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수확기 구곡 방출 왜???
[이슈분석] 수확기 구곡 방출 왜???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8.11.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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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20만원 넘지 못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반영
쌀목표가격 역시 196000원에서 결정 가능 높아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례적으로 수확기에 구곡을 방출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농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2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공공비축미 2017년산 5만톤을 시장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지만 쌀 목표가격을 20만원 이하로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쌀값이 19만원대에서 20만원을 넘어서면 쌀 목표가격이 민주당이 당정합의한 19만6천원보다 높기 때문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정부의 수확기 구곡방출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지난 9일 농업인의 날 행사가 열린 세종 정부컨벤션센터 앞에서 열고 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정부의 수확기 구곡방출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지난 9일 농업인의 날 행사가 열린 세종 정부컨벤션센터 앞에서 열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1일 국회에 18만8192원의 쌀 목표가격을 국회에 제출하고 바로 다음날인 2일 구곡 방출을 결정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5일 당정협의를 통해 쌀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흐름이 쌀 목표가격을 20만원대 이하로 설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

여기에 물가 상승에 대한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가격이 상승하면서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15% 인하라는 조치를 취했다. 반면 쌀값은 19만원대로 2013년도 수준으로 회복 중이었지만 더 이상의 상승은 안 된다는 정부의 의지가 나타난 것이다. 즉 쌀값이 계속 상승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쌀 5만톤 방출로는 쌀값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방출한다는 뉴스가 보도됐지만 쌀값은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정부가 지금 쌀값 인상의 원인을 농협에서 찾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방출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농협RPC 매입가격 결정에 있어서 농협조합장들이 내년에 전국조합장동시선거를 앞두고 있어 쌀 매입가격을 높여주고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여기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자신의 공약인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을 위해 조합장들에게 쌀값을 높게 매입하라고 주문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농협RPC 관계자는 “김병원 회장의 공약 달성보다는 RPC가 적자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매입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08년, 2013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며 “그때에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장들이 매입가를 올렸고 현재도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조합장들이 매입가를 올리는 이유 중의 하나도 내년에 쌀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벼를 내지 않고 내년까지 기다리며 쌀 방출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농가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구곡 방출은 내년까지 쌀값이 상승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쌀값이 언제까지 상승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쌀 생산량 통계를 보면 내년 신곡이 8만8천톤 정도가 초과될 것으로 보고 있어 그야말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런 예측을 내놨다.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폭등한 것처럼 보였고 또한 9월에 퍼진 북한에 쌀을 지원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떠돌면서 여론이 나빠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