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양곡 도정, ‘공개입찰’로 전환해야
정부양곡 도정, ‘공개입찰’로 전환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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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C 산물벼 도정하면 정부재정 50억 절감
수의계약 형태 70년 독과점…특혜성 논란 제기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정부양곡을 도정하면 물류비 등 쌀 보관에 드는 정부 예산을 50억원가량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형태로 정부양곡 가공공장에만 독점적 권한을 주는 것은 현 정부 모토인 기회의 균등,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쌀이 도정돼 나오고 있다.
한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쌀이 도정돼 나오고 있다.[사진=유은영 기자]

정부는 매해 공공비축미 35만톤을 농가로부터 매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21.1%인 7만6000톤을 산물벼 형태로 RPC를 통해 매입한다. RPC가 매입한 산물벼는 정부창고로 옮겨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정부양곡 도정공장으로 가져가 도정을 한다. 도정된 쌀은 다시 수요지 보관창고로 옮겨져 군·관수용, 사회복지 등 공공용, 주정용 등 가공용, 사료용으로 공급된다.

이같은 현행 정부양곡 공급체계는 총 5단계를 거치며 불필요한 물류비와 보관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RPC 설치 이전의 정부양곡 관리 방식으로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RPC가 수매한 산물벼는 정부창고로 옮길 것 없이 당해 RPC에서 가공해 실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하면 물류비와 보관비용이 대폭 줄어 정부재정 절감 뿐 아니라 RPC 경영여건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양곡 공급체계가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양곡 관리체계를 단순화했을 때 예상되는 재정부담 절감액은 약 50억원(2017년 기준)이다. 보관비, 운송비 등에 168억원이 드는 것을 118억원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비축산물벼 7만6000톤의 가공임에는 154억원이 소요되므로 RPC당(민간 68+농협 150개) 약 7000만원의 조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RPC들이 산물벼 수매에 적극 나서기 때문에 산물벼 수매량이 늘어나고 농가들은 건조벼 출하에 따른 불편이 줄어드는 기대효과도 생긴다. 또 RPC가 실수요자에게 쌀 공급 후 비용을 정산하는 새 방식에 따른 행정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RPC는 최근 수년 동안 수확기와 단경기(구곡 재고가 바닥나는 시기) 쌀값 역조 등 사업여건이 어려워 경영난을 겪어 왔다. 경영개선 방안으로 정부양곡 도정참여를 줄기차게 요청해 왔지만 정부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반쌀과 정부양곡의 혼입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RPC업계는 정부가 원하는 등급의 쌀을 가공해 제공해 주면 되지 않겠느냐며 관리의 안정성 지적을 일축했다.

무엇보다 업계는 정부양곡 가공임을 현행 정부양곡 도정공장과의 독점적 수의계약 방식에서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개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과거 7개 시·도에서 시범적으로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한 적이 있기는 하다. 정부는 이때 오히려 가공임 등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공개입찰방식은 비상시 적기 가공이 불가능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RPC의 쌀 가공능력이 쌀 생산량 대비 7~8배에 이르는 현실에서 적기 공급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공개경쟁 입찰에 부칠 땐 가공임이 현재의 60~70% 수준으로 줄어들어 현행 수의계약방식이 조작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양곡 도정공장은 약 130여개.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들 업체들과 연간 500억원 상당의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3년마다 시설이 구비돼 있는지 점검하고 계약을 갱신하는데,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기존 계약이 존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런 독점적인 계약형태가 건국 이후 지금까지 약 70년 동안 유지돼 온 것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와야 한다는 게 문 정부의 모토 아니었나”며 “이런 시대에 정부양곡 도정은 기존 업체와 수의계약 형태로 신규회원을 받지도 않은 채 수십년 동안 성역화 돼 왔다. 현 정부의 모토를 살리려면 쌀값 지지와 농가소득에 일조하는 RPC에도 정부양곡 도정 길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