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 표기, 먹어도 무방한 달걀 버려지는 것 아닌지
산란일자 표기, 먹어도 무방한 달걀 버려지는 것 아닌지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2.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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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식약처 합의는 했지만 농가는 ‘근심’
양계협회, 정부 협상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
냉장유통체계구축 등 농가 피해 최소화할 조치 필요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계란 산란일자 표기’가 지난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TF 구성과 운영 등 농가 피해를 최소화 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양계협회의 식약처 앞 농성이 70일 끝에 종료됐다. 같은 날 식약처와 농식품부는 서울지방식약청에서 양계협회와 협의한 내용을 알리는 브리핑을 열고 “23일부터 예정대로 산란일자 표기 제도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제도가 시행되면 달걀 생산정보는 산란일자 4자리 숫자를 맨 앞에 추가로 표시하여 기존의 6자리(생산농가, 사육환경)에서 10자리로 늘어나게 된다.

식약처는 이에 대한 양계협회의 요구를 일정부분 받아들여 산란일자 표기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6개월의 계도기간을 주고 영업정지 15일 등 농가의 행정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식약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을 개별 농가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에서 지역 광역 선별포장업장을 설치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4월 25일부터 광역 선별포장유통제도가 시행되며 이 또한 생산자단체 요구 사항 등을 반영해 1년의 계도기간을 두고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또 양계협회가 주장했던 신선도는 유통과 보관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신선도 유지를 위한 냉장유통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유통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농식품부와 관계부처, 생산자단체, 유통상인, 소비자 단체, 학계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T/F를 구성·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양계협회 쪽에서 주장했던 유통 상인들의 가격담합을 제지할 ‘계란 거래 참고가격 공시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양계협회는 “기존의 후불거래방식은 일부 유통상인들이 ‘갑’의 위치에서 담합하고 할인된 가격을 농가에게 통보했던 불법적인 관행이 있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막기 위해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포된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흥정을 통해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식으로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도기간 6개월, 혼란스러운 농가

농성 70일 만에 극적으로 식약처와 양계농가가 타협하게 됐지만, 식약처와 농식품부가 제시한 대안들에 대한 구체적 날짜와 기한이 명시되지 않아 일부 농가들은 조급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산란일자 표기 시행으로 일부 유통 상인들이 산란일자가 조금 지난 것들은 수거해가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서 섭취해도 무방한 계란들이 반품 당하거나 버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연천의 소재의 농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마트나 큰 유통점 같은 경우는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해 산란일자가 찍힌 계란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금은 계도기간이기 때문에 전통시장과 작은 가게에서는 산란일자가 찍히지 않은 것도 수거해가지만 계도기간 이후에는 일부 유통 상인들이 수거를 꺼리는 일이 발생하고, 산란일자가 조금 지났다는 이유로 남겨지는 계란들이 분명 생길 것”이라고 주지했다.

계도기간 동안의 산란일자 표기에 대한 농가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천안 소재의 농장 관련자도 “아직까지 6개월간의 계도기간으로 산란일자 표기를 하지 않았지만 다른 농장은 조금씩 하고 있다기에 조급함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란에 산란일자를 표기하더라도 겉 포장지 때문에 소비자가 쉽게 볼 수 없을텐데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산란일자 표기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며 표기를 해야 할지 고민을 드러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양계협회도 마찬가지로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시하더라도 포장재에 쌓여있어 소비자가 확인해보기 어렵고, 확인하려 포장재를 훼손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계란에 오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같은 포장재 지적에 대해 지난 브리핑에서 식약처는 “투명 재질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거나 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이 난각 산란일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양계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며 줄여가고 있는 상황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산란일자 표기가 시행됐음에도 아직 뚜렷한 대안이나 구체적 계획이 없어 농가들은 계도기간 동안 산란일자를 표기해야하는지, 계도기간 이후 수거하지 않는 계란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양계협회는 “70일의 농성은 끝났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농가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식약처와 농식품부가 협의해 산란일자 표기와 식용란선별포장업장설치에 관한 계도기간에 문제점이 발생하면 대책을 마련한다고 고시했으며 농가의 입장을 듣고 정부와 협의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TF운영·구성, 냉장유통체계구축 등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빠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의 의견을 꾸준히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