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300호 특집 농민수당 대해부 프롤로그]
[지령300호 특집 농민수당 대해부 프롤로그]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5.0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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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농민의 가치를 인정하는 첫 번째 ‘농민수당’
해마다 벌어지는 도농 소득 격차…맘 편히 농사짓도록
가격, 생산 중심 지원에서 농가소득 보전 지지로 바뀌어야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우리나라 농민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매일매일 가락시장 경락가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수확한 농산물의 가격을 가늠하고 출하 시점을 조절한다. 바쁜 수확철에는 매일같이 새벽에 나와 수확을 하고 밤늦도록 선별해서 도매시장을 출하하지만 정작 손에 쥐는 돈은 몇푼되지 않는다. 이렇게 농사지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농업외 소득이 더 높다고 언론에서는 떠드는데 막상 농민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다. 대농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농사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규모가 클수록 조금만 가격이 하락해도 손실이 더 크다.

대통령은 생산 중심의 농정철학을 바꾸고 직불제도 개편한다는데 과연 앞으로 농업보조금은 어떻게 바뀔까. 일부에서는 농가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농민수당을 도입하자고 하는데 가능할지에 대해 한국농업신문에서는 지령 300호 특집으로 농민수당을 다뤘다.

농업외 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아

한때는 농가소득이 도시소득보다 높았다.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소득보다 4.8% 많았다. 30년 후인 2017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가소득은 3823만9000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도시근로자가구 명목소득은 6045만2000원이었다. 농가소득이 도시가구 소득의 63.3%밖에 되지 않는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농가소득이 도시가구보다 낮아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농업소득이 줄고 있다. 통계청의 농어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농가 평균소득은 3824만원으로 지난 2016년 3720만원보다 증가했다. 평균 농업소득은 2016년 1007만원에서 2017년 1005만원으로 0.2% 감소했지만, 평균 농업외소득은 1525만원에서 1627만원으로 6.7%가 늘었다. 농사를 지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농사가 아닌 다른 소득이 더 많은 것이 현재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물론 우리나라 농가경제에서는 농업보조금인 직불금은 농업외소득으로 보고 있는 것도 농업외 소득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OECD 30개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OECD 선진국 꼴찌수준인 우리나라 농업보조금

우리나라의 농업총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로 본 세계 속 한국농업에 따르면 농업보조금은 2015년 2조5096억원으로 농업총생산액 50조293억원 대비 4.7%였다.

4.7%는 OECD의 평균인 10.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미국 7.4%, 일본 11.4%보다 훨씬 적으며 북유럽 복지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 50.4%, 스위스 41.8%에 비하면 한참 낮은 보조금 지원이다.

보조금은 크게 농가에게 직접 지원하는 직접지불과 농업용수, 농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간접지불이 있다. 우리나라 직접지불 보조금은 쌀직불금(고정, 변동), 친환경농업직불금, 조건불리직불금, 경관보전직불금 등이 있지만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또한, 쌀농사를 짓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유럽의 국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직접지불제도가 있다. 스위스는 국가적 합의를 통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이를 재정적 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상하고 있다.

스위스는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일반직접지불제, 환경·경관보전을 위한 공익형직접직불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위스는 농정예산 중 직불금 예산 비중을 2000년 58.1%에서 2005년 69.5%, 2013년 75.9%로 늘리고 있다.

농업소득이 줄고 있고, 도시와의 소득격차, 갈수록 심화되는 농촌지역 빈부격차 등 이런 상황에서 농가소득을 지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중론이다.

농민소득 도입하는 지자체 증가

농민수당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농업인 기본소득 보장’ 공약이 쟁점이 되면서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도입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역 농민과 직접 접촉하는 기초 지자체에서 특히 논의가 활발하다.

전라북도는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 ‘농민공익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농민수당 도입을 결정했다. 전북도는 2020년 1월 시행을 목표로 권역별 설명회를 하고 있으며, 농민수당은 9만8000농가를 대상으로 동일 금액을 연 1회 지급하며 현금과 지역상품권을 반반씩 섞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진군은 농민수당 대신 농업인 경영안정자금제도를 도입했다. 강진군의 벼 재배경영안정자금은 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식량작물 경쟁력 제고사업의 세부사업 중 하나로 벼 재배농가의 소득안정 지원을 위해 2008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관련 조례는 주민발의 청구를 통해 2012년 10월 제정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해남군은 오는 6월부터 군내 농업인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연간 60만원을 지역상품권인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달 17일 해남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지역화폐 ‘해남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선포식을 가졌다. 해남군은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는 농민수당의 규모는 약 9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추경을 통해 예산 전액을 확보했다.

농민소득 도입에 앞서 농민월급제도 있었다. 농민월급제는 화성시에서 최초로 도입한 제도이다. 2013년 화성시는 36농가에 월100만원씩 지급하는 농민월급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농민월급제는 순수한 보조금이 아니라 농민이 수확기에 받아야 할 대금을 선지급하는 형식이었다. 농업인 월급제는 벼 재배 농가의 농업소득이 추수철인 가을에 편중돼 영농준비와 생활비 등의 경제적 부담이 가계부채의 원인이 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농민에게 가을철 일시금으로 받는 농협 자체 수매대금의 일부(60%)를 매월 월급형식으로 나누어 지급하고 지자체는 지역농협에 이자와 대행 수수료를 지원하는 사업이어서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 많은 지자체로 확대됐지만 2017년 이후 농민수당이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면서 사라지는 추세다.

농민기본소득 또는 농민수당

농사를 짓는 모든 농민에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취지가 농민수당이지만 그 개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농민수당과 농민기본소득제는 일단 목적이 다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따른 보상적 차원에서의 보조금은 농민수당의 개념이다. 농민기본소득제는 모든 농민에게 최저 소득보전의 의미로 지급되는 것으로 사회복지 차원의 개념이다.

현재로서는 2개의 개념이 혼합돼 있다. 농민수당을 농민기본소득으로 정의하면 농사 규모, 농지면적과 관계없이 ‘모든 농민’이 기본적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농민수당을 지급받게 되고 담당 부처가 농식품부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된다.

또 다른 농민수당의 개념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는 이 개념으로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공익형 직불금처럼 농업의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농민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공익적 가치에 보상에 대해서는 농민에게 지켜야 할 의무가 따른다. 친환경농산물 생산 등 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한 의무사항이 뒤따르기에 농가에 제약이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농민수당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도입단계에 있으며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와 광역단체에서 더 적극적이다. 현재로서는 농민수당과 농민기본소득제가 혼합돼 있어 아직 많은 논의와 법적 검토도 필요하다. 여기에 ‘농민’이라는 개념도 다시 정립돼야 한다. 300평 이상의 농지에서 농사만 지으면 된다는 현재의 농업인 개념은 쉽게 농업인이 될 수 있기에 농민수당을 목적으로 위장하는 농민이 생길 여지도 있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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