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위기의 쌀산업 자조금에서 해법을 찾는다 
①위기의 쌀산업 자조금에서 해법을 찾는다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1.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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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주곡 쌀과 농업인이 함께 가는 법 ‘쌀 자조금’ 
해마다 감소하는 쌀 소비량…소비촉진 홍보 절실 
최대 400억원 조성해 쌀 우수성 연구와 가공품 개발 가능

(한국농업신문=연승우 기자)계속된 대풍으로 쌀 생산량은 늘고 소비는 감소하면서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2013년부터 4년째 반복되다가 2017년 쌀 생산량 감소로 쌀값 하락은 진정세를 보이다 2018년 쌀값이 2013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쌀값이 폭락했을 때 정부의 대책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자조금이다. 쌀자조금을 조성해 소비촉진 등 쌀산업 발전에 쓰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책 중의 하나였다.

자조금은 축산분야와 원예 분야에서 품목별로 조성돼 소비와 홍보, 연구조사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원예자조금은 품목별로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하고 있거나 최소한 임의자조금이라도 조성했지만, 쌀은 아직도 자조금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축산은 자조금을 조성한 이후 방송 CF와 대대적인 언론 홍보를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축산의 위기에 대해 대응하지만, 원예 분야는 겨우 의무화를 시작하는 단계이며 쌀은 가장 큰 단일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자조금 조성은 더디기만 하다.

위기에 몰린 국내 쌀 산업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다. 2017년은 1970년대 쌀 자급을 이룩한 후 역대 최저 생산량을 보인 해다. 쌀 생산량의 감소는 흉작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쌀 소비 감소에 맞춰서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을 정부가 유도했기 때문이다. 

즉 쌀 산업이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쌀 재배면적 5만ha를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쌀 생산조정제가 시행되고 있다. 쌀 농가의 위기는 쌀 소비 감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소비는 감소했지만 연이은 풍년으로 쌀 공급은 늘어나면서 쌀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쌀 농가의 소득 역시 줄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보면 국내 쌀 생산량 증가보다는 수입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4년 쌀 개방 협상에서 한국정부는 10년간 개방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밥쌀용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협상을 맺었다. 

협상에 따라 수입쌀 의무수입물량은 2005년 22만5575톤에서 시작해서 매년 균등 증량시켜 2014년 40만8700톤에 이르렀다. 2015년 쌀 관세화를 선언했어도 40만8700톤의 수입쌀은 매년 들어오고 있다. 

40만8000톤은 2017년 국내 쌀 생산량의 10%가 넘는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400톤에서 조금 못 미치는 397만2000톤이다. 국내 쌀 생산량의 10%가 수입되고 있으니 공급량 과잉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국내산 쌀 생산 감축으로 인해 자급률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쌀산업은 소비 감소와 함께 수입쌀로 인한 공급과잉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의 예산 이외에는 쌀산업 대책으로 쓰일 돈이 없다. 자조금은 정부의 보조금이 아니기 때문에 감축대상도 아니고 농가 스스로 조성한 금액에 정부의 일정 지원을 묶어서 사용할 수 있어 쌀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쌀자조금 최대 400억원까지 조성 가능

쌀자조금을 조성할 때 거출 지점과 함께 거출 대상, 그리고 거출 금액도 늘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쌀 재배면적 기준과 금액을 정하는 것도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4년 변동직불금 지급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벼 재배농가는 총 65만 농가이며 전체 농가 중 0.5ha 미만의 쌀 재배 농가 비중은 43.7%이다. 
모든 농가를 의무자조금 거출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다수의 소규모 영세농가들의 반발로 의무자조금 도입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전체 벼 재배면적의 50.3%를 차지하는 2ha 이상의 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자조금을 거출하는 것이다. 

2ha 이상 재배하는 농가의 소득이 쌀 재배농가 평균소득의 1.4~8.8배에 달하므로 생산에서의 대표성과 함께 재정부담 여력도 있기 때문이다. 재배면적 2ha 이상 농가의 2ha 초과 면적에 대해 법 한도 내에서 자조금을 거출하면 거출률(0.1%~1.0%)에 따라 최소 22억원에서 최대 220억원의 농가 거출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률상 의무자조금의 거출 한도는 평균거래가격의 1000분의 10 이내에서 결정해야 한다. 농가에서 조성한 자조금에 정부의 매칭펀드를 결합하면 쌀자조금은 최소 40억원에서 최대 400억원까지도 가능하다. 

쌀농가, 의무자조금 도입 찬성 80% 

쌀 생산농가 10명 중 8명은 의무자조금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2015년 10월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쌀전업농 79.9%가 의무자조금 도입을 찬성했고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78.8%였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2015년 쌀 의무자조금 거출 방식, 참여 범위, 거출 금액 등에 대한 쌀 생산 농가 12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쌀 자조금제도 도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벼 재배면적별 구분에 따른 쌀 의무자조금 사업에 대한 찬반도 재배면적과 상관없이 과반수의 찬성비율을 보였다. 3ha 미만의 벼 재배농가는 78%, 3~4.9ha 벼 재배농가의 82%, 5ha 이상 벼 재배농가는 81%가 찬성해 규모화된 벼 재배농가일수록 찬성의견이 많았다.

응답자들의 쌀 의무자조금 사업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도 높은 비율(88.2%)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쌀 의무자조금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응답자는 11.8%에 그쳤다. 

쌀 의무자조금의 시행시기와 관련해서는 ‘가급적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78.8%로 가장 높았다. 또한 ‘2~3년 시간을 두고 시행’(19.4%), ‘4~5년 후에 실시’(1.8%) 순으로 나타났다. 

쌀 의무자조금 시행시기와 관련해 연령별 통계를 살펴보면 40세 미만과 40~59세, 60세 이상에서는 ‘가급적 빨리 시행’이 65%, 80%, 77%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40대 미만에서는 ‘2~3년 시간을 두고 시행’하자는 응답이 35%로 40~59세(18%), 60세 이상(21%)보다 다소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