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유통인 면담, 넉달 동안 거르지 않아
"농업인ㆍ소비자 모두 만족 유통환경 조성할 것"
박원순 '소통 철학' 가락시장서도 통하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이 취임 당시 약속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가락시장 내 상인 등 유통인들은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현장을 꼼꼼히 살피고 어느 쪽에도 손실이 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김 사장에 대해 평가했다.
이들은 김 사장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함께 하십시다" "함께 가십시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호 사장 특유의 '소통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취임 넉달을 맞은 김경호 제16대 사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취임을 기념한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정한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장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했었다.
이날 두 번째로 열린 기자간담회는 김 사장의 첫 약속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는 인사말에서 "공사 직원들에게 친절, 소통, 감동, 세 가지를 강조한다. 서로 친절해야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고, 많은 대화를 토대로 나온 대안이 모두를 감동시킨다는 의미다"라며 "친절한 서비스 제공자로 자리매김해 공사를 대한민국 제일의 모범 공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첫 마음가짐을 재확인했다.
실제 김 사장은 취임 이후 넉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락시장 유통인들을 찾아 면담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3개 권역으로 쪼개 매일 현장 방문을 나간다. 가락시장 내 유통인들은 석달에 한번씩은 그와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이 역시 민원에 대해선 현장 중심으로 처리해 나가겠다고 한 그의 첫 약속이었다.
그런 김 사장도 집무실에 '열정, 헌신, 공정'을 새긴 팻말을 놓고 항상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김경호 사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속초에서 가락시장으로 5톤 트럭 두 대가 온다. 전국 먹거리의 집하처로서 소비자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동시에 300만 농업인의 안전한 출하처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낀 게 사실"이라며 막 취임했을 때의 소감을 되짚었다.
이어 "조직개편을 통해 새 진영을 갖추고 100일 정도 지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지금은 차분하게 일을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막중한 책임감에서 아직 완전히 해방되지는 않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집무실 책상 위에 '열정, 헌신, 공정'을 새긴 팻말을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보며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고 전했다.
신임 김경호 사장은 1959년생으로 전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도시교통본부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광진구 부구청장 등을 지낸 30년 경력의 행정 전문가다.
인사 청문회 당시 농산물 유통분야 경력이 없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공직근무 중 입증한 탁월한 소통력과 추진력이 전문성 논란을 가볍게 뛰어넘어 지난해 10월 제16대 사장에 취임했다.
세간에선 김경호 사장의 취임을 두고 박원순 시장의 '소통 코드 인사'로 부른다. 박 시장의 시정철학이 '소통'인만큼 가락시장 내 현안을 둘러싼 갈등을 소통과 협의로 잘 풀어낼 만한 적격 인사라는 의미다.
김 사장은 "직접 현장을 살펴보고 가급적 현장중심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산 투입이 필요한 일은 예비비나 추경을 활용해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300만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만들겠다.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가락시장엔 수십년 동안 시설현대화사업, 하차거래,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을 두고 이해 당사자간 갈등과 마찰이 꾸준히 있어왔다. '해결사'로 보내진 김경호 사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