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체감하는 쌀생산비]7900만원이면 3만평 벼농사 가능할까 
[현장에서 체감하는 쌀생산비]7900만원이면 3만평 벼농사 가능할까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9.04.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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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비료 자재 사용 통계보다 높아
통계청, 자가영농비 계산은 잃어버려
감가상각 큰 농기계 비용도 더 해야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지난해 기준 논벼 쌀 생산비는 10a(300평) 기준 79만6415원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전년 69만1374원 대비 15.2% 10만5041원이 상승한 수치다.

20kg의 쌀을 생산하는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2만9347원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항목은 직접생산비와 간접생산비로 나뉜다. 직접생산비에는 종묘비, 비료비, 농약비, 기타재료비, 농구비, 노동비, 위통영농비, 기타비로 간접생산비는 토지용역비, 자본용역비로 세분화된다.

생산비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노동비로 나타났으며 위탁영농비, 비료비, 농구비가 뒤를 이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산 논벼 생산비조사 결과와 실제 현장의 차이를 농가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쌀농사의 대표 작업 모습.

일년에 몇차례 농약 줄 수도

관행 농법 기준 300평당 볍씨는 5kg, 비료는 60kg, 제초제는 400ml, 살충·살균제가 1kg이 사용된다. 여기까지 투입 농자재 비용은 벼농사를 할 경우 최저 비용이다. 

벼 농사는 농사꾼의 재배법에 따라 다양한 농자재가 공급된다. 비료만 하더라도 밑거름, 가지거름, 웃거름 3차례에 걸쳐 사용된다. 또 제초제의 경우도 이앙전, 이앙동시, 이앙후, 중기로 나뉘며 살충제·살균제도 재배 상황에 따라 몇차례 사용될수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도 논벼 생산비 300평 기준 79만6415원이다. 3만평의 농지를 계산하면 약 796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재배 방식에 따라 더욱 많은 농자재가 투입될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3만평의 농지를 경작하는 화성시의 한 농가는 “500kg의 종자를 사용해 2500~3000개의 모판을 만든다”며 “파종이된 모판을 구입할 경우 모판당 가격이 2800원. 비료의 경우 밑거름과 가지거름 두가지를 선택해 20kg 200포를 두 번 총 400포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벼 농사는 해충이 많은 경우 살충제를 몇 차례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밑거름, 이삭거름, 웃거름 3차례 시비하는 농가도 존재한다”며 “통계청의 결과는 소요되는 농자재 비용을 너무 적게 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300평당 비료비를 5만4635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에서 공개한 내용을 통해 비료 1포를 1만5000원으로 계산하게 되면 300평당 6만원이라는 금액이 산출된다. 

 

농기계 구입비는 어디에..

통계청의 데이터와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는 부분은 농기계비용이다. 통계 자료에서는 농구비로 3만6253원으로 책정돼 있다. 자동차비를 포함하고도 비용 자체가 너무 적게 책정됐다는게 농가의 설명이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농가에서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3개의 대형 농기계는 보유해야 한다. 트랙터와 콤바인은 1억원 씩, 이앙기는 4000만원 이라는 큰 금액이 구입하는데 소요된다. 여기에 농기계라는 특성상 교환주기가 10년 정도로 짧아 생산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가는 “농기계를 구입하는데 상당한 비용적 부담이 수반된다. 여기에 감가상각이 심하게 나타난다”며 “10년 주기로 농기계를 교체하고 있으며 트랙터 등에 사용되는 작업기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농기계를 구입하는데 소모되는 비용은 약 2억4000만원이라고 계산하고 교환주기인 10년으로 나누게 되면 연당 2400만원 가량 비용이 소모되는 것으로 볼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업기를 제외하고 단순히 농기계 비용을 계산하면 연 2400만원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3만평 농사 연봉은 2000만원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생산비는 인건비다. 지난해 인건비는 20만3223원으로 나타났으며 전년대비 21%라는 큰 증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최저시급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가량 증가한 영향이 포함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300평당 약 20만원의 인건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현장과 큰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자가영농활동에 대한 인건비 측정이 미흡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벼농가들은 짧은 기간 노동력이 집중되는 만큼 영농기 밤, 낮, 태풍, 비에 관계없이 농사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상주하는 농업인력을 고용하게 되면 의식주를 비롯해 여러 부대 비용 지출도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예산의 한 농가는 “3만평을 농사를 하고 있다. 통계청에 자료에 따라 인건비를 계산하면 2000만원이 나온다”며 “벼농사를 하며 밤낮 없이 물꼬를 관리하고 태풍이 오면 비맞으며 배수로를 치우는 나의 인건비가 2000만원에 불과한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가영농비 이외에도 바쁜 기간 인력을 고용한다. 최근 최저시급상승으로 인력 사무소의 인건비도 상승했다”며 “더욱이 농사일이라고 하면 웃돈을 주고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쌀 생산비 조사는 통계청에서 전체 쌀 재배 농가 중 1024 농가를 선발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조사대상에 대한 근거와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애초 1000여 농가만을 대상으로 나온 결과로 신뢰를 얻기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통계청 조사결과가 농업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는 만큼 전체를 평균 낼 수 있는 조사대상과 함께 현장을 고려한 다양한 부분의 데이터 확보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