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③쌀만 더딘 의무자조금…농민단체 의견 통일부터
[신년특집]③쌀만 더딘 의무자조금…농민단체 의견 통일부터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1.11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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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만 쌀 농가 동의서 받는 것부터 ‘걸림돌’
자급자족 외 시장 유통 벼 재배면적 2ha
농지면적 기준 두면 10만 농가로 훌쩍 ↓

쌀 예외 적용 특별법 제정 필요
입법 근거 갖추는 데도 오랜 시간
쌀 농민단체 사이에서도 의견 갈려

정부 “의견일치 봐야 운용도 순조”
수백억 자조금 관리감독 부담도
쌀 자생력 필수요건 조성 속도내야

지난해 4월 콩나물의무자조금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자조금은 한우, 양돈, 낙농 등 축산물에서만운영됐다가 2011년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6~2017년 사과, 백합, 참다래 등 농산물 9품목에 의무자조금 도입이 확대됐다.
지난해 4월 콩나물의무자조금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자조금은 한우, 양돈, 낙농 등 축산물에서만 운영됐다가 2011년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6~2017년 사과, 백합, 참다래 등 농산물 9품목에 의무자조금 도입이 확대됐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최근 쌀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의무자조금 조성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지만 타 작물에 비해 쌀은 자조금 조성까지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

정부가 쌀 수급조절을 위해 논 타작물 재배를 작년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지만 쌀 소비량을 늘리면 수급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WTO(세계무역기구) 제약에 따라 정부가 수입쌀을 제쳐두고 우리쌀만의 우수성 홍보에 예산을 집행할 수 없게 됐다. 기능성쌀, 고품질쌀 등 우수한 우리 쌀 품질을 국민에게 홍보할 수 있는 자조금 조성이 그래서 필요하다.

직불제 개편에 따른 변동직불금 폐지가 확실시되자 농가들 스스로 재원조달을 통해 만든 자조금으로 쌀 수급조절과 소비촉진 활동을 벌여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다지자는 공감대가 여느 때보다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우와 한돈, 파프리카, 참다래 등 훨씬 이전에 의무자조금을 시작한 축산과 원예 분야는 자조금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쌀이 가진 특수성 때문에 한시적인 특별법 제정 등 제도의 절충 없이는 쌀 의무자조금 조성의 길은 요원하다.


제도 수정 없인 쌀 자조금 조성 불가능

자조금은 소비홍보, 교육 및 정보제공, 수급조절 활동 등에 사용된다. 농가들 스스로 쌀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자조금 조성을 마다할리 없다. 다만 조성 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진척이 되지 않는 것이다.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무자조금은 전국 생산량(생산액) 비율이 50% 이상이거나, 출하량(출하액)이 50% 이상인 단체만이 조성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쌀 농가는 81만(농업경영체 등록)에 이른다. 전국 81만 농가들을 일일이 방문해 이 중 절반인 40만 이상 농가의 의무자조금 조성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동의서를 받아낸 40만 이상 농가의 쌀 생산량이 국내 전체 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야 자조금 조성 요건을 갖추게 된다.

자가소비 2ha 미만 제외해야

무엇보다 동의서를 받는 일이 녹록치 않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일정한 면적 아래로는 대상에서 잘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준 면적이 2ha다. 2ha(약 6000평) 밑의 농가를 제외하면 대상 농가는 10만으로 훌쩍 줄어든다.

기준 면적이 2ha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자조금 조성 요건에 전체 출하량의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그 해 생산한 쌀을 가족과 친척이 나눠먹고 시장에 내다 팔 물량이 남을만한 최소한의 벼 재배면적이 2ha는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면적 기준을 두면 자조금 조성이 보다 수월해진다”며 “또 자조금이 쌀 소비촉진 활동에 주요하게 쓰이기 때문에 자조금의 효과가 필요한 농가를 거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자가소비만 하는 농가는 굳이 쌀 소비촉진 활동이 필요하지 않고, 따라서 자조금 조성이 필요하지 않아 동의서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일단 대상 농가가 10만으로 줄어들면 쌀전업농(6만)의 동의만 받더라도 자조금 조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런 예외 규정을 두려면 ‘특별법’ 마련이 필요하다. 또 그러기 위해선 2ha 기준을 납득시킬 구체적인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 쌀전업농은 쌀의무자조금 조성을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을 촉구해 왔다. 기준 면적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80만 농가의 재배면적과 시장 유통량 등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민간단체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동산 쌀전업농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친환경의무자조금도 읍.면.동이 회원가입 신청서를 받아 수월하게 진행됐다. 쌀도 정부 지원 없이는 자조금 조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큐베이팅’ 없인 조성 불가능

정부와 국회는 쌀의무자조금 조성에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자조금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올해도 선도경영체 훈련사업에 교육이 포함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입법이든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다만 타 품목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조심성을 강조했다. 쌀농가 쪽에서 근거를 갖춰 입법청원을 하라는 것으로 문제는 다시 2ha 기준의 근거를 찾기 위한 농가 조사의 어려움으로 돌아간다. 결국 농식품부의 ‘인큐베이팅’ 없이는 첫발도 뗄 수가 없는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말 그대로 자조금은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농업인단체 간 의견 통일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조금 조성’ 농민단체간 입장 차 존재

사실 자조금 조성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농민단체 간 의견 일치다. 쌀 농민단체 간에도 의무자조금 조성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쌀생산자협회는 주식인 쌀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조금 조성을 반대해 왔다. 대표적인 농민단체 중에서 쌀전업농연합회만 유일하게 자조금 조성에 적극적인 셈이다.
반대 단체들은 “자조금 조성은 국민 주식에 대한 정부 역할을 방기하고 농민에게 준조세를물리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자조금의 효과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소비촉진 활동 정도로 쌀 판매가 팍팍 늘어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농가 소득에 도움을 주기보다 자조금 거출로 부담만 가중시키고 농정에 대한 불신만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조금이 수급조절 기능을 한다지만 사실 크게 역할은 못한다. 소비촉진 활동 정도로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조금의 대표적인 사용처가 소비촉진 활동이라는 점에서 자조금의 효과에 대한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자조금이 농가들이 스스로 해당품목의 산업 수호와 발전을 위해 조성하는 것인만큼 기금의 용처와 활용분야는 차차 늘리고 발굴하더라도 후퇴해 가는 작금의 쌀 산업에선 발전자금 확보 측면에서라도 조성은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축산, 낙농업계의 경우 자조금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친 덕에 우유와 한돈, 양돈의 소비량이 증가한 사례도 분명 있었다. 소비량이 늘면 농가소득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수백억원대 규모 관리감독 부담도

이와 함께 쌀자조금 조성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자조금 운영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주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자조금은 해당 단체 구성원의 연간 생산액의 1% 범위 내에서 조성하고 모금된 액수만큼 정부에서 1:1 매칭 펀드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쌀 농사 짓는 농가가 다른 품목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자조금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공신력 있고 안정적인 단체 선정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과거 운영 과정에서 자조금을 유용한 사례가 드러나 한바탕 파장을 겪기도 했다.

자조금 규모는 한우자조금만 해도 올해 370억원대로 책정됐으며 한돈자조금도 300억이 넘은지 오래다. 2016년 출범한 친환경농산물도 50억원이 넘었으며 파프리카, 참다래 등도 수십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조금 운용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서로 이해관계가 부딪칠 수 있고 운용 과정에서 부침이 있을 수 있다”며 “관리감독의 책임은 결국 농식품부가 지게 되고 쌀 의무자조금 예산을 기재부에서 받아와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민 주식 쌀, 자생력 환경서 소외

쌀 의무자조금 조성은 수 년 동안 말만 무성하게 나왔다. 2017년 농식품부와 학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들녘경영체전국협의회, 농협이 참여하는 쌀 의무자조금 준비위원회 구성이 한 차례 추진됐지만 진척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쌀전업농은 대부분 자조금 조성에 찬성하고 있다. 2015년 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가 의무자조금 도입을 찬성했고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78.8%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조금 조성에 대한 농민단체의 목소리가 동일해지면 조성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쌀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자조금 조성은 필요하다. 올해 자조금 순회 교육을 통해 자조금의 불씨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조금은 한우, 양돈, 낙동 등 축산물에서만 운영됐다가 2011년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원예 분야에 확대됐다. 원예분야 의무자조금은 지난해 출범한 감귤, 콩나물을 비롯해 모두 9품목에 도입됐다. 2014년 인삼 단일 품목에서 2016년 친환경농산물에 이어 2017년 백합, 참다래, 배, 파프리카, 사과에 도입돼 운용 중이다. 올해 화훼 자조금 출범이 기대되고 있다.

김광섭 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축산업과 원예업에서 자조금 조성이 탄력을 받고 있는데 국민 주식이자 식량 안보산업의 최일선에 있는 쌀만 자조금 조성이 어렵다”며 “농민단체간 합의도 필요하지만 자조금 조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수입쌀 개방은 이미 오래된 얘기고 변동직불제 폐지 쪽으로 직불제 개편안이 방향을 잡고 있다”며 “최근 변화한 쌀 산업의 환경에 대해 농민단체들이 모여 심도깊게 짚어보고 자조금 조성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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