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쌀가공식품산업의 기회와 위기
[전문가칼럼]쌀가공식품산업의 기회와 위기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3.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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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쌀가공식품협회 이성주 전무이사

쌀가공식품산업의 기회와 위기
 

쌀가공식품산업이 괄목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의 쌀가공식품·음료 제조용 쌀 소비량은 75만5664톤으로 전년 대비 6.8% 성장하였다. 주정용을 제외할 경우 56만8102톤으로 전년의 49만1900톤보다 15.5%인 7만6202톤이 늘어났다. 이는 역대 최대인 작년 기록을 대폭 경신한 것으로 지속 감소하는 밥쌀 소비량을 쌀가공식품이 대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정부의 쌀 재고관리에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특히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17년에는 0.1㎏ 감소에 그쳤으나 2018년에 0.8㎏로 확대된 것은 쌀 수급관리에 적신호다.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의 경우 2016년 기준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54.4㎏, 대만이 44.4㎏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쌀 소비량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쌀 소비확대를 위한 쌀가공식품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가공용쌀 소비량이 늘어난 것은 우선 다양한 쌀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수출에 힘쓰는 등 제조업계의 노력에 기인한 바 크다. 변화하는 소비 트랜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HMR(가정간편식) 식품을 비롯하여 떡·면류, 곡물가공품, 장류, 탁·약주 등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에 비해 쌀국수, 쌀파스타 등 면류는 32.7%, 도시락 및 간편식이 29% 상승했고, 감소 추세였던 탁·약주도 알코올 도수를 낮춘 막걸리 등 신제품 개발을 통해 20∼30대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6.9% 성장하였다.

이와 함께 쌀가공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가공용쌀 공급정책의 효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밀가루보다 원료쌀의 가격이 2∼3배 비싼 상황에서 쌀로 만든 식품이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개발 발전시켜온 밀식품을 단기간에 중소기업체의 쌀식품으로 대체하긴 힘들다. 

정부는 밥쌀용 소비 감소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여 쌀가공식품의 소비촉진을 통한 쌀 소비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시중 쌀값이 급격히 상승한 금년에도 정부양곡을 가공식품용으로 2017년산은 1000원/㎏에, 2016년산은 800원/㎏에 공급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일관된 공급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쌀가공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양곡 공급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료쌀의 가격정책을 5년 이상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이다.

작년 국회의 국정감사 시에서도 확인하였듯이 쌀 소비확대를 위한 핵심정책은 쌀가공식품 소비확대라고 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통해 재고관리비용을 줄이고, 쌀값 안정에 따른 막대한 직불금 감축과 농업인의 소득 개선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는 건강한 쌀식품을 제공하여 연간 약 200만톤에 달하는 수입밀가루를 감축해 나갈 수 있으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쌀가공업체의 성장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일석오조 이상의 엄청난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업체는 정부의 가공용쌀 지원정책이 추진되는 지금을 기술혁신 및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산업체질을 튼튼히 하고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값싼 정부양곡에만 의존하는 쌀가공식품산업의 경쟁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미래가 없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곧바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쌀가공식품인 떡·면류의 경우 원료쌀가격이 제품가격의 60∼70%정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선 정부의 가공용쌀 특별공급정책이 중단될 경우 쌀 대신 밀가루 사용량이 늘어나고 쌀가공식품산업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그만큼 가공식품용 쌀 소비 증가추세가 정부에 의한 시장개입 영향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공용쌀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하며, 생산단계부터 전국적으로 가공용쌀 재배단지를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연간 36만톤에 달하는 공공비축미 사용계획을 제2차 쌀가공산업육성 5개년계획에 반영하여 미래예측이 가능한 정부양곡 공급정책을 제시함으로써 모처럼 활성화되고 있는 쌀가공산업이 지속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