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득용 라이스프라자RPC 대표 “정미업 한 길, 전문가로서 나라에 보탬되고파”
[인터뷰] 반득용 라이스프라자RPC 대표 “정미업 한 길, 전문가로서 나라에 보탬되고파”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3.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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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 직공이던 20대 청년, 어엿한 스마트 RPC 대표로
사람 사이 신뢰 최고 가치로 여겨, 우여곡절 이겨내
44년 동안 ‘새벽 4시 기상 30분 명상’...성공비결 꼽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44년 정미업 외길에 투신한 반득용 라이스프라자RPC 대표는 항상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부족함을 메워가는 삶, 그 과정에서 자신으로 인해 남들이 도움을 받고 결과적으로 나라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동행’을 최고의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혼자 달리면 지치는 길을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질에 중점을 둔 자연순환적 농법을 주창하며 건강한 밥상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40여년을 달려온 반 대표를 만났다.

반득용 라이스프라자RPC 대표
반득용 라이스프라자RPC 대표

CCTV를 부안공장에만 64개나 설치했다.

-이곳 부안공장 상황실에서 광주, 하남 직판장까지 모든 입출고 상황을 매일 점검한다. 판매상황이나 우리 차가 현재 어디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상시 확인할 수 있다. 매 공정에 정확도를 높여 소비자에게 그만큼 안전하고 좋은 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쥐 한 마리, 새 한 마리 들어오지 못하는 시설로 만들었다.

10명 남짓한 직원들로 이 큰 규모를 꾸려간다는 게 놀랍다.

-‘내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선장일 뿐이다. 키를 쥐고 있다가 내 경험과 노하우를 그대로 넘겨줄 것이다. 직원 모두 평균 근무연수가 10년 이상이라는 게 제일 자랑스럽다. 돈을 번다기보다 공생하며 함께 살아가기를 강조하는데, 거기서 신뢰가 쌓인 것 같다. 직원이든 주위 사람에게 항상 하는 말이 ‘더불어 가라’다. 같이 걸어야 가장 멀리 간다. 혼자 달리면 지치지 않나. 제일 큰 재산은 사람 사이의 신뢰다.

RPC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정미소에서 직원으로 일한 것까지 쌀 정미업에 바친 세월이 어느덧 44년이다. 사람이 태어나 한 길을 걸어 전문가가 돼야만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화시설 공사에 평생 모은 64억원을 투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돈을 가지고 노후에 편안하게 살기보다 후세대에 기술과 노하우를 물려주어 쌀 산업 전반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 더 큰 보람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면 ‘인분제조기’에 불과한 것 아닌가.(웃음)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 나라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간 우여곡절도 있었을 것 같은데.

-2003년 광주 직판장을 만드느라 큰 자금을 투자했는데 운영자금 부족으로 부도나기 직전까지 갔었다. 다행히도 정읍시에서 3억원 보증을 서 줘서 부도 위기는 겨우 면했다. 사실 톱니바퀴 하나가 부족해 부도가 난다. 지금이 두 번째 어려운 시기다. 현대화시설에 투자하다보니 유동성 확보가 좋지 않아 위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내 인생을 바친 만큼 잘 헤쳐나갈 것이다.

보람된 일, 어려운 점을 각각 얘기한다면.

-노후화된 시설을 스마트화해 최첨단 시설로 탈바꿈시켰을 때 가장 보람됐다. 시중에서 우리 쌀이 제일 좋더라는 말을 들으면 심장이 뻐근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이런 가치는 돈으로 환산 못한다. 라이스프라자RPC는 전국적으로 남이 갖지 않은 시설을 8~10가지 정도 갖고 있다. 무인 시스템도 다른 곳에선 드물 것이다. 또 직원들이 오랫동안 동행해 주니 든든하고 뿌듯하다.

그런데, 이런 최신시설에서 엄격히 차별화된 공정을 통해 생산된 쌀이 정작 시장에서 다른 쌀과 똑같은 취급을 받아 속상하다. 저가미가 70~80% 주도하는 우리 쌀 시장의 한계도 있지만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공비결은.

-인간관계에서 탄탄한 신뢰를 쌓은 것이 첫 번째 비결이 아닌가 한다. 도별로 의형제를 맺은 분들이 해당 지역의 시장상황을 상세히 알려주신다. 덕분에 업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출혈경쟁 하지 않아도 된다. 직판장도 물량 회전을 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또 하나는 40년 동안 매일같이 새벽 4시 일어나 30분간 하루 일을 계획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생각에 잠기다 보면 반드시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희망사항은.

-정부양곡 중 산물벼 도정을 민간RPC에 맡기면 운송비 등 정부예산도 절감되고 RPC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평생 걸어온 길이니 여기서 꽃 피워보고 싶다.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나. 내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 업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것, 그것이 희망사항이다.

 

[탐방] 라이스프라자 RPC

전 공정 ‘스마트’ 경비로 ‘최고 안전’ 쌀 생산

107억 투입 현대화시설 완료한 라이스프라자RPC

먼지 한 가닥 차단하는 위생 관리로 농가·소비자 대만족

전라북도 부안군 군청에서 버스로 약 40분가량 달리다보면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곡종합처리장 하나가 나온다. 완벽한 위생 공정과 빈틈없는 후처리를 경영철학으로 강조하는 ‘라이스프라자RPC(대표이사 반득용·신정휴)’다.

이 RPC는 부안군 주산면 선돌로에 위치해 있다. 고대 농경문화의 중심지 부안에서 500개 지역농가들과 함께 동고동록하며 한국 쌀 산업발전을 선도한 지 올해로 24년이 되었다. 공장부지 1만8806㎡(5688평)에 가공공장 면적이 4883㎡(1478평)에 달하며 1일 8시간 쌀 40톤 을 도정하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 부안군 주산면에 위치한 라이스프라자 미곡종합처리장(RPC) 전경. 푸른 하늘과 황금 들판이 인상적이다. [라이스프라자RPC]
전북 부안군 주산면에 위치한 라이스프라자 미곡종합처리장(RPC) 전경. 푸른 하늘과 황금 들판이 인상적이다. [라이스프라자RPC]

라이스프라자RPC는 1995년 두 죽마고우가 자연의 선순환을 통해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의기투합해 시작된 곳이다. 반득용 대표(한국RPC협회 부회장)와 신정휴 대표는 사업체 공동대표이자 처남매부 지간으로 가족이 된 지 오래다. 두 사람은 어릴 적 친구에서 같은 길을 걷는 동업가로, 또 쌀 산업 발전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명 공동체’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기업’을 경영이념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상품 개발에 끊임없는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현장 직원은 반드시 일회용 위생모자 착용을 의무화했다.
현장 직원은 반드시 일회용 위생모자 착용을 의무화했다.
로봇이 쌀 포대를 옮겨 적재하는 모습.
로봇이 쌀 포대를 옮겨 적재하는 모습.
국내 제1호 도입 인공지능 정미기와 쌀눈쌀 정미기.
국내 제1호 도입 인공지능 정미기와 쌀눈쌀 정미기.

안전한 먹거리의 유통체계를 이끌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두 사람의 신념은 라이스프라자RPC를 명실상부한 ‘스마트RPC’로 번듯하게 일궈놓았다. 정보 통신 기술(ICT)을 적용해 사무소 중앙상황실에서 벼 한 줌, 쌀 한 톨의 입출고 현황을 모니터로 한눈에 확인하는 첨단 지능형 공장이 된 것이다.

부안 공장에 설치된 CCTV만 64개에 이른다. 도둑이 아닌 쥐 한 마리, 새 한 마리 들어올 수 없도록 물샐 틈 없는 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안전’을 최고 가치로 지향하는 만큼 위생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이런 현대화시설에는 107억원의 자금이 투입돼 2016년 7월 준공을 맞았다. 2라인의 도정시설과 7867톤 용량의 산물벼 저장 및 건조 싸이로 13동을 갖추었다. 저온저장고만 총 3동(520평)인데, 여기에선 2080톤을 저장하며 올해 또 창고(300평) 하나를 준공할 계획이다.

5700평 부안공장과 광주, 하남의 쌀 직판장 현황은 사무소 중앙상황실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되며 통제된다. 반득용 대표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각 사업장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5700평 부안공장과 광주, 하남의 쌀 직판장 현황은 사무소 중앙상황실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되며 통제된다. 반득용 대표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각 사업장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설 하나하나에는 두 대표의 깨끗한 쌀을 제공하고자 하는 꼼꼼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출하장과 로봇 적재실 사이를 가로막아 격리한 것은 일반 공장에선 드문 일이다.

현장 직원 및 방문객은 일회용 위생모자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업무 시작 전엔 먼지 한 톨 없도록 청소부터 시작한다. 실험실에선 현미에서 백미까지 그날그날 시료를 채취해 1년 동안의 온도, 수율, 품위 등 관련정보를 역추적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든다.

벼를 가공하면 그날 온도, 습도, 도정수율, 품위, 식미치 등을 전수조사해 일일도정현황을 시간별로 중량과 품종을 철저히 기재한다. 쌀 품위현황은 매일 사진까지 찍어 보관해 둔다. 포장에 찍혀 나오는 제조일자는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조정한 것이다.

백미부 인공지능정미기 도입은 국내 1호이며, 이런 ‘국내 최초’의 기술과 장비가 라이스프라자RPC에는 8가지가 있다. 인근 부지에 300평 규모의 저온저장시설 추가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최근 빈번해진 ‘폭염’에서 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광주와 경기도 하남에 직판장을 운영하는 라이스프라자는 2018년 자체매입 및 공공비축을 포함해 1만7737톤의 원료벼를 매입했으며 제품 매출액이 216억원에 달한다.

실험실엔 시료 채취뿐 아니라 그날 도정된 쌀을 밥으로 지어 맛을 확인하게끔 한다. 신동진쌀로 지은 밥을 한 술 먹어보는 반득용 대표와 라이스프라자RPC의 스마트 설계를 담당한 (주)IGSP 신철우 전무(오른쪽).
실험실엔 시료 채취뿐 아니라 그날 도정된 쌀을 밥으로 지어 맛을 확인하게끔 한다. 신동진쌀로 지은 밥을 한 술 먹어보는 반득용 대표와 라이스프라자RPC의 스마트 설계를 담당한 (주)IGSP 신철우 전무(오른쪽).

‘최상’, ‘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는 무수한 국가 인증과 표창으로 나타났다. 농림부장관 표창, 국무총리상 수상과 함께 우수농업인 표창, 농업농촌발전 표창, 국가산업발전 표창을 수상했고 2008년 부안군 명품쌀 생산업체로 지정받았으며, 2015년 쌀 농산물 우수관리시설(GAP) 인증을 받았다. 이런 공신력을 기반으로 빅3 식품유통업체 등 다수의 업체들과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재배를 통한 지역농가소득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 단단히 기여하고 있다. ‘천년의 솜씨(신동진쌀)’ 단지는 부안군 브랜드로 국가브랜드 6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았다. 미질 위주 생산을 강조하는 농가교육을 통해 적정량의 시.비관리와 병충해 공동작업 등으로 농가소득을 매해 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