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하차경매] 제주양배추 접점 찾았지만...농가들 '속앓이'
[가락시장 하차경매] 제주양배추 접점 찾았지만...농가들 '속앓이'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8.12.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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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제주도 물류지원금 조율
개별·농협계통 출하자 소농 분류…새 제도 적용 예외

후진국형 거래관행·물류환경 개선
가락시장 현대화로 불가피 측면도
공사 “경락가 높아져 비용 상쇄”

“수취가 높아졌다” 효과분석…농가 부정
시행 두 달 대파 “비용 감당 안 된다” 성토
물류 지원금 인상폭 늘려 농가 부담 줄여야

비닐로 싼 뒤 팰릿에 적재해 지난 17일 가락시장에 출하한 양배추를 지게차로 내리고 있다.
비닐로 싼 뒤 팰릿에 적재해 지난 17일 가락시장에 출하한 양배추를 지게차로 내리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서울 가락시장 하차경매 전환을 두고 농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간 갈등이 여전하다. 차상으로 거래되던 7개 품목의 하차거래 전환은 지난해 무, 양파, 총각무에 이어 올해 쪽파, 양배추, 대파를 속속 시행했으며, 내년 배추 한 품목만을 남겨두고 있다.

공사는 재 관행(상차거래시 짓눌림을 감안해 경매물량의 10%는 낙찰가격의 50%로 정산)과 ‘경매 후 가격 정정’ 등 후진국형 거래관행을 바로잡고 물류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하차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하차거래는 기존에 농산물을 차량에 실은 채로 경매하던 것을 바닥으로 끌어내려(하차) 경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출하자 입장에선 포장비와 유통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달가와하지 않는다.

공사 유통물류팀 관계자는 지난 18일 “농가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경락가가 올라가 물류비 상승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협의를 통해 지원책을 계속 찾을 것”이라며 정책이 번복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예외대상 기준 모호
하차거래 갈등의 쟁점은 비용 부담이다. 벌써 15일경에는 출하가 시작됐어야 할 제주양배추 입고가 지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와 제주도는 지난달 영세농 및 고령농에 한해 1년간 제주양배추의 하차전환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고령.영세농가의 선정기준과 출하방식, 농가의 물류비 지원금액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한달을 훌쩍 넘겼다.

공사는 제주도 농가들과 관내 3개 농협과의 조율 과정에서 산지유통인과 농협계통 출하자는 전량 팰릿 하차거래를 하고 개별 농가는 컨테이너 출하를 1인당 1일 2개까지 허용하자고 했다. 반면 농가는 농협계통 출하자 대부분이 영세.고령농이기 때문에 팰릿 출하를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사장-안 부지사, 전격 면담
평행선을 달리던 공사와 농가 간 합의점은 지난 13일 안동우 제주도정무부지사가 공사를 방문, 김경호 사장과 면담 끝에 전격 도출됐다.  

공사 관계자는 “안 부지사님이 오셔서 사장님과 큰 틀에서 합의를 보셨다”며 “물류 지원금 최종안이 확정되면 금주 안에라도 제주양배추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유예 대상이 되는 농가 연령이나 농사 규모를 일일이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은 올해산 제주 양배추의 가락시장 출하 물량 가운데 일정 비율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엔 271개 농가가 2만2000여톤을 출하했었다.

이 관계자는 “예외 대상인 고령·영세농, 가족농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람으로 가르는 건 실질적으로 어렵다. 여러 논의 끝에 산지 유통인을 제외한 개별농가와 농협계통 출하자들을 소농으로 판단했다”며 “통상 산지 유통인 출하 물량이 70~80%이고 계통 및 개별 물량은 20~30%지만 금년 수치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출하방식은 산지 유통인의 경우 팰릿 하차거래를 하고 계통 및 개별 출하자는 기존 컨테이너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물류비 지원금은 도와 공사가 각각 예산 범위 내에서 별도 지원하는 것이라 구체적인 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따로 예산을 책정해 지원하고 공사와 6개 도매법인이 물류효율화사업으로 팰릿당 지원하는 금액이 있다”며 “그 금액을 팰릿당 1만원 수준으로 상향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하는 지원금 확정돼야
공사와 제주도, 제주 농가가 조율중인 물류비 지원 최종안은 랩핑 출하의 경우 그물망이든 비닐랩핑이든 상관없이 팰릿당 9000원, 박스는 1만원이다.

양배추 하차거래는 지난 9월 육지 양배추부터 시행됐다. 제주양배추 출하가 시작되는 12월 중순이 다가오면서 제주 농가들은 도매시장 채소2동이 완공되는 2022년까지 하차거래 유예를 요구하며 저항했다. 해상운송을 해야만 하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포장재며 추가 작업에 드는 인건비 외에 물류비 부담이 여타 지역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제주양배추는 아직까지 가락시장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육지 양배추 공급이 넘쳐 가격이 나빠 출하를 조절하는 이유도 있다. 지원금이 확정되면 오는 금요일(21일)에라도 출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
가락시장 하차경매 전환이 시도된 것은 10년 전부터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007년 선박용 컨테이너로 반입되는 제주 무가 물류환경을 어지럽힌다며 팰릿출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그 뒤에도 시도는 거듭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차거래 전환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생산농가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기회만 엿보던 공사가 지난해부터 하차경매를 강행하고 있다. 차량 단위 거래에 따른 부패, 변질, 속박이 등 고질적인 상품성 관련 분쟁과 ‘재’, ‘가격 정정 요구’ 관행 철폐로 공정 투명한 거래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구매자들이 팔기 쉽고 물류비 절감이 가능한 포장 단위를 선호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흙먼지 날림 등 위생 관련 민원 급증과 차량 장시간 대기, 교통 혼잡을 해소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에 걸맞는 유통.물류체계 구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축 채소2동은 정온 경매장으로 설계해 팰릿화된 상품을 전동 장비로만 반출.입할 수 있다. 품목별 단계적인 물류개선이 불가피한 것이다.
농가 입장에선 포장재 구매비용과 추가작업에 드는 인건비 증가, 팰릿 적재에 따른 적재량 감소로 인해 물류.운송 비용이 늘어나 달가울 리 없다.

하차거래 효과, 공사-농가 간 온도차
공사는 6개 품목의 하차거래 추진 경과를 발표했지만 농가가 체감하는 것과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공사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하차거래 전환 6개 품목이 상품성 향상 및 입찰 경쟁 강화로 출하자의 수취가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공사가 이날 발표한 하차거래 시행효과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낙찰가가 총각무 10%, 제주무 19%, 쪽파 12%, 대파 18%, 양배추 8% 등으로 상승했다.

농가들은 대체로 공사의 분석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기존 차상거래 대비 적재량 감소분과 팰릿.랩핑 포장에 드는 추가비용을 누락시킨 채 산출한 결과로 잘못된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제주의 한 농가는 “팰릿에 양배추를 쌓은 뒤 비닐랩핑해 화물차로 올리면 차당 적재량 단위가 줄어든다. 산지에 남겨지는 물량을 도매시장으로 보내는 데 드는 물류비와 또 이런 작업에 필요한 비닐랩핑기.지게차 등 장비 운영비며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공사는 9월 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시행한 제주산 양배추 수취가 분석에서 박스 포장 출하시 종존 방식보다 수취가가 차당 86만원 늘었다고 분석했었다.

대파 농가, 시행 두 달만에 분노 폭발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음먹고 강행한 하차거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총각무는 일주일 넘게 경매가 중단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수취가가 18%나 오른 것으로 분석된 대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전남대파생산자협회(준)는 지난 12일 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차상거래 때보다 비용부담이 커져 농가 수취값이 떨어졌다며 공사의 분석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업계에 따르면 산지에선 밭떼기로 대파밭을 산 산지유통인들 역시 늘어난 비용부담으로 거래 자체를 꺼려 밭떼기거래(포전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진도·신안·영광지역 농민 50여명은 이날 공사와 도매법인 및 중도매인의 하차거래 추가비용 공동분담과 표준하역비의 도매법인 부담, 대파 포장방식 간소화를 요구했다.

대파는 10월부터 비닐 또는 박스 포장 팰릿 하차거래로 전환했다. 제도 시행 두 달여만에 농가가 버티지 못하고 비용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농가 비용 및 소득을 산출할 때 물류비 산정과 경락가 전후 비교, 하차거래 미이행 시장과도 비교 검토한다”며 “하차거래에 따른 농가 수취액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공사 분석이지만 농가별 지역별 차이는 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 부분은 면밀히 조사하고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새 제도로 출하자가 손해를 보면 안 된다”며 “양측이 객관화된 자료를 근거로 정확히 계산한 뒤 농가가 손해를 봤다면 그 부분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