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300호 특집 농민수당 대해부⓶]농민 개념부터 소득보장까지…농업문제 아우른 ‘농민수당’
[지령300호 특집 농민수당 대해부⓶]농민 개념부터 소득보장까지…농업문제 아우른 ‘농민수당’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05.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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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아닌 농가 단위로 지급돼…‘반쪽 수당’ ‘생색내기용 정책’ 논란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각 지자체에서 농민수당을 속속들이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농민이 아닌 농가 단위로 수당이 지급되고 있어 농사를 짓는 농민 개인에게 수당이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1년에 60만원, 월 5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이 농가에게 농민수당으로 지급되고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지급된다는 점에서 농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일각에선 ‘농업인 경영안정’이라는 명목을 달성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각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월 5만원은 농민이 아닌 농가에 지급되고 있다. 한 농가에 두 명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가정하면 농민 개인에게 돌아가는 지급액은 월 2만 5천원이라는 것. 이에 농민수당이 정책명과 맞지 않는 반쪽 수당,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농민수당은 농민이 아닌 농가 단위에 지급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농민이 누구인가’를 쉽사리 정의내리고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농촌기본법에 명시된 농업인의 정의에 따라 300평을 소유하면서 농가경영체로 등록된 농가에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행정처리가 수월하다.

하지만 농민을 위한 농민수당이 농가 단위로 지급되면서 행정 사각지대에서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 고령농업인 등이 배제되고 부재지주에게도 수당이 지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2018년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인 이상의 농가경영체 중 여성농업인이 농가경영체로 등록된 가구는 8.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집계 방식으로는 8%를 제외한 92%의 여성농업인이 생산에 많은 노동력과 시간 투입했어도 경영체의 ‘주인’으로 등록돼있지 않다면 월 5만원의 농민수당도 받을 수 없다는 것.

이에 지금부터라도 농민에 대한 정의를 법인, 경영체에서 벗어나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 개인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약 230만명에 달하는 농업인들을 추려내고, 그중에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을 다시 한번 추려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농민단체에서도 부재지주의 직불금 수령 문제 등 실제 농사짓는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농업인 총조사, 토지 전수조사를 농식품부에 요구해왔지만,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학 박사는 “현 중앙정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들을 일일이 집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농업·농촌의 마을회, 부녀회, 청년회 등에서 추진위원단을 구성하고 실제 농사짓는 농업인을 집계·관리할 수 있도록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와 농촌 마을 단위의 단체가 논의를 거쳐 농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접한 이웃 농민들을 조사하는 것이 더 수월하고 정확하다는 의견이다.

박경철 연구원은 “한정된 농민수당 예산이 부재지주 등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실제 일하는 농민을 선별해내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민기본소득 vs 농민수당 의미충돌 문제…
보건복지부 “농민수당 기본소득제와 거리멀어”

농민수당을 농민의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지급해야 하는지 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따른 보상으로 지급하는지 현재는 두 의미가 혼합된 형태로 지급되고 있어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먼저 농민수당을 농민기본소득으로 정의하면 농민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농사 규모, 농지면적과 관계없이 ‘모든 농민’이 기본적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농민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담당 부처도 각 지자체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처우를 다루는 보건복지부의 소관이 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이 포함된 사회보장제도신설제도협의회에서 논의한 결과, 현재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농민수당은 사회보장적 성격과 기본소득보장과는 거리가 멀다”며 농민수당은 현행처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것이 맞다라고 결론지었다.

또 다른 농민수당의 개념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는 이 개념으로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공익형 직불금처럼 농업의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농민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한 의무사항들이 많아지거나 강제성을 띠게 된다면 농민수당이 오히려 농민들을 제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형평성의 문제이다. 지금처럼 공익적 가치의 개념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게 되면, 더 넓은 농지면적으로 공익적 가치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농민에겐 더 많은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는 것.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박경철 박사는 “공익형 가치를 위해 지자체와 합의한 조건을 잘 지킬 경우 추가적 혜택 혹은 표창을 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옳다”며 “농민수당 지급을 위해서 지자체, 농민단체, 시민단체 간 지속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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