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배팅 근절위해 도입 '마권구매 앱' 오히려 역효과
고액배팅 근절위해 도입 '마권구매 앱' 오히려 역효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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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편리 모바일 '마이카드' 도박중독 유발
1인 연간 평균 구매액 일반 구매자의 10배
마이카드 가입자 1인당 평균 구매금액 현황.
마이카드 가입자 1인당 평균 구매금액 현황.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한국마사회가 경마 고액배팅 근절을 위해 도입한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 내 모바일 마권발매 어플리케이션 '마이카드'가 오히려 사행성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을)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마이카드 이용 마권구자매 현황>을 구매횟수와 금액을 기준으로 1위부터 100위까지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마이카드를 이용해 가장 많이 마권을 구입한 자의 배팅건수는 무려 29만 3389건에 달했다. 이는 해당 이용자가 2017년에 진행된 총 경주 숫자인 2733건에 모두 참여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경주 1회당 배팅횟수가 107건에 해당되는 수치다. 

아울러 지난해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배팅한 사람은 총 2억 5229만원을 배팅했다. 지난해 마사회에서 벌어졌던 거의 모든 경주에 10만원씩을 배팅할 경우에 해당하는 액수다.

경마가 열리는 금․토․일에는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에 빠짐없이 출근해 하루에 벌어지는 17개의 전 게임에 배팅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억원 이상을 배팅한 사람이 18명이었고, 상위 100위도 1억 5918만원을 배팅했다.

마이카드 제도 도입 전에는 마권구매시 본인확인 절차가 없기 때문에, 마권구매 행태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 파악이 어려웠다. 그러나 마이카드는 회원가입과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개인별 구매횟수와 구매금액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마이카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따른 건전화 정책의 일환으로, 과도한 구매행위를 방지하고 구매상한을 준수하기 위해 지난 2014년 8월부터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의 형태로 시작됐다.

사감위는 10만원 구매상한선이 지켜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마사회가 마이카드 이용률을 제고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박완주 의원은 "사감위와 마사회의 도입취지와 달리, 경마 배팅이용자에게는 보다 쉽게 배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꼴이 됐다"며 "기존처럼 마권구매를 위해 줄을 서거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도 자신의 핸드폰에서 간편하게 배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이카드 회원수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2014년 8월 총 5만 2373명이던 회원수는 올해 9월 기준 28만 469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3년간 매출실적을 보면 2015년 2901억원에서 2016년 9546억원을 거쳐 작년에는 1조 4668억원으로 급증했다. 3년 사이 5배나 증가했다.

1인당 평균 구매 횟수도 2014년 272건에서 2017년에 730건으로 2.7배 증가했다.

평균 구매액수는 더욱 문제다. 마사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이카드 가입자 1인의 연간 평균 구매액은 일반 마권구매자의 10배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마권구매자의 1인당 평균 구매액수는 60만3000원이다. 지난해 마이카드 가입자의 평균 구매금액은 641만원이다. 2014년 334만원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마이카드 가입자의 중독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경마장, 장외발매소를 방문한 횟수의 증가 추세를 보면 더욱 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마이카드 가입자가 경마에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0회 이상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를 방문한 가입자는 2016년 2535명에서 2017년 7352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가입자 비중으로 보면 2.2%에서 5.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사감위가 발표한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은 2016년 기준으로 5.1%이고 이는 영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박완주 의원은 “연간 29만 건을 배팅하고 2억5000만원이 넘는 액수를 배팅하는 마이카드 구매실태를 볼 때, 마권구매의 편리성 강화가 경마중독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될 일”이라고 지적하고, “모바일 배팅 시스템이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투명성을 가장한 사행조장프로그램이라는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밀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