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지역별 최고품질 품종을 재배해야 하는 이유
[전문가칼럼]지역별 최고품질 품종을 재배해야 하는 이유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3.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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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김보경
김보경 박사
김보경 박사

지역별 최고품질 품종을 재배해야 하는 이유

 

쌀에 대한 정부 정책은 1970년대까지 증산에 초점을 맞추어 쌀 자급이 이루어졌고 1990년대에 이르러 수량증대와 품질향상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먹거리 해결과 품질 고급화가 이루어졌다. 이후부터 우리 품종은 비로소 외래품종 밥맛과 외관 품위의 벽을 넘어섰고 품질은 물론 내병충성 및 재배 안정성 등에서 그 우수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국내소비시장에서 외국품종 브랜드쌀에 대한 선호도의 벽은 넘어서기에 쉽지 않게 느껴진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의 쌀 유통시장에서 우리 품종보다 일본품종인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등의 브랜드쌀이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품종이 일본품종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면 일본품종의 브랜드가 더 비싸게 팔리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겠지만, 우리 품종이 품질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 입증되었음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2010~11년 한국, 일본, 중국에서 3개국의 대표 품종을 대상으로 국가별 밥맛 검정을 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식품연구원은 국내산 호품벼가 일본산(이바라끼현) 고시히카리보다 밥맛이 좋은 것으로 평가하였고, 일본 작물연구소 밥맛 평가단은 삼광벼와 고시히카리가 비슷하며 호품벼나 칠보벼도 고시히카리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일본 평가단에 따르면 한국품종은 밥맛이 좋고 담백하며 찰기가 좋고 호품벼는 스시용으로도 좋은 특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호품, 삼광, 칠보가 중국품종보다 밥맛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2018년 기자·한식전문가 대상 밥맛 평가에서는 삼광이 고시히카리와 비슷하고 영호진미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품질 평가를 한 결과, 2008년 당진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호품벼가 고시히카리보다 밥맛과 쌀 품위에서 우수한 것으로, 경기도 평택에서는 삼광벼와 고품벼가 고시히카리보다 쌀 품위와 밥맛이 양호한 것으로, 경기도 화성시에서는 호품과 칠보가 추청벼보다 밥맛이 좋은 것으로, 2009년 전남 해남 옥천군에서는 호품벼가 히토메보레보다 밥맛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후에도 최고품질 품종인 호품벼, 삼광벼, 영호진미 수준의 쌀 외관과 밥맛이 우수한 품종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왔고, 이제는 지역별, 작기별 및 재배양식별 최적품종을 선정할 수 있도록 최고품질 품종이 다양화됐다. 조생종으로 해들, 진광, 중생종으로는 하이아미, 청품, 중만생종으로는 진수미, 영호진미, 미품, 수광, 예찬 등이 있으며, 남부지역 소득 작물 후작용으로 해담쌀 등이 대표적이다.

기상환경을 고려한 지역별 재배적합 품종을 보면 중부평야지에는 삼광, 칠보, 하이아미, 청품, 진광, 해들, 남부평야지에 수광, 미품, 영호진미, 예찬, 서남부해안지역에 현품, 해품, 충북과 경남북에는 진수미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생산현장에서는 지역에 알맞은 최고품질 품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으로 이들 품종의 재배면적 확대가 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생산농가는 재배가 쉽고 수량이 많아야 쌀농업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벼 품종을 선택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소비시장에는 이미 고품질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있어 평범한 품질의 신규 브랜드를 가지고 소비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때가 늦었다. 국내 밥쌀용 쌀 소비시장은 제한되어 있고 1인당 소비량 자체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여서 소비시장에서의 브랜드쌀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브랜드쌀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야 할 것은 자명한 일이며, 지자체별로 특화된 품종을 선정하여 우수한 품질의 쌀 브랜드를 소비시장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단일품종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를 보면, 전북은 신동진벼가 이용되고 있고 충남은 삼광벼가 자리하고 있어 이 두 품종의 재배면적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충북지역은 지금껏 추청벼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 진수미로 교체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도 이천은 추청벼와 고시히카리를 교체하기 위하여 국립식량과학원과 3년간 협력을 통하여 신규로 개발한 ‘해들’, ‘알찬미’를 선정하였다. 이 밖에도 충남 서산, 전남 담양 및 전북 고창에서도 지역에 알맞은 최고품질 품종을 선정하기 위한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지자체별, 시·군별로 특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운 최고품질 쌀브랜드로 소비시장을 겨냥함으로써 향후 품질이 우수한 우리 품종 쌀브랜드가 고가 쌀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행세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