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인데…가격 곤두박질 '겨울딸기'
대목인데…가격 곤두박질 '겨울딸기'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1.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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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대비 25% 낮은 수준, 예년보다 하락 가팔라
출하시기 몰린 탓...농가는 자재비·인건비 상승 3중고

지난해 폭염·강우로 정식시기 지연
출하도 평년보다 2주 정도 늦어져
11월 최고점 찍고 1월부터 하락세

신규 농업인 유입 재배면적 늘고
기상여건, 병충해 없어 작황 좋아
30% 이상 떨어져야 위기경보 발령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딸기가 진열돼 있다.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딸기가 진열돼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겨울딸기’가 수상하다. 이맘때면 가격이 좋아 한철 농가들에게 든든한 소득을 올려주었던 하우스딸기가 평년에 비해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자 딸기(2kg) 평균도매가격은 1만9044원으로 작년 같은 달에 견줘 23.4%(2만4847원) 낮은 수준이다. 한국물가협회가 조사한 소비자가격도 지난 17일 서울 지역에서만 1kg들이 한 상자에 1만3980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전주(前週, 10일) 1만5900원에서 12.6%나 하락한 것이다.

농협경제지주 원예사업부 관측과채팀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폭염과 가을 잦은 강우 때문에 정식작업이 지연되거나 재정식하는 바람에 수확이 2주 정도 늦어졌다”며 “산지 출하시기가 몰린 것이 평년 대비 가격이 하락한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격 출하시기 12월로 밀려
겨울딸기의 출하가 한달 늦춰진 12월로 밀리면서 제철과일인 감귤까지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가 집계한 2018년산 제주감귤의 평균 경락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10kg들이 한 상자당 1만5100원이다. 이는 최근 3년새 가장 낮은 가격인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1%나 하락한 수치다. 이같은 감귤 가격의 추락은 12월부터 딸기 출하량이 평년보다 많아진 탓이라는 게 농협의 분석이다.

본래 겨울에 판매되는 ‘하우스 딸기’는 막 출하가 시작되는 11월에 최고점을 찍는다. 12월에 들어서도 소폭 내려가긴 하지만 대체로 고점을 형성하다가 이듬해 5월까지 낙폭이 차츰 커지면서 출하를 마치게 된다.

폭염으로 생육 안 좋아 다시 정식
농가와 조합 등 업계에 따르면 2018년산 딸기가 이런 패턴을 빗겨간 이유는 작년 예상치 못한 기상 여건 때문이다. 8월말까지 지속되다시피 한 폭염과 그 이후의 잦은 강우로 인해 모가 말라죽어 모를 밭에 옮겨 심는 정식작업을 다시하거나 아예 미뤘기 때문이다. 정식 시기가 2주 정도 지연되면서 영그는 시기 역시 늦어져 출하가 시작되는 11월엔 오히려 딸기 출하량이 평년보다 적었다. 따라서 12월 들어 출하가 본격화된 영향이 1월에 나타나 평년 대비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됐다.

출하 초기엔 예년보다 고점
딸기가격은 출하가 시작되는 11월 기현상적이라고 할 만큼 높았다. 작년 11월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딸기 평균 도매가격은 2kg 상자에 4만6500원으로 전년보다 55% 높았다. 같은 달 1일에는 6만338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여름철 고온으로 꽃눈이 잘 달리지 않은데다 기상여건 악화로 생육도 좋지 않아 시장 반입량이 전년보다 6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2월부터 출하량이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급격히 늘지는 않았다. 농경연은 12월 출하량이 전년보다 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산지인 경남에서 1월로 정식시기를 늦춰 12월 출하면적이 전년대비 1% 감소한 반면 올해 1~2월 출하면적은 각각 4%, 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격 하락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달 초입인 12월 1일 딸기 가격은 2만9019원으로 전날인 11월 30일 3만2730원보다 11.3% 떨어졌다. 이후 12일 2만2705원으로 전월평균가격(4만6462원)에 견줘 51.1%나 하락했다가 19일 2만6674원(전월평균 대비 42.6% 하락), 31일 2만4353원(전월평균 대비 47.6% 하락)을 기록했다.

이때까지도 딸기 가격은 평년에 비해선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농경연은 12월 평균 도매가격이 2만4000~2만8000원으로 전년(2만4400원)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락시장 딸기 도매가격 및 반입량(위), 최근 10일간 딸기 평균 도매가격(아래)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가락시장 딸기 도매가격 및 반입량(위), 최근 10일간 딸기 평균 도매가격(아래)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1월부터 하락세 뚜렷
딸기가격은 올해 1월 들어 전국적으로 낮아졌다. 이달 16일 새벽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2kg 들이 경매가격은 약 1만6900원으로 평년(2만2665원) 대비 25% 낮은 수준이다. 17일 기준 1kg 들이 소비자가격(한국물가협회)도 일주일 전보다 12.6% 하락한 1만3980원에 거래됐다.
농협 관계자는 예년보다 뚜렷한 가격 하락세에 대해 “정식 시기가 늦어진 것 외에도 신규 농업인이 많이 들어와 재배면적이 증가한 원인도 있다”며 “올겨울 며칠에 이은 한파나 병해충도 없어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평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2018년산 딸기 재배면적은 5969ha로 전년 재배면적(5783ha)보다 186ha 증가했다.

재배면적 늘어 생산량 증가
우리나라 딸기 재배면적은 최근 4년(2014~2017년) 동안 계속 줄었다. 2002년 7451ha를 정점으로 조금씩 감소해 왔다. 2014년 6825ha에서 2015년 6403ha, 2016년 5978ha로 매해 약 400ha씩 줄었다가 2017년 감소폭이 195ha로 소폭 둔화된 5783ha를 기록했다. 2018년엔 전년보다 186ha 증가한 5969ha다. 재배면적 감소세에도 단위당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딸기 생산량은 연간 20만6226톤에 달한다.

딸기 최대 산지는 경남도 산청이다. 다음으로 충남 논산, 전북 정읍이 뒤를 잇는다. 2017년 기준 전국 공영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물량의 41%가 경남지역에서 생산됐다. 딸기는 전체 생산량의 약 29%인 5만9962톤이 전국 공영 도매시장으로 출하되고 있다. 재배면적도 2018년 전체 재배면적 5969ha 가운데 경남 지역이 2580ha로 43.2%를 점유하고 있다.

딸기는 우리나라 농업 생산액(48조 1704억원)의 2.9%인 1조 3964억원을 점유할 정도로 비중이 높으며, 2000년 이후 생산액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판매되고 국민 1인당 약 4kg을 먹는다.

경남도 농업기술원 조사에 따르면 농가가 딸기 품종을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소비 선호도와 판매 용이성, 수량과 품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조치 발동은 아직
아직까지는 딸기의 가격 하락 수준이 수급대책을 실시할 정도는 아니다. 농협 관측과채팀 관계자는 “평년 가격의 30% 이상 떨어져야 주의 조치를 발동하는데 현재로선 산지 현황 파악과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과채류 수급안정사업을 담당하는 정지환 과장은 “생산량도 증가하지만 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딸기 가격은 지금까지 심각할 정도로 폭락한 적은 없었다”며 “그래서 소비촉진 위주의 수급안정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딸기가격 위기경보단계는 주의-경계-심각의 3단계로 나뉜다. 30% 떨어지면 주의단계로 농가 자율적으로 하품 출하를 자제시키는 품위규제를 한다. 생산비와 출하비용을 합한 가격 밑으로 평균가격이 떨어졌을 때는 경계단계다. 경영비와 출하비용을 합한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심각 단계에 이른다. 심각단계가 며칠 이상 지속되면 산지 폐기 수순에 들어간다.

생산비 해마다 올라
매뉴얼은 그렇다 쳐도 대목인 1월 수익을 올려야 하는 농가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자재비 상승이 겹쳐 3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전년보다 16.4%(7530원) 올랐던 최저임금은 2019년 또다시 10.9% 올라 시급 8350원을 줘야 한다. 비료, 농약, 사료, 농기계 등 영농자재비는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충남 논산계룡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센터) 고길성 팀장은 “농산물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자재비, 인건비 등 다른 부가적인 게 많이 올라 농가들이 어려운 것”이라며 “작년 선별사 인건비와 자재값에 보태라고 농가들에게 40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