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쌀이 잘 안 팔리는 이유…정부의 ‘큰 그림’
[데스크칼럼] 쌀이 잘 안 팔리는 이유…정부의 ‘큰 그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4.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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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올 초부터 ‘쌀이 안 팔린다’는 소리가 가는 곳마다 들려왔다.

우선 농협만 해도 올해 1~3월 쌀 판매량이 전년(45만톤)보다 10만톤 줄어 42만3000톤이란다. 민간RPC를 비롯해 이마트, 홈플러스 등 4대 대형유통업체들도 쌀 판매량이 전년보다 20% 줄었다고 얘기했다.

쌀이 잘 안 팔린다면 쌀을 잘 안 사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폐업이 많아져 식당, 외식업체로 가는 쌀이 줄었을 거라고 설명했다. 쌀 판매처가 줄어 쌀 판매량도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식업 폐업이 많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무더기로 시작하고 무더기로 망하는 게 음식장사였다.

그렇다면 갑자기 가격이 올라 쌀을 덜 먹은 때문일까. 밥 두 번 먹을 거 한 번은 밀가루 음식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생각해 봤다.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쌀값이 올랐다고 해도 밥 먹고 싶은 걸 참을만큼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80kg 한 가마 값 19만2196원(4월 15일)은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61kg를 소비한다는 통계를 볼 때 결코 비싸지 않다.

쌀 수요량이 정해져 있고 국산쌀 판매량만 줄었다면 답은 수입쌀이다. 산지에서 중도매인들이 쌀 유통이 안 되는 게 수입쌀 때문이라고 종종 얘기하더라고 농협에서 귀띔해 줬다.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 답부터 말하자면 작년 수확기 때 정부가 시장에 푼 구곡 물량 때문이다. 쌀값 상승세를 늦춘다고 정부가 산물벼 인수도며 공매로 방출한 게 22만톤. 그 중 11월~12월 풀린 5만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잘 안 팔리는 쌀은 2018년산 햅쌀이고 식당, 공공급식 등 대형 수요처에서 2017년산 구곡을 즐겨찾아 햅곡 판매가 더뎠던 것이다. 구곡, 이른바 ‘저가미’는 대부분 임.도정시설 등 비RPC에서 취급하므로 햅곡을 파는 RPC에선 ‘쌀이 안 팔린다’고 아우성을 쳤던 것.

정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수확기에 공매를 결심했으니 충분히 예상했을 터다.

올해 수확기가 다가오고 있다. 햅쌀을 넣기 위해 창고를 비워야 하는 RPC들이 투매를 하면 쌀값은 또 내려갈 것이다. 혹시 이것이 올해 ‘논 타작물 재배’ 성공을 위한 정부의 ‘큰 그림’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