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여한 농협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여한 농협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2.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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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우리나라 농업에서 농협이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일간에서는 농협을 개혁하면 한국농업이 가진 문제의 50%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한다.

지금까지 농협이 농업인의 편에서 농업문제를 해결하려는 협동조합의 모습보다는 신용사업에 치중한 은행의 모습이었다는 것이 2000년대 초반까지의 농민들의 평가였다.

1990년에 민선 선거로 선출된 한호선 전 회장부터 원철희 2대 회장, 정대근 3대 회장이 연속으로 구속되자 농협에 대한 비판은 하늘을 찔렀다. 이후 농협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농협은 2009년 사업구조를 개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6년 5대 민선 회장으로 취임한 김병원 회장은 농협의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김병원 회장은 취임식에서 “지금 농협의 정체성 확립이 가장 시급하다. 기업이 망하는 것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상실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농협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이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경제사업 활성화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런 김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초청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기업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평소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강조했던 김 회장의 주장과는 상반된 행동이다. 이날 공개된 참석자 명단을 보면 김 회장은 대기업 회장 22명에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자산 10조 이상의 기업집단과 계열사를 말한다. 농협중앙회의 자산규모로 따지면 당연히 대기업 수준이다.

농협은 생산자단체이며 협동조합이다. 210만명의 농민조합원을 참여하고 있는 농협의 수장이 농민과의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진, 부영, 대림 등이 유수의 대기업 회장이 이번 초청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농업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을 대표하기보다는 기업의 이름으로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이 과연 농업협동조합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