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쌀 목표가격…농민들 아스팔트로
잠자는 쌀 목표가격…농민들 아스팔트로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3.1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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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3월 농민대회 열려
직불제 개편 ‘개악’규정, 예산 대폭 확대 주장
공공수급제‧농민수당 실시, 직불금 부당수령 근절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는 직접지불제 개편이 예산범위를 놓고 주춤한 가운데 농민 1000여명이 ‘직불제 개악’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하며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2019 농민중심 농정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쌀값 안정대책 없는 변동직불제 폐지는 농민을 죽이는 꼴”이라며 농민이 중심이 되는 농정개혁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3월 농민대회는 이례적인 것이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3월 사상 유례 없는 농민대회를 연 것은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직불제, 쌀 목표가격 예산을 삭감하는데도 여야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도 입도 벙긋 못했다”며 “직불금을 많이 줘도 농산물가격이 추락하면 무슨 소용이며 지주가 뺏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가 들고 일어선 이유는 쌀 목표가격 결정이 해를 넘기고 계절이 바뀔 때까지도 결정되지 못한 지금의 상황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작년부터 국회가 열릴 줄을 모르니 농민 함성으로 국회를 깨워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쟁에 치우쳐 민생을 뒷전으로 미뤄놓은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난 15일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쌀 공공수급제 실시와 직불예산 확대, 채소가격 대책,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난 15일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쌀 공공수급제 실시와 직불예산 확대, 채소가격 대책,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목표가격 설정이 지연되자 매년 2월에 지급하던 변동직불금도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직불제 개편안은 4개 직불금을 통합해 고정직불화하고 변동직불금을 없애는 대신 고정직불금 단가를 큰 폭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으로 농식품부는 2조6000억원, 농민단체와 야당 일부는 3조원에서 5조원을 제시했지만 정작 기획재정부는 최근 5년간 들어간 평균 금액 1조8000억원 내에서 해결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과 시세 차액의 85%를 보전해 최소한의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변동직불제 폐지는 농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새로운 농가소득안정 장치에 대해 정부와 국회, 농민단체, 또 농민단체 간에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쌀 농가 대표조직인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김광섭 회장은 “사전적 수급조절장치인 생산조정제의 의무화와 사후적 수급조절장치로 자동시장격리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농은 쌀부터 ‘공공수급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이 근절되지 않으면 해마다 농산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가격폭락과 산지폐기의 연결고리를 끊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밥 한 공기 300원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정치권은 예산을 삭감하고 쌀 목표가격도 정하지 않고 있다. 농사를 지어야 할 농민들을 다시 아스팔트에 세웠다”며 “직불제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농민수당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불제 예산 확대에는 이견이 없는 것이다.

특히 주요 쌀 수출국 5개국과 협의 중인 TRQ(저율관세 쌀 의무수입량)의 국별쿼터 논의를 미국, 중국 등이 한국으로 ‘밥쌀용 쌀’을 안정적으로 수출하기 위한 시도라고 봤다.

전농은 “2015년 정부는 쌀을 513% 관세율로 전면 개방하면서 수입쌀 용도제한 삭제, 국별쿼터 삭제, 밥쌀용 쌀 의무조항 삭제를 약속했다. 5년째인 지금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 국별쿼터를 부활시켜 결국 밥쌀용 쌀을 의무수입하겠다는 망발을 내뱉고 있다”며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직불금 부당수령 근절 대책과 겨울대파, 월동무․배추 등 채소값 폭락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했으며 2차 공모가 진행중인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중단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농업계의 4대강 사업’으로 규정하고 “토건중심 농정을 청년농 육설사업으로 포장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농업예산을 퍼주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