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수급조절 담합 의혹에 토종닭 농가 ‘한숨’
공정위, 수급조절 담합 의혹에 토종닭 농가 ‘한숨’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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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림 길들이기…피해 농가 고스란히
담합 의혹…‘수급조절협의회’ 기능 상실
토종닭 공급 과잉 해결책 어디서 찾나?
공정위와 하림
공정위와 하림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닭고기 업계의 수급조절 논의를 ‘담합’으로 규정하면서 토종닭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토종닭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지만 공정위의 지적으로 수급조절 기능을 수행하는 수급조절협의회에서 아무 기능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토종닭의 수급불균형 악화는 더욱 가중됐으며 이에 토종닭 산지 시세도 폭락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지난해 12월 12일 토종닭 시세는 kg당 1100원으로 생산비인 kg 2400원에 크게 밑돌았다. 이에 토종닭 2.5kg 한 마리 판매 기준 3000원의 손해를 보는 적자 구조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은 지난달 10일까지 한달간 지속됐으며, 현재 시세도 생산비 수준인 2400원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토종닭 농가들은 육계자조금을 통해 수급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감당 수위가 너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국토종닭협회 관계자는 “토종닭 10만수를 수급조절하려고 했을 때, 닭 한마리 생산 원가를 5000원이라고 가정하고 10만수만 조절하려고 해도 5억원이 든다”며 “저희 육계 총 자조금액이 3억원인데 수급조절을 한다는 건 최소 자금이 10억은 있어야한다. 수급조절을 자조금으로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호소했다.

 

계열화된 토종닭 산업 ‘연중생산구조’로 공급량 증가

 

현재 토종닭 산업을 포함한 양계 산업은 70% 이상이 계열화가 이뤄졌다. 농가들은 대부분의 닭을 계열사에게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닭을 주로 판매하는 토종닭 개인 농가는 비수기엔 공급을 줄일 수 있지만, 도계 닭을 파는 계열화 생산자는 ‘연중생산구조’로 들어가 마트와 시장에 판매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공급 상태로 운영돼야 한다.

현재까지 장기적인 침체화를 겪고 있는 토종닭 산업은 수급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 공정위 조사가 있기 전엔 수급조절대책회의가 열려 일정량을 도축해 냉동처리를 하거나 소외계층을 돕는 강구책을 마련하며 수급조절을 해왔다. 하지만 공정위의 담합의혹 조사가 시행된 이후, 이마저도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토종닭 시세가 급격히 하락했고 이를 감지한 토종닭협회와 계열사는 몇차례 수급조절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담함 의혹으로 하림과 토종닭협회 등을 조사하면서 회의는 번번히 무산됐다. 이에 토종닭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담합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쌓아 놓고 팔 수 없는 축산물의 특성상 수급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열사로 노린 공정위 칼날, 결국 농가 향해

 

더불어 계열화 된 토종닭 산업을 언급하며 “계열사에서 육계가 100%를 차지한다고 했을 때 토종닭 부분은 약 5%정도”라며 “계열사는 공정위에게 과징금을 물게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소규모인 토종닭 수급조절에 앞장서지는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토종닭을 계열사에 공급하고 있는 농가들은 생산비 이하인 시세로 지속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의 칼날이 계열사를 향하고 있지만, 결국 계열사에게 토종닭을 공급하고 있는 개인 농가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수급조절이 불가피하거나 가격 폭락이 예측이 되는 상황에도 공정위의 조사로 손발 쓸 수 없어 토종닭 생산농가들과 계열사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생산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 농가들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필요시 정부가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로 가격 안정을 꾀해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축산법에도 명시돼 있다고 설명하며 “수급조절협의회에는 농림축산식품부도 속해있다”며 “정부도 속해있는 공식적인 수급조절협의회에서 담합을 논의한다고 의심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