지 벼 매입자금을 차등 지원해 오고 있다.

경영여력이 있는 농협RPC를 제외한 민간RPC는 지금까지 대환 형식으로 상환을 해왔지만 상환기간이 단축되는 내년부터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RPC들이 벼 매입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자금 확보를 위해 시중가격보다 낮게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져 전체적인 쌀값이 하락하면서 역계절 진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좌담회 참석자들의 주장이다.

내년 실시되는 전국농협조합장선거도 역계절 진폭 발생의 또 다른 요인이다. 대부분 현 조합장들은 선거에 나설 테고 표심을 얻으려고 현재 시세보다 다소 비싼 값으로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동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지금 수매가격이 내년에도 지지되려면 올해 적정가격에 매입해야 하는데 조합장들이 이보다 높게 매입하고 있다”며 “내년 시중가격이 하락하면 RPC는 경영위기를 피하기 위해 손해를 보고 물량밀어내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돌연 벼 매입자금의 상환시기를 앞당긴 이유에 대해 최근 쌀값의 가파른 상승폭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마침 시기가 단경기 시작 직전인 6월이라는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며 굳어지는 모습이다. 작년에 비해 급격히 오른 쌀값 때문에 농식품부가 소비자단체 등의 눈총에 시달려 왔던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식량산업정책과 관계자는 “RPC들도 정부 지원금만 의존할 게 아니라 스스로 판매이윤도 내고 더 좋은 값에 판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자구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대금 상환시기를 앞당기면 적극 판매도 하고 수익 내기 위한 마케팅도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본적으로 정부는 수확기 전에 구곡 재고를 남겨놓고 싶지 않은 거다. 구곡 재고가 신곡 가격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면서도 “방침은 정해졌지만 현장 의견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