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준성 화순농협 조합장 “내 인생 모토 딱 두 가지, 의리와 신의”
[인터뷰] 조준성 화순농협 조합장 “내 인생 모토 딱 두 가지, 의리와 신의”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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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약 '고령연금 지급' 임기 내 실현
제값에 팔아주는 '농협 정체성' 찾을 것
평소 농민에 봉사...'흙상토' 공급 큰 업적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조준성 전남 화순농협 조합장은 초선이다. 이전에 농협 감사나 사외이사로 일한 적도 없고 그저 조합원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처음 농협 조합장 선거에 나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한사코 침묵했지만, 화순에서 50여년 세월 동안 지역 농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 그에 대한 평가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화순 지역 농민들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농민들의 어려운 부분을 사비를 들여서까지 해결해 주었던 조 조합장을 입이 마르게 칭송했다.

특히 농사짓는 데 가장 중요한 흙 문제를 해결해 준 일은 가장 큰 업적으로 남는다. 남의 산에서 모르게 퍼다 쓰고 나주공항까지 가서 싣고 오던 흙을, 조 조합장이 인근 공사현장에서 싸게 사서 농가들에게 흙상토를 공급해준 일이다. 조 조합장 덕에 비싼 포대상토를 쓰지 않아도 돼 군비를 5억원이나 절감했다고 한다.

조 조합장은 “조합장 끝나고 나서 누구나 날 보고 차 한 잔 하자고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밝혔다.

조준성 화순농협 조합장.
조준성 화순농협 조합장.

조합장실이 너무 넓지 않나.

-회의실과 조합장실을 텄다. 문 잠가놓고 회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외부에서 질타하지 않으면 나도 내 잘못을 모르지 않겠는가. 모든 걸 드러내고 배가 산으로 가기 전에 잘못된 일은 지적받아 고치겠다.

쌀전업농 초창기 멤버라고.

-쌀전업농화순군연합회 창설 당시부터 활동했다. 군청 농정심의도 오래 했고 농기계화순군협회와 화순군체육회 등 크고작은 단체들을 이끈 경험이 많다. 이런 경험을 높게 보셔서 농협을 믿고 맡겨주신 것 같다. 특히 단체 리더로서 일할 때 쌀전업농들이 많이 공감해 주시고 동의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고령연금을 선거공약으로 내셨다는데.

-조합원들 복지를 위해 무엇을 할지 들여다보니 화순에는 소농이 많다는 점이 들어오더라.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다. 조합원 70%가 70세 이상 고령농이다. 이분들이 건강해야 로컬푸드에 농산물 공급도 원활하지 않겠는가. 행사 규모나 다른 예산을 줄여 고령조합원들에게 60만원씩 연금을 주겠다고 했다. 임기 내 반드시 실현할 것이다.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농협은 농민을 위해 존재한다. 농민이 마음 놓고 농사만 지을 수 있도록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면 된다.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이 똑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신용사업과 유통사업만 커버렸다. 경제사업을 하라고 농협을 만들어놨으니 그대로 이행할 것이다. 여기에 욕심을 좀더 부려 농기계사업 등을 활성화해 농가 생산비를 줄이고 싶다. 지금 쌀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10~15% 떨어진다고 해도 생산비를 30% 줄이면 농가소득이 5000만원이 넘게 된다. 지역 내 수도작 농가들이 육묘 모판 하나에 3000원씩 사서 300평(10a)당 9만원씩 들어가는데, 육묘장을 지어 상토비와 재료대만 받고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어떤 조합장이 될 것인가.

-딱 두 가지, 의리와 신의를 지키겠다. 어려운 사람들 편에서 도와주고 매사 공정하게 처신하겠다. 누구나 차 한 잔 하자고 스스럼없이 말 걸 수 있는 조합장이 되고 싶다. 임기가 끝나면 가족들과 여행 한번 가보는 것이 꿈이다.

(13살에 소년가장이 된 조준성 조합장은 동생과 조카들을 돌보고 농사일과 농민단체 일에 몰두하느라 여태껏 여행 한 번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농협의 존재이유는 농민이다.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해 농민의 복지를 끌어올리겠다. 그래서 경제사업을 하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조준성 조합장은 인터뷰 직후 쌀전업농화순군연합회 회원들과 쌀 산업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양재진 쌀전업농화순군연합회장,  서휴원 전남도연합회 홍보부회장, 문남근 화순군연합회 부회장, 쌀전업농동면연합회 유구창 사무국장, 조준성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