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일자리 창출? 소가 웃을 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일자리 창출? 소가 웃을 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2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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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한국마사회
문 정부 최대 국정과제 일자리 창출 놓고 여당 의원 질타
마필관리사 근무여건 개선•불법사설 경마 단속 실효성 관심

‘단기 일자리’ 정부지침에 300명 써내
마권 새치기•쓰레기 투기 감시 인원 채용
“2~6개월 일자리가 일자리냐” 연속 질타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이 지난 19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이 지난 19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19일 한국마사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선 문 정부 최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관련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의 ‘눈속임 계산법’이 질타를 받았다.

또 작년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마사회 직원들의 잇따른 자살사고, 불법 사설 경마 단속의 실효성을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이날 함께 감사를 받은 축산물품질평가원(원장 백종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본부장 임경종)에는 축산물 이력관리제도 시행 지연과 구제역•AI 전화예찰 방식의 적절성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가짜 일자리’ 거부하라
“국민들 다수가 고용지표 수치 높이기 위한 가짜 일자리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이 질의 개시를 알리자마자 강석진 의원(자유한국당, 경남 산청군, 함양군, 거창군, 합천군)이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에게 대뜸 던진 질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단기 일자리 만들기 지침을 내려보냈다. 한국마사회는 이 지침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을 주로 채용하는 단기 일자리 300개를 만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3개월에서 6개월 일하고 끝나는 일자리가 어떻게 일자리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김정재 의원(자유한국당, 경북 포항시)은 “2~3개월 단기 아르바이트를 일자리로 ‘뻥튀기’하는 행태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올해 가기 전에 일자리 숫자 늘리려고 혈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근 6년간 마사회 청소•경비 용역 근로자 현황을 보니 168명밖에 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300명이 필요한 거냐. 채용하겠다는 자리가 쓰레기 투기 감시하고 장외발매소 소란 피는 거, 마권 살 때 새치기 감시하는 업무더라. 삼척동자도 웃는다. 정부지침 거부하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석진 의원은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서 300명 채용하나?”며 다소 비꼬았고 김낙순 회장은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자면 그렇지만 다급한 사람들에겐 필요한 정책이다. 기관 입장에서 정부 지침을 거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김정재 의원이 “정부지침이어서 거부 못 한다는 말은 일자리 못 늘리는데 할 수 없이 짜맞추기라도 해야 한다는 뜻 아니냐”고 재차 지적했다.

강석진 의원은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는 데 채용 포털 홈페이지 전 메뉴가 텅 비어 있거나 2012년 이후로는 업데이트가 전혀 안 됐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가열되자 여당에서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단기 일자리 38만개가 만들어졌는데, 이것도 다 가짜 일자리인가?”라며 “장기일자리라고 해서 꼭 좋은 일자리고 단기 일자리라고 해서 꼭 나쁜 일자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 산정방식 논란
일자리 ‘뻥튀기’ 논란은 계산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치달았다.

김성찬 의원(자유한국당, 경남 진해시)은 “작년 기재부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평가에서 마사회가 1등 했는데 1919명이 어떻게 나왔느냐”며 “기존에 일하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거다. ‘창출’은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인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놓고 일자리가 늘었다고 얘기하는가, 소도 웃을 일이다”고 비판했다.

김정재 의원은 “지난 5년간 마사회의 일자리 창출 방식은 엉터리다. 경마장 증축이나 설비 보강 공사 등 투자사업에서 마사회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는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거다. 용역 받은 건설회사에서 오는 사람들을 왜 마사회 사람으로 잡냐”고 질타했다.

마필관리사 고용문제 해결 안 돼
작년 사회문제가 됐던 마필관리사 자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현권 의원은 “마필관리사들의 고용안정성, 처우개선 문제, 조직 제도 개선이 잘 진행되고 있냐”고 물었다. 김낙순 회장은 “부산과 제주는 경마를 시행하면서 조교들이 개인사업자로 따로 분류돼 사업을 했는데 올해 10월부터 부산조교사협회, 제주조교사협회가 사단법인 인정을 받아 개별 고용하던 마필관리사를 협회 차원에서 단체 고용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은 “마필관리사 산재율이 13.98%로 전국 평균의 27배가 넘는다. 산재를 은폐했다가 적발당한 건수에서도 상위 5개 사업장 순위 1등과 4등을 마사회가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의원은 “마필관리사 고용문제도 해결됐다지만 사실은 충원인원이 모자라 당장 할 수가 없는 상태다”며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마필관리사 106명이 필요한데 조교사협회와 합의가 안됐다.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됐다는 얘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권 의원은 “마사회가 올해 직원 성희롱 및 부적정 언행에 대한 특정감사를 받았는데 간부급 임직원의 성희롱 사례가 다른 조직에 비해 많이 드러났다”며 “전체적으로 조직이 흔들려 생긴 문제가 아닌가 판단한다. 이런 부분도 확실히 챙겨라”고 말했다.

불법경마 처벌수위 높여야
강석진 의원은 불법 사설 경마장 문제를 지적했다. 강 의원은 “2016년 불법 사설 경마장 매출액이 13조5000억원”이라며 “경마 매출액 7조7000억원의 2배에 달한다”며 증가 이유를 물었다.

김낙순 회장은 “불법 경마라 세금 등을 제외한 금액이 모두 환급돼 환급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의원은 “포상금을 현실화시켜 신고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또 “처벌 수위를 재산 몰수까지 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라”고 했다.

김낙순 회장은 “현재 마사회에서 나간 시시티브이 영상이 불법경마에 활용이 되고 있다고 해서 영상차단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작년보다 영상 나가는 비율이 많이 줄었고 100% 차단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용산 장외발매소에 얽힌 지역민과의 불화도 언급됐다. 김현권 의원은 “용산이 폐쇄됐고 대전과 부천이 차례로 폐쇄를 앞두고 있다”며 “장외발매소 폐쇄는 주민들과 갈등 해소를 위한 정책적 판단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마사회 자체계획안에 장외발매소 설립계획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낙순 회장은 “장외발매소 개수 총량은 30개로 정부에 의해 규제받고 있다. 경영효율적인 부분에서 매출유지에도 (장외발매소)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굳이 30개를 채워서 가겠다는 이유가 뭐냐. 사행산업이란 말은 성립이 안 된다. 사행이 어떻게 산업이냐. 마사회 존재를 위해 화상경마장 30개를 채워야 한다는 얘기를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냐”고 따져 물었다.

박주현 의원(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은 “불법 사설 경마로 인한 세금 탈루 규모가 2조원이라고 한다. 밖에서 사이트 만들어 불법 경마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사이버수사대나 지능범죄 수사대의 협조를 강력히 요청하거나 국세청과 협업하거나 하는 특단의 방책이 나와야 한다. 구시대 방식으로 해선 절대 안 잡힌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올해부터 경찰청별로 불법 단속 전담부서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박완주 의원은 “경마 고액배팅 근절을 위해 도입한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 내 모바일 마권발매 어플리케이션 ‘마이카드’가 오히려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가축 살처분 방식 재검토를
가축 살처분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박주현 의원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에게 “구제역, AI 등으로 인해 360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되고 전국 4900여 곳에 2차 오염의 위험이 도사린 매몰지가 만들어졌다”며 “가축이 의식없는 상태에서 매몰하도록 법령으로 돼 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생매장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도 일자리 산정 문제와 관련, 지적을 받았다. 강석진 의원은 “2017년 말 일자리 정부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식육판매업자도 포함됐다. 축산업법상 식육판매업자는 평가원의 업무영역이 아닌데 연말 경영평가 때문에 넣은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사회공헌 사업 늘려야

마사회의 사회공헌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영훈 의원은 “사회공헌 사업이 매년 비중이 작아지고 있다. 수익이 7조원인데 최소 1% 정도는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매출이 7조8000억원이고 순익이 8000억원이다. 매년 1600억원씩 축산발전기금을 내고 있어서 사회공헌 자금을 더 내기에는 예산상 어려움이 따른다”고 호소했다.

윤준호 의원은 “마사회 매점 운영 비율이 예전 유공자,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서 최근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비율이 대폭 늘었다”며 “2015년부터 장외발매소에 입점하기 시작한 편의점 업체는 2018년 45곳까지 늘어나 전체 매점의 54.2%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