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C덕에 아끼는 정부 벼 보관예산 1만톤당 31억원
RPC덕에 아끼는 정부 벼 보관예산 1만톤당 31억원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4.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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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매입자금 상환 두 달 앞으로…발등에 불
쌀값 안정·농가소득 보전 등 역할론 제기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농가 벼 매입자금을 한날한시에 갚아야 하는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 업계에 회의감이 증폭되고 있다. 벼 매입을 통한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보전, 변동직불금 지출 예산 절감 등 쌀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탓이다.

한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 공장에서 포장된 쌀을 지게차로 나르고 있다.
한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 공장에서 포장된 쌀을 지게차로 나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농가 벼를 사들이는 데 쓰일 자금을 1년에 네 번으로 나눠 지원하다가 올해부터 1년에 한번 한꺼번에 빌려주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RPC들은 각각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융자지원금을 오는 6월 일제히 갚아야 한다.

빚을 갚아야 하는 날짜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는 큰 규모의 자금을 융통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RPC들의 역할에 대해 되짚어 보고 있다.

정부가 융자지원금을 쪼개서 주는 기존의 제도로는 RPC들이 수확기에 벼를 덜 사들여 지원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댔기 때문이다. 즉, 수확기에 농가로부터 벼를 더 많이 사들이게 만들려고 불가피하게 대출기한을 기존 12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했다는 것이다.

단지 대출기한을 두 달 앞당긴 것만으로 RPC 역할론까지 거론되는 것은 이번 제도 변경이 RPC 경영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금에 여유가 없는 업체는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RPC들은 수확기에 벼를 안 샀다는 정부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매해 RPC가 얼마나 벼를 매입했는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조사하고 회계법인 등 평가용역업체를 선정해 매입실적을 재차 확인하는 RPC 쌀산업기여도평가를 실시한다.

이 평가결과를 보면 RPC들의 벼 매입량은 오히려 늘었다. 최근 열린 RPC쌀산업기여도평가 결과 및 평가 개선안 설명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민간RPC들의 5개년 평균 벼 매입량은 2013년 6271톤, 2014년 6637톤, 2015년 7671톤, 2016년 7813톤, 2017년 7120톤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쌀값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던 2014년, 2015년, 2016년은 RPC들에게 암흑과도 같았다. 손실을 감수하고서 농가 벼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계속해서 벼값이 떨어지던 때여서 비싼 값에 사 싸게 팔기 때문에 벼를 사두면 사둘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역 농가와의 관계와 정부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책임 때문에 농가에서 출하를 희망하는 벼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전량 매입했다는 게 RPC측 설명이다.

게다가 RPC들의 벼 매입으로 인한 정부예산 절감 효과도 적지 않다. 정부 쌀 188만톤을 보관하는데 들어가는 재고관리비용은 연간 약 5772억원에 달한다. RPC들이 1만톤 당 31억원의 벼 보관 예산을 절감시켜 주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RPC들은 수확기 매입한 벼를 보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건조.저장시설을 설치하고 정부 대신 벼를 사서 보관하면서도 보관료 한푼 지원받은 적이 없다”며 “수년간 쌀값하락과 역계절 진폭(쌀 재고가 바닥나 쌀값이 올라야 하는 단경기(7~9)에 쌀값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손실을 보면서도 벼를 매입해 쌀값 안정에 기여한 공로도 적지 않다”며 대출기한의 원상복구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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