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농특위 본격 구성..."소비자단체 왜 빠졌나”
[좌담회] 농특위 본격 구성..."소비자단체 왜 빠졌나”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1.29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무엇을 할 것인가’ 좌담회 개최
‘사회적 합의기구’ 농특위 본위원회 구성 관심, 역할 강조

여성농민 목소리 담을 여성위원 비중 중요
중장기 계획 수립…전문성·정무적 능력 요구
기존 위원회 특정과제·이슈 중심 한계 보완

위원장 후보 청와대 검증 과정…2월중 지명
20억 예산 필요, 4월 출범까지 15억 확보 예상
출범 즉시 현안 처리토록 10개 논의과제 준비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정책위원회와 한국농업신문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정부, 농특위 무엇을 할 것인가'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정책위원회와 한국농업신문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정부, 농특위 무엇을 할 것인가'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어업인이 참여하는 ‘협치농정’의 구심점인 농특위 설립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꾸려져 농어업, 먹거리, 환경 등 포괄적인 문제를 다루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핵심공약이었던 농특위 설치는 작년 12월 설립 근거가 되는 법률 제정 건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 구성에 관심이 높은 가운데 농특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각계각층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정책위원회 주최, 한국농업신문 주관으로 열린 ‘문재인 정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무엇을 할 것인가’ 좌담회에선 이런 내용들이 논의됐다.

좌담회는 박웅두 정의당 농민위원장의 진행으로 황민영 전 농특위 위원장,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농특위tf단장(농촌정책국장),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문정진 축산단체협의회장(한국토종닭협의회장),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이군승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지방분권과 연계…역할 명확히 해야
좌담회에선 농특위 구성과 역할에 관심이 컸다. 윤소하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번 농특위는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단체까지 전체적으로 아우르는데다 지방분권 문제와 같이 연계해 가는 성격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농특위의 역할에 방점을 정확히 찍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갖추고 중장기적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또 제안할 수 있는 정무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전문성과 함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사무국 구성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피폐화된 농촌에서 여성농민의 역할을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그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위원회의 여성위원 비율은 최소 30%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2007년 농특위원장을 지낸 황민영 전 위원장은 농특위 구성과 역할에 대해 논하기 전에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 왜 늦어졌는지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전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는데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실행이 안 된 이유가 무엇인지 현 정부는 확실히 하고 농식품부도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특위 의제를 정책화할 형식과 절차를 정해놓아야 한다. 농특위원장으로 있을 때 거듭 얘기했지만 잘 안됐다. 농식품부와 국회가 의제를 받아 실천하도록 절차를 규정해 놓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농소정 참여 소통 통로 기능
관계부처 합동으로 1월 구성한 농특위 설립·운영TF는 농특위 설치가 완료되는 4월말까지 운영된다. 시행령 제정과 위원(본위원회, 분과위원회) 위촉 지원, 사무국 구성, 예산확보 등 제반사항을 준비한다.

일단 이번 농특위는 여러 부처가 관련돼 농식품부 단독 추진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 총괄.조정하는 범부처적 협의체로 구성된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농어업인과 소비자, 정부가 함께 참여해 협력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 통로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기존의 특정 과제·이슈 중심의 농업농촌 관련 위원회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방점을 뒀다.

농특위 본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당연직 5명, 위촉직 24명의 30명 이내로 구성된다. 당연직 위원은 기재부·농식품부·해수부장관, 국무조정실장, 식약처장이며, 임기 2년의 위촉직 위원은 농어업인 단체 12명, 언론·학계 등 전문가 12명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 산하에 두는 분과위원회에선 본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분야별로 검토·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시행령 및 운영세칙은 4월까지 관련 단체와 전문가 그룹 의견을 수렴해 제정하기로 했다. 서울에 설치되는 사무국은 관계부처와 민간, 지자체, 유관기관 등이 적절히 구성될 수 있도록 행안부·기재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농특위와 비슷한 민관 협치기구가 있어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2002~2008년)가 대통령 직속(부총리급)으로 운영됐으며 이명박 정부 때 농어업선진화위원회(2008~2009)가 농림부 직속으로 강등돼 잠시 운영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공감농정위원회가 설치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오병석 농식품부 농특위 구성TF단장은 “위원장 후보가 청와대 검증 과정에 있으며, 2월 중 지명될 것”이라며 “예산이 20억 정도 필요하다. 4월 출범 때까지 15억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논의 과제 10개를 준비해 놓았다”고 밝혔다.
 

소비자·행안부 빠진 미완의 기구
분과위·특위에 넣어 협상력 키워야
반기별 대통령 회의 주재로 위상 정립

부처별 이해관계 충돌시 정보유출 우려
꼭 필요한 부처만 참여 ‘선택과 집중’ 제언도
지친 도시민 안아주는 포용력 메시지 전달하길

 

당연직 식약처…묵묵부답
국민적 합의기구로 ‘협치농정’의 최대 표본이 될 농특위의 구성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조짐이다. 먼저 본위원회 구성에서 소비자단체가 누락된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합의기구’라는 농특위 정의에서 한 발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식약처의 참여 여부도 미지수인 상태로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는 “소비자단체, 소비자생협 등 먹거리진영이 위원 구성에서 빠진 것은 농업계로서도 타격이다”며 “분과위원회, 특별위원회, 사무국에 소비자진영을 대폭 참여시켜야 명실상부한 농소정 합의체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허 이사는 “농특위를 소비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 채널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도 “농특위법이 통과 공포된 후 조항들 보면 아쉬운 지점들이 있다. 내용상으로 보면 꼭 들어가야 될 진영인 소비자·먹거리운동단체, 행안부장관이 빠진 것도 그렇다”고 동조했다.

진 대표는 특히 “대통령 직속 자문위로서 추진력을 가지려면 분기별 내지 반기별로 대통령이 직접 전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으면 여러 부처와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고 강조했다.
허헌중 이사 또한 “최소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를 분기별 1회는 가져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과위원회에 축산위원회나 여성농민위원회 등 소위원회를 여럿 둬야 한다. 특위는 당면 현안에 따라 농업계특위라든지 농지제도특위를 그때그때 구성하면 된다. 소비자 진영은 전문가위원으로 둘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부처간 갈등 사전 조율해야
식약처가 답변을 미루는 것과 관련해선 부처 간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진 대표는 “농식품부에서 식약처로 넘어간 식품안전 업무를 일부 내놔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갈등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선 정부 부처들이 농특위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동의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TF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관측했다.

농특위에 참여하는 부처가 많아졌을 때 부정적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중에서 의견을 개진한 농민신문 박창희 논설위원은 “행안부장관을 포함해 각 부처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2005년 당시 각 부처 실무자들이 와서 자기 부처와 상충된 문제가 논의될 때 정보를 유출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꼭 필요한 일부 부서만 참여시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단체를 배제시킨 건 아주 잘못됐다”며 “소비자를 설득해 이해시켜야 농식품 소비도 활성화되고 농특위가 실질적인 농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병석 단장은 “행안부장관의 역할이 사실 중요하다. 위원회 구성 논의 과정에서 축사 쪽에 문제가 많은 걸 감안해 식약처를 넣기로 정한 것이다. 특별위원회는 개수 제한이 없으니 소비자단체를 전문가 위원으로 두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 단장은 “대통령이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참여하는 부분은 꼭 해달라고 하기 이전에 올 수밖에 없는 식으로 농특위를 운영하면 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축산계 인사 위원 위촉을
문정진 축산단체협의회장은 농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을 강조했다. 문 회장은 “가뭄으로 농민이 힘들었을 때 대통령이 와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격려해 주면 다들 농업에 관심 갖는다. 이런 면에서 위원장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며 “최근 농업이 어려운 것도 농업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다. FTA, 가축전염병, 이상기후 등 농업농촌이 어렵다. 농업농촌에서 먹거리산업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모 행사에 가서 돼지고기 수입을 당장 50% 줄이라고 했다. FTA로 농축산물이 다 들어온다. 축산 농가는 사료며 기자재값이며 전체가 다 어렵다. 축산을 포기해야 하는지 대안대책이 정말 필요하다. 대통령이 관심 가질 수 있도록 경륜 있는 위원장을 선출해서 먹거리 산업의 위상을 올려달라”고 제언했다.

특히 문 회장은 “가축 사육부터 가공, 유통,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OECD 36개국 중 26개국이 농식품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약처와 이원화된 상태를 지속하면 먹거리산업이 초토화될 수 있다. 축산업계 인사가 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민영 전 농특위 위원장은 농특위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과거를 거울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위원장은 “2005년 한미, 한.칠레FTA 할 때 어느 누구도 귀띔하지 않았다. 농업계 위원들 모시고 회의를 하는데 대통령, 장관 다 있는 자리에서 전부 불평불만하며 공격하더라. 대통령이 불쾌해 하니 사람들이 다 가버리고 그 때부터 농특위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만 바라봐선 안된다. 농업계가 스스로 위상 정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무처장에 1급 대우
이재욱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은 “농업이 위기인데, 올해가 우리 농업이 바닥을 칠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농특위가 칼자루를 쥐고 농정적폐 청산이라든지 개혁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 소장은 “그러기 위해선 사무처장은 1급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헌중 상임이사 역시 “본위원장과 분과위원장, 특별위원장이 기획조정회의를 해야 한다. 민간주도의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사무처장은 당연히 민간에서 하시고 1급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군승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40여년을 해수부, 농식품부에 있다가 나온지 1년 됐다. 모든 정책이 국민 편인 줄 알았는데 국가에서 국민을 얽어매고 있더라. 대통령이 수산직불제 확대로 어가소득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해수부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수산분야 직불제 예산은 3개 155억원이 들어간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이 어민에 이득이 될지 규제만 양성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헌중 이사는 “본위원회에 행안부장관이 빠진 게 상당히 아쉽다”고 다시 한번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촌마을 주민들은 하나인데 중앙부처 다르고 지자체 달라서 주민들은 참 피곤하다. 농어촌 지역의 통합적 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칸막이를 다 없애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자치분권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데 행안부 역할이 중요해진다. 행안부를 분과위원회에 넣어 농특위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이사는 현안인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선 “예산확대와 가격보장정책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직불제 부정수급 방지방안은 농지문제와 패키지로 제시해야 한다”며 “농촌공간 정책, 여성농, 친환경 농업 등도 중요하다. 농협중앙회 회원 조합에 얼마나 경영개선 요소가 많은지도 살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토불이 옛말…이젠 농촌이 포용력을
이같은 의견에 대해 오병석 단장은 “소비자단체와 행안부의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오 단장은 농촌이 소비자, 국민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신토불이라든가 고향의 정서를 이야기하며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는데, 이명박 정부 때 농가소득이 올라가면서 농촌이 잘 산다는 시각이 생겨 반발심을 가진 측면도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 단장은 “제조산업이 무너져 도시도 상당히 어려워졌다. 농촌이 어려울 때 도시가 안아줬듯이 농촌이 어머니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농특위 출범 때 반드시 있어야 한다. 농특위 생명력을 위해 그런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농특위 구성과 역할에 대한 토론회는 농특위 구성이 완료되는 4월까지 계속 열린다. 박웅두 위원장은 “기존 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과 역할, 개선사항에 대해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