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을 어디서…” RPC ‘도산’ 우려 증폭
“그 돈을 어디서…” RPC ‘도산’ 우려 증폭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4.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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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매입자금 6월 일시상환, 자금 융통하려 ‘골머리’
‘쌀 덤핑 판매’ 나서면 쌀산업도 흔들…‘원상복구’해야
정부가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지원하는 벼 매입 융자금 상환 기간을 기존 8월에서 6월로 두 달 단축함에 따라, RPC들의 벼 홍수출하로 인한 쌀값 하락이 예견되고 있다.
정부가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지원하는 벼 매입 융자금 상환 기간을 기존 8월에서 6월로 두 달 단축함에 따라, RPC들의 벼 홍수출하로 인한 쌀값 하락이 예견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벼 매입자금을 갚아야 하는 6월이 다가오면서 RPC 업계에는 ‘도산’ 위기감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수확기 농가들이 쌀값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RPC에 벼 매입자금을 0~2% 금리로 융자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정 간격으로 돈을 쪼개서 빌려주었던 것을 한번에 빌려주고 한번에 갚게 하는 방식으로 제도 변경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RPC 입장에선 몇 개월 간격으로 지원자금을 받아 그때그때 대환대출이 가능했던 기존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새 방식에 따라 RPC들은 기존 8월에서 두 달 앞당겨진 오는 6월 정부 지원자금을 일제히 상환해야 한다. 정책자금에 의존해 대환대출로 경영에 숨통을 틔워온 RPC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융자지원금을 한번에 갚아야 한다. 융통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워낙 큰지라 ‘줄도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RPC들은 협의점 도출에 나서 대안을 세워놓고 검토 중이다.

대안에 따르면 올해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퇴출이 정해진 F등급을 제외한 A~E 등급은 빌린 돈의 50%에서 90%까지 정책자금을 쓸 수 있게 해 주지만 나머지 융자금은 일반 자금을 융통해 갚아야 한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빌려쓴 RPC가 올해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았다면 5억원은 정책자금으로 대환대출을 해 주고 나머지 50%는 일반 자금을 빌려 갚아야 한다.

기존 100% 상환 방침보다 한 발 양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두 달 동안 정책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RPC들로서는 달가울리 없다. 정책자금을 쓸 때도 금융기관에는 따로 담보를 잡혀야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이때 담보 대신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에서 신용보증을 받으면 1.0%의 수수료가 별도로 들어간다. 수수료 비율은 신용도가 낮을수록 4%까지 올라가고 또 빌려쓰는 기간이 늘어나도 높아진다. 따지자면 2%의 정책금리를 쓰는 사람은 사실상 3.0%의 이자를 무는 셈이다.

일반자금 금리는 정책금리보다 높아 수수료까지 합하면 이자만 6%에 달한다. 두 달이라고 해도 RPC는 수천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지역농협 몇 군데를 합쳐 운영하는 통합RPC(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49곳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단독 RPC와 달리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고 운용 규모도 수백억원대라 이자부담도 큰 폭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 큰 문제는 RPC 융자금 일시상환 방침이 ‘쌀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RPC가 빚을 갚기 위해 농가 벼 매입을 중단하고 쌀 덤핑판매에 나설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6월 이전 벼의 대규모 방출은 올해 수확기 벼값에 타격을 줘 겨우 회복된 쌀값이 20년 전으로 회귀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 역시 쌀값 하락에 따른 직불금 부담을 안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쌀값 하락으로 쌀 시장이 무너지면 RPC 관련 산업 실업자가 양산된다”며 “벼 매입자금 대출기한은 예전처럼 1년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 방안을 적용했을 때 어려워질 RPC가 어디인지 조사하고 있다. 아직 대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