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법인 자조금 걷게 하면 거출율 상승
도매시장법인 자조금 걷게 하면 거출율 상승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3.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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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 의무자조금 활성화 정책토론회
대다수 영세 소농‧복잡한 유통구조로 거출율 낮아
대부분 자조금단체 인력.재원 부족...전문성 미흡
자조금단체에 재배‧수출허가권 주어 대표조직 위상 정립
미납자 지원제한, 유통업체로 거출대상 확대해야

2000년 자조금제도 도입, 현재 25품목 운영

파프리카‧참다래…농가소득지지 우수사례

5억미만 단체 다수, 소비촉진 중심 '한계'

10품목 의무자조금 전환, 6천억원·1만8천호

소량 다품종 생산구조…뉴질랜드 모델 적용을

자조금단체 통합 ‘자조금협회’ 구성 방안 검토

‘농산 의무자조금 육성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조금운영 활성화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농산 의무자조금 육성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조금운영 활성화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산 의무자조금 운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강석진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품목별의무자조금단체 후원으로 최근 국회에서 개최됐다.

2013년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원예농산물 의무자조금 도입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다수 자조금단체가 생산자의 낮은 인식과 참여 저조로 기본적인 자조금 거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추진도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행사에 머무르는 등 운영효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토론회에선 양적으로 성장한 자조금이 질적 성장을 통해 품목별 대표조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장치에 대해 논의했다.

원예농산물통합지원센터 구축

자조금 미납자에 대해 사업을 제한하고 도매시장을 거출목으로 활용해 원예농산자조금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정상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원예농산물 자조금 현황 및 정책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자조금단체를 통해서 수출을 할 수 있게 한다거나 자조금을 내는 경우만 해당 품종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해 자조금단체가 실질적인 품목별 대표조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품목별 자조금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원예농산물자조금협회’를 구성하고 그 사무국 역할을 수행할 원예농산물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때 협회는 소비촉진과 신품종 연구개발 지원, 교육, 의무자조금 전환 지원 등 기존 자조금단체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과장은 특히 자조금단체 역량 강화를 위해 자조금단체에 샤인머스켓과 같은 신품종 개발을 지원하고 자조금을 내는 농가만 해당 품종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전용실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급관리도 자조금단체가 즉시 산지폐기, 출하조절 등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봤다.

유통업체도 수혜범위…자조금 내야

자조금의 효과적인 거출을 위해 도매시장법인을 자조금 수납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주목된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영세 소농이 대다수인 점과 복잡한 유통구조가 낮은 자조금 거출율의 원인”이라며 ‘무임승차’ 문제를 짚었다. 김 원장은 “원예농산물의 도매시장 경유율이 높은 특성을 이용해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자조금을 거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대형 유통업체 등 소비지 유통업체도 자조금을 납부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산물 자조금제도는 2000년 최초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25개 품목이 조성됐다. 이 가운데 10개 품목이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됐고 15개 품목의 의무자조금이 운영되고 있다.

강석진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대다수 농산 의무조자금 단체가 재원 및 인력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 부진, 수급 불안정 등과 같은 문제에 농업인이 스스로 대응하기 위해 자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지난 연말 자조금 운영을 활성화할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자조금단체 개념 정립, 거출금 미납자 지원 제한, 원활한 거출금 수납을 위한 주소제공 허용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원예농산물자조금 운영 우수사례
원예농산물자조금 운영 우수사례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재원 부족에 의무자조금 전환해도 차별성 부족

의무자조금은 정부를 포함한 농업인, 생산자단체, 유통업자 등 품목 산업 관계자가 해당 품목의 산업발전을 위해 자율적으로 조성하는 기금이다. 이 기금으로 자율적 수급조절, 소비촉진 사업, 농민 교육 등을 지원한다. 농산물 소비를 늘려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거출금액은 품목 가격의 1% 이내로 소비촉진, 품질향상, 수급조절 등 활동의 주요재원이다. 원예농산물 자조금제도는 2000년 파프리카, 참다래를 시작으로 현재 주요 과수, 채소, 화훼품목, 친환경농산물, 인삼 등 25개 품목에 도입됐다.

정부는 농가 거출금만큼의 금액을 지원하는 1:1 보조(매칭펀드)를 시행하다가 2008년 평가제도를 도입하면서 성과에 따라 지원금에도 차등을 두기 시작했다.

2013년엔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의무자조금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이듬해엔 자조금 사업 내실화를 위한 임의자조금 졸업제를 도입하게 된다. 지난해엔 자조금단체에 생산유통 자율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 의무자조금 중심의 지원체계를 강화했다.

현재 의무자조금의 평균 산업규모는 6000억원, 농가 수는 1만8000호 규모다. 2만톤 시장 격리로 가격을 55%나 상승시킨 감귤과 1000톤 시장격리로 가격이 83% 상승한 파프리카가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품목이 의무자조금 전환 이후에도 소비촉진사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임의자조금 때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농협·농업인단체와 역할 중복

자조금단체의 사업이 소비촉진 활동에 머무르는 주된 이유로는 사업기반 부족이 꼽힌다. 실제 자조금 조성액 5억원 미만인 단체가 다수이고 사무국의 사업기획이나 행정처리를 위한 인력부족 등이 전문성을 저해하는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촉진 활동이 여러 단체로 분산된 것도 자조금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농협, 품목농업인단체 등이 자조금과 역할이 겹쳐 충돌을 빚기도 한다. 원예자조금 25 품목 중 17개가 농협 품목별협의회가 구성돼 있다.

김동환 원장은 “현재 품목 관련 정책은 농협, 협회, 과수농협연합회 등으로 분산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낮다. 품목 조직과 자조금을 합쳐 통합적인 정책 추진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당 재원 회원조합 개별 사업에 집행

자조금단체와 개별생산자단체간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김 원장에 따르면 현재 조성된 자조금의 상당부분은 회원조합의 개별적 사업수행에 집행되고 있다. 이는 공동 이익 추구라는 자조금제도의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산지와 관계없는 무상표 소비촉진은 자조금단에서 수행하고 산지.브랜드별 촉진은 개별생산자단체에서 수행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상 과장은 “의무자조금 납부자에 대한 사업 우선지원을 규정한 법률을 미납자에 대한 지원제한으로 변경하고 경영체 DB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자조금 도입시에서 회원명부 작성과 대의원선출용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인 참여 ‘제스프리’ 벤치마킹을

품목별로 다양한 편차가 존재하지만 키위는 뉴질랜드 내에서도 가장 성공한 자조금 사례로 꼽힌다. 뉴질랜드는 법에 의거,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제스프리에 배타적인 수출권한을 부여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략적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위원회가 인가하거나 승인한 경우가 아니면 키위를 수출할 수 없다. 전체 농업인이 자조금단체,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제스프리, 선과조직 등의 운영에 참여한다. 9개 선과조직 53개 선과장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키위를 선별 포장한 후 세계 여러나라로 수출하고 있다.

지역농업네트워크 협동조합 김종안 이사장은 “키위 생산자가 3000호 수준으로 관리 가능 수준을 유지한다”며 소량다품목 생산구조인 우리나라 여건에 적합한 사례임을 시사했다.

또 자조금단체의 실질적인 생산유통 자율조절 사업 수행과 생산자중심의 시장대응을 위해선 자조금단체(품목별 생산자단체), 의무자조금, 마케팅보드의 3각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한 유통조직을 지정하고 수급(출하)조절을 위한 법적권한을 갖는 한국형마케팅보드가 필요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