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수확기 이례적 상승...내년에도?
쌀값, 수확기 이례적 상승...내년에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0.31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PC도 농가도 물량비축...시장에 풀지 않아
표심 노린 조합장 선심 수매 영향 커
내년 3월 조합장 선거 후 4~5월 하락 전망
한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쌀 포장을 하고 있다.
한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쌀 포장을 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이 하락하는 수확기이지만 쌀값은 상승을 거듭해 10월 25일자 산지쌀값은 80kg 한 가마당 19만3188원으로 지난 15일자(19만3008원)보다 0.1% 올랐다. 한 달 전인 9월 25일 가격(17만8220원)보다 1만4968원 오른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25일에 견줘서는 26%(4만2115원) 폭등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쌀값이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라며 “쌀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되는 10월 말~11월초 가격이 소폭 내려가겠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쌀값이 상승하는 데는 내년 3월 13일 실시되는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나서는 농협 조합장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농가들로부터 쌀을 시세보다 높은 값으로 수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 RPC에서 사들이는 쌀 매입 가격은 40kg 조곡 기준 6만원 후반대에서 7만원을 넘고 있다. 매입가격의 기준이 되는 이천시의 쌀 매입가격은 추청 품종 40㎏ 기준 7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16.3% 올랐다. 2016년과 2017년, 이천 쌀 수매가(동일품종·수량기준)는 6만1000원이었다.

2018년산 작황 저조에 따른 쌀 생산량 감소가 농가들의 기대심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17일 올해 쌀 생산량이 벼 재배면적 감소와 기상여건 악화로 전년대비 9만7000톤(-2.4%) 줄어든 387만5000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 물량 부족을 예상한 농가들이 향후 추가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해 벼 출하를 미루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결과에서도 수확기 이후 출하를 계획한 농가는 전년보다 2.5%포인트 증가한 13.4%로 나타났다.

이처럼 농가들이 향후 공급 부족을 예상하는 것은 2018년산 생산량을 정부 발표치보다 더 적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봄과 여름 기상 악화로 도정수율이 낮아 실제 생산량이 10만톤 더 줄어든 것으로 가늠하는 것.

이성봉 전국RPC협의회장은 “바람, 태풍이 많이 불어 벼 껍질이 두꺼워졌기 때문에 수확해 보면 예년보다 5~7% 생산량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정수율이 낮아지면 정부가 발표한 감소량 9만7000톤에 10만톤이 더 추가돼야 한다는 게 농가들 주장이다.

올해 쌀 초과공급 추정물량은 약 9만톤. 농가들 주장대로라면 생산량과 수요량이 맞아떨어져 시장에 남는 쌀이 없게 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RPC들도 물량을 비축해놓고 풀지 않아 쌀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수확기 가격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지느냐는 점이다. 가격상승 요인 중의 하나인 내년 조합장 동시선거가 끝나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조합장 선거가 끝나는 내년 4~5월 물량이 대거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벼 매입자금을 예년보다 두 달 이른 6월에 갚아야 하는 RPC들이 경영압박 회피를 위해 저가로 방출할 가능성까지 더해져 내년 쌀값 향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거래처를 뺏기지 않으려는 RPC들간에 경쟁이 붙어 결국 쌀값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내년 쌀값이 어느 정도 지지되려면 현재 높게 형성돼 있는 시세를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며 “자금 상환 시기를 늦춰달라는 RPC의 요청이 있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