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300호 특집=농민수당 대해부⓵] 기초지자체 9곳 농민수당 시행 또는 도입
[지령 300호 특집=농민수당 대해부⓵] 기초지자체 9곳 농민수당 시행 또는 도입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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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5개 시군 도입추진 활발…올해 지급
강진, 사실상 2018년부터 농민수당제 시행
광역자치단체로는 전북 첫 도입 추진 ‘속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현재 농민수당이 도입됐거나 도입이 거의 확정된 지역은 기초지자체 9곳이다. 광역 지자체 중에선 전라북도(도지사 송하진)가 유일하게 작년 하반기부터 ‘농민공익수당’ 도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 현재 가시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농민수당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농업인 기본소득 보장’ 공약이 쟁점이 되면서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도입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역 농민과 직접 접촉하는 기초 지자체에서 특히 논의가 활발하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주최로 지난 2017년 농민수당 도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주최로 지난 2017년 농민수당 도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전남도, 동일한 지급기준 마련키로

전남에선 광양시와 화순·함평·해남·강진군 등 5개 시군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이들 시군은 지난해 말부터 농민수당 신청을 받고 있으며 정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올해 안에 지급할 방침이다. 다만 지역마다 지급기준이 달라 농가가 받는 액수도 제각각이고 현금을 주거나 지역 상품권을 주는 등 지급방식도 다르다.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시행하는 해남군은 오는 6월 1만5000여 농가에 반기별 30만원씩 연 60만원을 지역상품권 형태로 지급한다. 광양시도 가구당 연 60만원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화순군은 연간 120만원을 매월 10만원씩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가까지 지급대상에 포함한 함평군은 연간 120만원을 분기별로 30만원씩 나눠주기로 했다.

강진군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농민수당과 같은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는 2008년부터 벼 재배 농가에만 지급했던 ‘농업경영인 안정자금’을 모든 농가(7000여 가구)로 확대한 것이다. ‘논밭 경영안정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농가당 연간 7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원하고 있다.

시군별로 지급액이 두 배가량 차이가 나자 전남도는 농민수당 지급과 관련한 통일 기준을 마련해 향후 도내 22개 시군에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시군 재정 일부를 전남도가 부담하고 액수를 시군별 동일하게 맞추는 방식이지만 지역특수성을 인정한 예외 기준도 마련한다. 오는 7월말께 용역결과가 나오는대로 농민단체들과 협의를 거쳐 ‘전남형 기본소득제도’를 내년 1월 1일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고창군, 조례제정 추진

전북에선 고창군이 올해부터 농민수당 지급을 목표로 조례제정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군은 농업관련 기관 및 단체를 모아 농민수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례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지원대상과 금액, 지원방법 등을 놓고 의회에서 계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100%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농민수당 재정으로 약 8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에선 31개 시군 가운데 여주시가 처음으로 ‘농민기본소득제’ 도입을 준비중이다. 여주시는 이르면 올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올해 1월 경기도에 사업비 50% 분담을 요청했었다. 그간 여주시에선 민주당 지역위원회 차원의 ‘농민기본소득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두 차례 농민단체들과 토론회를 여는 등 공론화 과정을 밟아왔다. 여기에 이항진 시장은 농민수당 지급을 올해 역점시책으로 발표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여주시 농민수당 도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충남에선 부여군이 최초로 도의 사업과 연계해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충남도는 농업환경실천사업을 통해 농가들에게 일괄 현금으로 36만원씩 균등하게 지급하고 있다. 군은 여기에 농민수당 14만원을 더해 2019~2020년까지는 연간 50만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고 2021년 이후에는 24만원으로 늘려 농가당 6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향후에는 지원기준 단위를 농가에서 농민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조례에 명시하기로 했다.

봉화군, 의회 부결로 도입 좌절

도입이 눈앞에서 좌절된 지자체도 있다. 경북에선 봉화군이 가장 먼저 농민수당 지급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었다. 농민수당 지급예산 30억원을 편성하고 2019년부터 농업경영체 등록 5600여 농가에 2년간 5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군의회는 예산안 심의에서 농민수당을 농업재해보험 등 다른 부분으로 돌려 버렸다. 지급대상과 금액 선정, 군민의견 수렴 등 지급근거를 조례안에 명시해야 한다는 게 부결이유였다.

이밖에 전남 장흥군에선 지난해 11월 농민수당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순천시는 의회와 농민들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전남북, 충남, 제주도 등 광역자치단체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명칭과 지급대상, 방법 등은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2020년부터는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수 지자체]

전북도, 광역단체 처음 ‘농민공익수당’ 도입

기본계획안 마련, 도민 대상 설명회 진행중

3조4천억원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 차원

전라북도(도지사 송하진)는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 ‘농민공익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농민수당 도입을 결정했다.

김종필 농업정책과장은 “2020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지난 23일부터 도민 대상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는 지난해 7월부터 삼락농정위원회에 대책반(TF)을 구성하고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었다.

전북도청 전경.
전북도청 전경.

위원회가 마련한 기본계획안을 상반기중 확정하고 하반기 조례제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 도의 로드맵이다. 수혜대상은 도내 9만8000농가로 농가당 동일금액을 연 1회 지급하며 현금과 지역상품권을 반반씩 섞어 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공익수당은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기반 유지와 토양환경 보전, 마을공동체 활동을 한 농가에 지급한다. 전북에 주소지를 두고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농업인으로 실제 영농을 하고 있는 농가다. 농업 이외의 소득금액이 3700만원 이상인 농가와 영농폐기물 불법 소각 적발자, 보조금 부당신청자 등은 제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북지역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3조4000억원(2018년)에 달한다. 도는 농업생산 과정의 홍수 조절기능, 대기정화, 수질·토양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문화 보전 등 공익에 기여하는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공익수당’ 지급을 추진해 왔다.

 

전국 최초 시행 해남군, 전국서 벤치마킹

정책 도입 검토단계부터 농민단체와 협의

협치 사례로 자리매김…6월 본격 시행

해남군(군수 명현관)은 오는 6월부터 군내 농업인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반기별 30만원(연 60만원)을 지역상품권인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달 17일 해남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지역화폐 ‘해남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선포식을 가졌다.

전남 해남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제289회 해남군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갖고 해남군 농업보전 등을 위한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을 의결했다.
전남 해남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제289회 해남군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갖고 해남군 농업보전 등을 위한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을 의결했다.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는 농민수당의 규모는 약 9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최근 추경을 통해 예산 전액을 확보했다.

군은 지난해 8월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도입했다. 앞서 7월 취임한 명현관 군수가 지속가능한 농어업의 육성과 소득안정망 구축을 군정목표로 삼은 데 따른 것이다. 이어 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조례제정과 올해 2월 세부지침 마련까지 일사천리로 완료했다.

해남 농민수당은 일정한 의무를 지킨 농민에게만 지급한다.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친환경농업 실천, 농약.비닐 등 영농폐기물 처리, 논밭 둑 형상 유지 등 의무를 지켜야 한다.

해남에는 최근 농민수당 지원제도를 배우기 위한 자치단체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18일 진주시 농민회 40여명이 군을 방문해 농민수당 도입 배경과 과정, 제도화 절차, 지원계획 등을 배워갔다. 이와 함께 전남도청, 전북도청, 경기도청, 강원도청, 충남도청 등 전국 100여개 지자체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지급방법, 수령방법 등 세부적인 시행지침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해남군은 도입과정을 담은 각종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관계자는 “해남 농민수당은 초기 검토단계에서부터 지역단체와 협의를 통해 정책을 도입한 협치의 사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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