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건조 분말…유박비료 대체 기대
음식물 건조 분말…유박비료 대체 기대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9.03.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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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처리 염분 함량↓…집적 문제 해결
농진청 눈치보기…“농민을 먼저 봐야..”
남은음식물 처리&수입 원료 대체 효과
기존 원료 아주까리 맹독성 ‘리신’ 함유
농가, 효과 보증되고 토양에 안전…단가도 낮췄다면 음식물 유기질비료 ‘찬성’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음식물 건조 분말을 활용한 유기질비료가 독성이 지적되던 아주까리박(피마자박) 원료 유박비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수입에 의존하는 유박 원료를 대체하고 기존보다 낮은 단가로 비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음식물 건조 분말을 유기질비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 개정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농촌진흥청에 대한 관련 업계와 농업인들의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에서 남은음식물은 가축분퇴비 50% 이상, 이물질 선별 제거 후 폐수를 짜낸 고형분 50%이하의 기준을 적용해 부숙유기질비료로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주까리유박, 연간 35만톤 수입

유기질비료는 부산물비료에 속하며 부숙유기질비료(퇴비, 가축분퇴비)를 제외한 혼합유박·혼합유기질·유기복합비료 등을 말한다. 

특히 식물 종자의 기름을 짜고 남은 찌거기가 이용되는 혼합유박비료에는 값싼 아주까리박이 주로 사용된다. 원료인 아주까리박을 얻기 위해 연간 5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돼 35만톤이 수입되고 있다. 음식물 건조 분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아주까리박와 크게 차이가 없으며 단가에서도 아주까리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 관계자는 “음식물 건조 분말의 경우 악취문제나 유해성 문제가 없고 토양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기존 아주까리 박과 차이가 없어 부숙하지 않은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아주까리박은 맹독성 물질인 ‘리신’이 함유돼 위험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아주까리박 비료를 먹은 개와 고양이가 폐사했으며 아주까리박 비료 공장 인근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또 지난 2017년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청산가리보다 강한 독성 물질로 리신이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음식물 건조 분말…“염류집적 없다”

남은음식물 비료 활용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특히 염류집적으로 토양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하지만 건조 공정을 통해 남은음식물의 염분 함량을 낮췄으며 농진청에서도 비료로 사용되는 음식물류 건조 분말의 염분 기준을 골분과 같은 수준인 2% 이하로 설정한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음식물처리업체 관계자는 “염분 함량을 더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염분에 관련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남은음식물 건조 분말 비료 시장이 형성되면 추후 염분을 더 낮추는 부분에 대한 협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민들도 효과와 안전성이 보장되고 더 낮은 가격으로 유기질비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음식물 건조 분말의 비료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한 농민은 “염분집적으로 땅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비슷한 효과와 낮은 가격의 음식물 건조 분말을 사용할 것”이라며 “농업인 소득 증대 측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에서도 관련 법을 빠르게 개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진청 늦장행정…3월 중 개정 계획

남은음식물 처리업계에서는 지난해 남은음식물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유기질비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지난해 11월 행정예고가 이뤄진 상황이다. 현재 법안 개정이 이뤄지고 남았어야 하는 기간이지만 농진청의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남은음식물 처리업체의 불법 비료 사용이 보도됐으며 가축분퇴비 업계에서도 음식물 비료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자 농진청은 한발짝 뒤로 빠져 관망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음식물처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남은음식물 비료로 활용하기 위한 처리 시설 준비를 완료했다”며 “농진청에서 지난해 11월 행정예고 했지만 남은음식물 비료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보도되자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농민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농진청이 눈치를 보고 있다니 한심스럽다”며 “3월이 끝나가는 이 시점 농업인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건 여적 뭐 했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남은음식물 관련한 지적이 계속되자 농진청은 지난 14일 농업인의 의견을 수렴후 유기질비료 원료 허용 개정을 3월중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