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품목별 생산․유통 자율규제 가능하다
[전문가칼럼]품목별 생산․유통 자율규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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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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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자조금연구센터 연구실장

품목별 생산․유통 자율규제 가능하다

 

김응철 자조금연구센터 연구실장
김응철 자조금연구센터 연구실장

 

반복되는 가격 하락과 채산성 악화로 농업인 대부분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식품 수입은 계속 늘어나고, 소비력을 가지고 있는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렇다 보니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시장수요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가격 하락 등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앞으로 2∼30년 내에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으로도 계속 농업인들이 애써 재배한 농산물을 폐기하거나,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농업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경작 및 출하신고 의무화, 의무자조금 거출, 단일 유통조직 지정, 면허제도 등 해당 품목 생산자 간 생산․유통 자율규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고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라서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시장에 맡겨야 하며, 경쟁력이 부족한 경영체는 어쩔 수 없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자 간 생산․유통 자율규제제도를 시행할 수 없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생산자 간 자율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이미,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 관계자나 농업인 등의 이해가 부족할 뿐이다. 그러므로 자율규제가 가능한 근거와 내용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WTO에서는 생산․유통에 대한 규제를 금지하지는 않고 있으나 WTO의 원칙과 규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WTO 회원국인 영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해당 국가의 농산물 마케팅법 등에 따라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일정기준(예 : 과반수) 이상 해당 품목 생산자의 동의를 얻어 규제를 요청하고 정부가 승인하는 경우, 물량, 품질, 유통조직 등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

다만, 국가와 해당 품목의 여건에 따라 규제범위와 내용, 정도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농식품의 수입을 저해하지 않는다면 일정 기준 이상 해당 품목 생산자의 동의를 얻어 국내 생산자 간 생산․유통을 규제하는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아울러 헌법에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나,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며(제23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제37조제2항) 명시되어 있고, 공정거래법에서 다른 법률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아니 한다고(제58조)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정기준 이상 해당품목 생산자들이 동의하고 농식품부 장관이 승인하는 경우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유통명령(제10조)이나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른 의무거출금 납부(제19조), 생산․유통 자율조절조치(제21조의2)와 같은 규제제도를 시행할 수 있고 적용대상이 되는 경영체는 이에 따라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해당 품목 생산자 또는 의무자조금단체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경작 신고, 출하 신고, 품질․중량 등 시장출하규격 설정, 수출 등 단일 유통조직 지정 등이 가능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적발될 때마다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많은 품목에서 이러한 규제제도가 시행되고 가격 하락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