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우위 선점한 일본 주도 CPTPP 가입시 시장개방 ‘불가피’
시장 우위 선점한 일본 주도 CPTPP 가입시 시장개방 ‘불가피’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3.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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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쌀 수출국 태국도 CPTPP가입, 일정 쌀 수입도 고려해야
낙농업계도 “CPTPP 가입시엔 국내 낙농업은 ‘초토화’”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세계 주요 쌀 수출국 중 하나인 태국이 최근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가입을 결정하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이 주도하는 CPTPP 가입하게 되면 국내 쌀 농가를 비롯한 국내 농업계의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CPTPP는 일본·캐나다·멕시코·말레이시아·베트남·호주 등 11개국이 가입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참가국 경제규모의 합계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3%를 차지한다. 과거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다가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탈퇴를 선언하면서 총 11개국이 명칭을 CPTPP로 변경한 후 자국 내 비준을 거쳐 지난해 12월 30일 발효됐다.

이 협정은 농업을 포함해 무역자유화를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고 모든 무역상품에 대해 100% 관세철폐를 목표하는 협력체제로, 경제동반자협정(EPA)보다 더 높은 단계의 무역자유화로 알려져 있다.

최근 많은 쌀을 수출하는 태국이 가입을 결정하면서 농업분야의 CPTPP 무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태국이 이달 안에 다자간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국이 이번에 가입신청을 하면 지난해 12월30일 협정이 공식 발효된 후 첫 추가 사례가 된다. 또 태국이 가입신청을 할 경우 가입국 절반 이상이 찬성 의사를 표하고 24일 선거 이후 구성되는 새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공식적으로 가입이 완료된다.

태국의 CPTPP 추진은 이미 CPTPP에 참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데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분석이다. 이들 국가는 거대 무역협정에 참여해 다른 가입국들과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며 가격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CPTPP 가입에 대해 협정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은 반기는 기색이다. 태국은 일본의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각종 제조부품 업체들이 모여 있어 ‘동양의 디트로이트’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태국도 동남아 제조기지로써의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CPTPP 가입이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CPTPP 가입을 결정하게 되면 태국의 자동차 제조 산업 기반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요 수출 품목인 국내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농업분야 등 전반적인 산업 환경이 비슷한 일본이 주도하는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우위에 있는 일본의 수출 품목과는 경쟁력이 떨어져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주요 쌀 수출국인 태국이 가입을 결정한 것과 더불어 영국‧대만‧콜럼비아 등 다른 국가들도 가입을 고려하면서 우리나라가 섣불리 가입을 결정하게 되면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으로 국내 농업 분야의 피해가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우리나라가 CPTPP가입을 고려할시엔 협상 테이블에서 호주‧캐나다‧뉴질랜드‧칠레‧멕시코‧베트남‧말레이시아와 같은 대표적인 농산물 순수출국뿐만 아니라 한국시장을 겨냥해서 농식품 수출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일본에게 농식품의 상품양허와 관련한 강한 개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재도 농업 수출 물량이 수입물량보다 현저히 낮아 국내 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2019농업전망에 따르면 관세화 전환으로 매년 40만 9000톤 규모의 수입쌀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지만 쌀 수출량은 연평균 2000톤 내외 수준에서 정체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시장 우위를 선점한 일본이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산물 시장 개방도 늘려야하는 CPTPP 가입에 농민 단체들은 직접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남의 쌀 생산 농민은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쌀이 가공용 쌀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쌀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더 이상 해외수입 물량을 늘릴 것이 아니고 국내 농업의 안정화부터 꾀해야한다”고 주지했다. 지난 12일 낙농육우협회도 우리나라의 CPTPP가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은 낙농선진국이기 때문에 CPTPP가입시 국내 낙농 시장에 강한 개방 압력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낙농산업은 과거 FTA 여파로 유제품 수입량(원유환산)은 지난 2010년 1135천톤에서 2018년 2198천톤으로 지난 8년 사이 93.7%나 증가했고, 같은 기간 국산우유 자급률은 65.4%(2010년)에서 49.3%(2018년)로 추락했다.
특히 한·미 FTA 협정에 따라, 오는 2026년 유제품 관세가 ‘완전철폐’되는 마당에 우리정부가 CPTPP 마저 가입한다면 국내 낙농산업과 농업계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