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쌀가루 산업, 쌀 산업 신성장동력으로 발돋움 해야
[전문가칼럼] 쌀가루 산업, 쌀 산업 신성장동력으로 발돋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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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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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김보경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김보경박사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김보경박사

쌀가루 산업, 쌀 산업 신성장동력으로 발돋움 해야
 

가구구조 개편과 편의성 추구 등 쌀 소비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가공용 쌀 수요는 점증하고 있다. 최근 주정용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약 40만톤이 가공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 중 28만 톤이 쌀가루 형태로 이용되고 있으며 28만톤 중 22.4만톤이 가공업체가 자체적으로 제분을 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형태로 소비되고 쌀가루로 직접 유통되는 규모는 5.6만 톤에 불과하다. 즉, 가공식품 생산의 중간재인 쌀가루 제분산업의 규모가 미약하여 쌀가루 유통 및 정착으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밀가루처럼 쌀가루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유통이 되고, 또한 가공제품군별 품질기준에 따른 다양한 등급의 쌀가루가 공급되어 가공업체나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나 아직은 여러 가지 제한 요인이 상존하는 있다.

첫째, 지금까지 쌀은 물에 불린 후 분쇄하는 습식제분을 주로 이용하므로 건식제분보다 제분 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그 공정이 복잡하여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 구축에도 큰 비용이 요구된다. 쌀이 단단하여 습식제분이 불가피하므로 국가적으로 감당해야 할 경제적ㆍ사회적 부담이 매우 크다.

둘째, 쌀 소비환경 변화 및 다양화에 대응하여 품질 좋은 쌀 가공품을 생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습식제분의 특성상 대부분의 가공업체가 개별적으로 쌀가루를 생산하여 제품생산에 사용하기 때문에 동일 제품군 내에서도 업체 간 쌀가루 품질 차이로 인한 가공제품의 품질 차이가 심하고 업체별 독자적인 가공공정을 활용하고 있어 잠재적 제품 개발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오히려 방해하는 실정이다.

셋째, 쌀 가공산업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높은 습식제분 비용은 영세업체들의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 여력을 악화시키고, 또한 원가절감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값싼 묵은쌀이나 저품질의 수입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가공품의 품질 향상도 제한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하여 쌀 가공제품의 장점보다는 타 곡물 제품과의 가격경쟁력에 의한 소비자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넷째, 쌀 수급조절을 위해 쌀 가공산업을 활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밥쌀용 쌀 수급불균형 문제 해결의 가장 적극적인 수단은 햅쌀 소비이다.

그러나 비싼 햅쌀 가격과 습식제분 비용 때문에 가공업체들은 값싼 묵은쌀을 선호하는 정부의존형 쌀 가공산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묵은쌀 재고관리에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쌀 가공산업은 쌀 소비확대나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쌀 가공산업을 통한 쌀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습식제분을 전제하는 기존 쌀가루 산업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쌀가루 산업과 쌀 가공산업 확대로 국내 쌀 수급조절뿐만 아니라 21세기 쌀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즉, 건식제분에 적합한 쌀가루 전용품종 개발과 이 품종을 활용한 쌀가루 대량생산과 다양한 유통 체계를 구축하여 가공업체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햅쌀 쌀가루의 활용을 쉽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쌀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기존의 단단하여 잘 부서지지 않는 쌀을 밀처럼 부드러워 쉽게 부서지는 쌀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다.

분질미인 쌀가루 전용품종은 기존 밀 제분기에 현미를 투입하여 쌀가루를 생산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밀가루 생산 설비를 이용함으로써 별도의 설비 투자 필요 없이 쌀가루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9개 산업체와 대학을 통해 건식쌀가루를 이용한 총 21종의 다양한 가공시제품을 제작ㆍ평가한 결과, 주요 쌀 가공제품 제형이나 품질면세서 습식쌀가루와 건식쌀가루간 차이가 없거나 일부는 오히려 건식쌀가루가 가공적성이 양호한 것으로 인정되어 가공현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분질특성을 이용한 건식쌀가루 생산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시도되고 있는 창의적 도전이다. 건식제분으로 생산된 고품질 햅쌀 쌀가루는 다양한 쌀 가공제품 개발을 촉진하여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늘려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쌀 수급 안정에도 기여함은 물론, 더 나아가 세계 글루텐 프리 시장 개척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