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어라 해서 심었더니...아로니아 사태" 침체 빠진 과수산업 소비자 요구 읽어야
"심어라 해서 심었더니...아로니아 사태" 침체 빠진 과수산업 소비자 요구 읽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4.01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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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신유통연구원, 과수산업발전전략 토론회 개최
고령화.1인가구 따른 소비패턴 변화 맞춰 활로 모색
품종 개발부터 보급.판매까지 일괄 주도 '통합마케팅 조직' 필요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소비자지향적 과수산업 발전전략' 토론회에서 주제발표 하고 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소비자지향적 과수산업 발전전략' 토론회에서 주제발표 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묘목값 주면서 '심어라', 이런 건 그만하자는 얘기다. 과잉생산 부추겨 터진 것이 '아로니아 사태' 아닌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돌려 적정생산, 안정가격 추이로 가야 한다"

지난 29일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사장 원철희) 주최로 '소비자지향적 과수산업 발전전략' 특별 토론회가 서울 aT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수입과일 증가와 소비 침체로 위기에 빠진 과수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소비자 요구에 따른 품종선택과 재배로 소비를 이끌어낼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은 주제발표를 통해 "과수산업은 수출에 비해 수입이 큰 만성적 무역적자 산업"이라며 "품종 개발 단계에서부터 보급, 판매까지 통합마케팅 기능이 있는 조직이 맡아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품종 개발과 평가, 보급, 교육, 홍보 등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뿐 아니라 신품종을 통합 홍보할 주체가 없는 현실에서 신품종의 생산과 판매 기획 및 통합 홍보를 기획 추진할 '신품종 보급조직'을 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환 원장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핵심조직인 농협이 생산자가 원하는 가격과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간극을 일부 지원하면서 생산자는 신품종의 고품질 과실을 APC에 지속 출하하고 농협 매장은 국산 신품종 판매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매입된 각 APC 물량에 대해 온.오프 소비처와 학교급식, 나아가 해외수출까지 전방위적 마케팅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산 품종 통합마케팅 조직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산업적 기반이 조성될 때 경쟁력 있는 신품종이 산지에 지속 공급되고 국산 품종 보급률이 확대될 것"이라며 "우리 과수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선 과실 수출량은 2013년 3만톤에서 2017년 4만2000톤으로 완만한 증가 추세를 띠고 있다. 반면 수입량은 2000년 32만5000톤에서 2017년 83만2000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과실 공급량에서 수입과실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1.3%에서 26.9%(83만톤)로 부쩍 늘었고, 국내 과실 비중은 88.7%에서 73.1%(220만톤)로 푹 줄었다.

전문가들은 60세 이상 고령농가가 61%에 달하는 등 과수농가의 심각한 고령화와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는 재배방법, 그리고 핵가족화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를 과일 소비 침체 원인으로 꼽는다.

박동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장은 "우리 과수산업은 고령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소비패턴 변화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새 과일, 맛 좋은 과일, 먹기 편한 과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배하기 편하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새 과일 품종을 적극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산 과일은 사과, 배 등 전통과실 중심의 공급에 머물러 있고 생산자 위주의 재배.유통 관행으로 소비자 신뢰가 저하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신품종 개발에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보급률이 낮아 국내 과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사과, 배, 복숭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은 국산 품종 보급이 미미하다.

강성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촌지도사는 "상품성이 뛰어난 품종도 판로가 없으면 의미 없다. 판로가 확보된 품종이라 해도 물량이 적으면 유통시장에서 제대로 취급받지 못한다"며 "따라서 국산 신품종 보급사업의 방향을 상품성 검증 강화와 면적 확대, 판로 확보를 전제한 규모화, 국산품종의 전문 생산단지 조성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강 지도사는 "품종을 중심으로 한 산지조직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품질관리에서 규격 생산, 공동선별, 수확후관리까지 일괄된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반드시 동일품종의 결속판매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