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선거 완료…쌀값 변화 기점 되나
조합장선거 완료…쌀값 변화 기점 되나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3.19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훈 차관보 “정부 재고 전년대비 20만톤 많아”
농협도 10만톤 초과, RPC 융자상환 ‘기름 붓는 격’
정부의 구곡 방출 결정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2016년 쌀값이 폭락하자 농민단체들이 쌀값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
정부가 구곡 방출을 결정한 지난해 11월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회장 김광섭, 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쌀값 안정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도 정부양곡 재고량이 전년보다 20만톤 많아 재고량을 덜어내기 위한 공매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농업신문]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조합장 선거를 기점으로 쌀값 변화가 시작될 거라는 전망이 현실로 다가왔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지난 15일 농협 대의원회의에서 “2018년산 정부양곡 재고가 전년보다 20만톤 많은 상황”이라며 “3월 이후 산지쌀값이 어떻게 형성될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김 차관보의 이같은 우려는 앞서 13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후 바뀐 새 조합장이 쌀 재고 관리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가정에서 비롯됐다. 현재 산지쌀값은 80kg 한 가마당 19만3000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17년 대비 26% 오른 것이다. 작년 수확기에 농식품부와 농협이 산지 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특히 농협중앙회는 2조원여 자금을 지역농협에 지원하며 매입가격을 6만3000원(40kg 조곡) 정도로 끌어올렸다.

매해 그렇지만 특정시기에 집중투매가 이뤄지지 않아야 올 가을까지 쌀값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쌀 업계는 이전부터 선거 직후를 기점으로 서서히 물량이 나오기 시작해 3~5월 홍수출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었다.

새 조합장의 부담감, 그리고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제도 변경이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전 조합장이 사들인 벼의 처리에 부담감을 갖는 새 조합장이 벼 매입자금을 갚느라 조급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매해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전국 RPC에 수확기 벼 매입자금을 차등 융자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로 진입한 RPC 2곳과 기존 RPC 중 운영이 부실한 5곳을 제외하고 총 209곳이 정부지원 RPC로 지정됐다.

문제는 자금 상환 시기를 기존 8월에서 6월로 앞당김에 따라 업체들이 대환대출로 빚을 갚을 길을 막아놓은 것이다. 정부는 RPC의 건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자금상환방식을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RPC는 자금유동성 확보가 용이하지만 수백억대를 쓰는 조공법인(통합RPC)의 경우엔 단기간에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 더욱이 대환대출로 연명하다시피하는 민간RPC는 부도를 우려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RPC 매입물량이 전년보다 많은 것도 홍수출하를 예견하는 주요 요인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수확기 농협의 매입물량은 169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59만톤보다 10만톤(6.3%)이 많다. 초과되는 10만톤 중 9만톤이 비RPC농협에 있다. 이에 따라 농협양곡 내 조곡중개센터를 통해 비RPC가 RPC에 재고 물량을 팔도록 주선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비RPC와 연결시켜주기 위해 지역 농협별 재고물량을 조사하고 있다”며 “그러나 비RPC 대부분이 연간계약 방식이라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비RPC 재고물량이 민간으로 확산돼 홍수출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생산조정제 참여가 저조할 것이란 전망도 쌀값 하락 가능성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작년 수확기 쌀값이 유지되고 있는 현재로선 쌀 농가들이 논에 밭작물을 재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옥주 농협 양곡부 부장은 “작년 생산조정제 시행 결과 우수사례가 적은 것도 올해 저조한 원인”이라며 “쌀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보고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