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타작물’ 던지고 귀 닫는 정부
[데스크칼럼] ‘타작물’ 던지고 귀 닫는 정부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3.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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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올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신호탄이 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쌀전업농, 들녘경영체, 콩생산자협회 등 7개 농민단체들과 ‘타작물 재배’ 업무협약 및 성공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올해 쌀 생산조정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신호탄은 울렸지만 누구도 출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제도의 주인공인 쌀 농가들은 출발선에 선 채 눈치만 보고 있다. 2019년 벼 재배를 줄일 목표면적 5만5000ha 가운데 3월 18일까지 신청 접수된 면적이 5110ha로 목표 대비 9.3%에 불과한 현실이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제도 시행 첫 해인 작년에도 이런 분위기였다. 2017년 대대적인 시장격리로 20년 전 쌀값에서 회복기를 맞은 데다 농가로선 밭작물이 벼보다 소득이 낫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큰 이유였다. 미숙한 밭작물 재배기술, 농기계 조작의 어려움, 또 판로확보의 문제도 컸다.

정부는 참여를 독려했고, 농가들은 우려를 안고 동참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목표면적 5만ha 중 3만7000ha만 타작물을 재배했다. 그나마 폭염과 잦은 강우 등 기후여건 악화에 따른 쌀 생산량 저하가 실패를 가려줬다. 농가들 사이에선 “생산조정제가 실패해 다행”이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왔다.

올해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농가들은 한결같이 타작물 재배 지원금을 확대해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타작물을 재배했을 때 육체적으로 힘은 더 드는 반면 벼에서 얻는 소득보다 낫지 못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올초 쌀농가들이 모이는 행사에선 어김없이 작년 타작물 재배 실폐사례가 오간다. ‘뭘 재배해서 얼마를 손해 봤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개중에는 동참을 독려하는 협회 회장이나 기관장에게 항의 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정부는 작년 초 저조한 신청률 극복을 위해 지원폭을 확대하고 신청자격을 완화했었다. 그럼에도 실패한 것은 그 정도 지원으로는 아직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부는 귀를 닫았고 농가들은 줄기차게 얘기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 5월 본격적인 벼 이앙이 시작되기 전에 농가들의 얘기를 듣기를 바란다. 농가에게 ‘무조건 동참’을 요구하기보다 예산당국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