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 WTO 승소를 환영하며
일본 수산물 WTO 승소를 환영하며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4.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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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최근 우리 정부는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WTO 승소 판결을 끌어냈다. 국경검역에 관한 관대한 입장이고 1심에서는 이미 패한 바 있어 이번 2심에서도 큰 기대가 없었지만, WTO는 한국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WTO 승소 판정을 보면서 농업계에서는 2004년의 한국 상황이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하고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학교급식지원조례 때문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지자체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지원하는 조례 제정 운동이 일어났지만, 중앙정부인 농식품부에서는 조례 제정에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법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친환경농산물의 대규모 유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에 농민들과 학부모들은 친환경학교급식 지원조례 제정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조례 제정을 위해 열린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 등에서 농식품부는 지원조례를 제정하게 되면 WTO에 제소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입장 표명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선도적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지자체에 각종 압력을 넣으면서 조례 제정을 방해했다. 이유는 WTO 제소였다.

당시 농민들 사이에선 농식품부 직원인지 WTO 직원인지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농담까지 나돌았다. 농업직불금 확대문제, 추곡수매제 폐지 등 굵직굵직한 농정 현안에 농식품부가 핑계로 내세운 것은 WTO제소였다.

하지만 지금 학교급식지원조례가 전국적으로 제정되고 친환경 무상급식이 일반화되어 있어도 아무도 WTO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농식품부의 기우에 불과했을 뿐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다른 사안들로 WTO에 제소돼 패소한 사례도 많다. 하지만 WTO 제소가 무서워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WTO 승소를 계기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WTO 제소를 핑계를 대지 않았으면 한다. WTO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이 지속가능한 정책을 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