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만원으로 농가 경영안정?…‘농민수당’ 실효성 의견 분분
월 5만원으로 농가 경영안정?…‘농민수당’ 실효성 의견 분분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3.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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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아닌 ‘농민’ 개인에 지급하고
지차제보다 국가적 지원 나서야
해남군 농민수당 조례제정 (자료제공:해남군청)
해남군 농민수당 조례제정 (자료제공:해남군청)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자 농민수당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지만 적은 금액으로 소득보장이라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근로자는 최저임금이라는 보호장치가 있지만, 농가는 소득보전 장치가 없으며 우리나라의 직불제도 자체도 소득보전으로는 한계가 있어 농민수당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만 아직은 지급금액이 매우 적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9농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근로자의 소득과 농가 소득의 격차는 서서히 벌어지는 추세이며 중장기적으로 도농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식생활 변화 등으로 육류와 수입 과일의 1인당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7대 곡물, 5대 채소, 6대 과일과 같은 국산 농산물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여서 농산물 판매로 농가들의 안정적인 수입은 물론 최소한의 소득 보존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자체 ‘농민수당’카드 꺼냈지만… 효과는 ‘미비’

 

각 지자체에서는 위축되는 농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수입을 보완할 방안으로 ‘농민수당’을 속속들이 도입해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농민수당이란 농업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목적으로 농가에 지급되는 수당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는 ‘농가 경영안정자금’으로 강진군에서 처음 도입된 바 있다. 농민수당은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민민중당의 정책제안으로 최초 언급된 바 있으며 초창기에는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제안됐지만, 강진군에서는 5만원으로 농가에게 지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남 해남군은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 도입을 발표했다. 해남군은 군 전체 인구의 30~4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업군’이다. 5대 작물이라 불리는 쌀, 배추, 마늘, 고구마를 포함해 밀까지 재배하고 있으며 전국 최대의 경지면적을 자랑하고 있어 농업이 핵심산업이다.
박상철 농정과 주무관은 “우리 군에서 농가 인구만 30~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고령화 등으로 점점 줄어가는 추세로 농업인 소득 안정을 도모하고, 군의 주요 산업기반을 지키기 위해 농민수당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남군은 연간 60만원을 지역화폐인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전체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 따르면 해남군뿐만 아니라 경북 봉화군, 충남 부여군 등도 농민수당 도입을 확정했으며 강원도, 전북도, 전남도도 2020년 시행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봉화군은 농가당 연 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며 부여군은 농가당 연 14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이 실제로는 농가 단위로 지급되면서 농민수당이라는 명목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가에 월 5만원씩 지급되는데, 한 농가에 농민부부가 농사를 짓고 있다고 가정하면 농민 개인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2만 5천원으로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것.

이로 인해 농민수당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은 농민들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다. 먼저 적은 금액의 수당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농민도 있지만 사실상 월 5만원의 금액이 농가경영과 소득보전에 크게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속히 시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 고창군은 오는 하반기부터 농민 1인당 월 5만원의 지역 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군의회가 조례제정안을 계류하면서 농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고창군 관계자는 “오는 하반기에 농민수당이 도입될 수 있도록 일정을 맞췄다며 올 4월에 다시 의회가 열려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민단체들은 농민수당이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는 취지를 갖는 것은 물론, 환경보호·경관보전 등 농업 농촌이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고 있는 농민의 역할을 반영해 국가가 수당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생태환경적 기능, 사회문화적 기능 등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86조원 정도로 예측한 바 있다.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농민수당이 농가 단위로 지급되면서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도움이 주는 정책이 아닌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남게 될 수 있다며 먼저 국가가 예산을 확보하고, 지자체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농민수당을 관리·지원해야 농촌·농업이 지속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