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FTA보다 농업개방 확대되는 ‘CPTPP’ 가입 저울질
정부, FTA보다 농업개방 확대되는 ‘CPTPP’ 가입 저울질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1.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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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산물 가격경쟁력 없어 일본 농산물 수입 우려
CPTPP 가입시 연간 800억원 물류 수출보조금 폐지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일본이 이끄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가 진행되면서, 농업 환경과 주요 품목이 비슷한 일본의 고품질 농산물 수입으로 국내 농업 분야가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 중인 협력체제이다. 과거 미국과 일본이 협정을 주도하다가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일본의 주도로 11개국의 비준을 거쳐 지난해 12월 30일 발효됐다. CPTPP에 참여한 11개국 중 우리나라가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로, 협정 참여가 사실상 한·일 FTA 체결과 같은 효과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CPTPP를 이끄는 일본의 산업 경쟁력이 우리나라보다 전반적으로 앞서 있어 가입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섬유나 전자산업 정도를 제외하고 일본에 비해 우위에 있는 분야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상당 부분 상실된 상태에서 협정이 진행된다면, 일본산 고품질 과일이나 축산물·유제품 등의 수입이 대폭 증가할 우려가 있어 섣불리 가입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도“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에 농산물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태”라며 “협정을 결정할 경우 아래에선 싼 저가 농산물이 들어오고 위에서는 일본의 고품질 농산물이 들어와 우리농산물이 설 자리가 없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우리나라와 농업 환경과 품목이 비슷한 일본이 주도하는 CPTPP는 더욱 신중히 양허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또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수출보조금 폐지’ 항목을 들 수 있다. CPTPP 회원국 간에는 수출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의 채택 및 유지를 금지하고 있다. 2015년 12월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나이로비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수출 물류비 지원을 2023년까지 철폐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물류비 지원 등을 즉시 없애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800억원(국비+지방비)가량의 물류비를 농식품 수출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CPTPP 발효와 농업통상분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CPTPP가 발효되면 앞서 지원됐던 수출 보조금을 수출농산물 품질 향상, 신규시장 개척, 공동마케팅 등으로 지원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려할 게 많은 협상이지만 앞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와 미국의 CPTPP 복귀 가능성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가입을 계속 미룰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CPTPP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대만·태국·콜롬비아 등이다. CPTPP 회원국들은 19일 각료회의 격인 ‘TPP 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가입 희망국과의 협상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올 초까지 각 부처의 의견 합의를 통해 협정 가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