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자발적 수급조절 시스템 구축이 대안”
[김동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자발적 수급조절 시스템 구축이 대안”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4.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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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조직 구성·정부와 협의해 나가야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 대책도 필요
김동환 (사)농식품유통연구원장
김동환 (사)농식품유통연구원장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온난한 기후로 인한 생산량 증가와 농산물 수요 감소로 배추의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배추를 포함한 농산물 수급조절 대안으로 채소수급안정제를 통한 산지폐기 등 시장격리를 시행하고 있지만 참여 면적이 미미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농가에선 생산부터 유통, 공급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수급조절대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지만 현재로선 산지폐기가 수급조절의 유일한 대책으로 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지폐기 대신 효율적인 수급조절 대책에는 무엇이 있는지 김동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에게서 들어봤다. 

 

-겨울배추 값이 폭락한 원인은.
단기적인 원인으로는 지난해 겨울이 상대적으로 온난했고 혹한 등이 없어 작황이 좋아 생산이 수요에 비해 과잉되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농산물은 수요가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물량이 과잉되면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산지폐기를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도 안 좋은 것 같다.
저장기술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배추는 타 품목에 비해 저장성이 없는 품목에 속한다. 따라서 고추, 마늘, 양파 등은 배추보다 장기간 저장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지만 배추는 상대적으로 저장성이 약하고 저장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므로 산지폐기가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먹거리를 폐기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토양 환원’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며 우리도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또 산지폐기 물량을 가공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폭넓게 연구해야 한다.

 

-‘채소가격 안정제’의 실효성에 대해. 실효성이 낮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채소가격안정제는 사전, 사후적 수급조절을 전제로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가격안정 프로그램이다. 채소가격안정제가 성공하려면 생산자 자율적 수급조절이 전제돼야 하며, 프로그램 대상 면적이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채소가격안정제 참여 면적이 미약하여 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채소가격안정제가 단순히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 사후적 수급조절 대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여 생산자들의 자율적 수급조절 노력을 확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 기반 농산물의 수급조절 실현 가능성은.
농산물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수급 데이터의 확보가 필요하다. 수요 측면에서는 단기적인 수요변화 트렌드 파악과 함께 식중독 사고 등 돌발사태 발생에 따른 수요의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공급 측면에서는 실시간으로 재배면적, 작황 등을 파악하고 출하량, 저장량 등 유통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생산·유통 정보시스템의 보급, 활용이 필요하다. 또한, 농업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기상정보 및 병충해 정보 등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농산물 공급과잉 시대에 직면했다. 대책은?
기상변화도 요인이지만 향후 인구 정체, 1인당 소비량 감소 등의 요인으로 농산물 수요가 감소해 공급이 과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적정 생산량을 공급하도록 재배면적을 감축하고, 아열대 작목 개발 등 수입 대체 작목의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등 생산구조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수요 촉진 대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과일, 채소 등은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서 식생활 교육 등과 연계해 소비를 진작시키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유통 전문가로서 정부와 업계에 제언하자면.
현재의 농산물 수급조절은 지나치게 정부 의존적인 문제가 있다. 사후적으로 과잉, 과소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격리, 수입증대 등을 수행함으로써 생산자들의 자율적인 수급조절 노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생산자를 조직화해 생산자조직들이 자발적으로 수급조절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생산자조직이 정부와 협의해 사전적으로 수요량 등을 예측해 적정 생산면적을 재배하도록 생산자를 지도하고, 사후적으로는 출하시기, 출하물량 등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