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농·축협 채용비리 자체조사...실효성 있나
농협중앙회 농·축협 채용비리 자체조사...실효성 있나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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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인증 거쳐야 해 신고율 낮아
선거동맹ㆍ회전문 취업...지역 조합장에 면죄부
전국협동조합노조 성명, 익명 신고로 전환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가 전국 농축협·수협·산림조합의 채용비리를 전수 조사하는 가운데, 농식품부에 접수되는 신고건수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고인 실명을 인증해야 하는 현행 신고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ㆍ

농립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은 지난달 2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역조합 채용 실태조사 특별팀'을 구성하고, 29일부터 8월 23일까지 총 1353개 조합 중 45%인 600여 개 지역조합(농축협 498개·수협40개·산림조합 62개)을 대상으로 채용 전반에 대해 집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신고대상은 지역조합 신규채용 및 정규직 전환 관련 비리행위로 채용청탁, 채용 관련 부당지시, 서류ㆍ면접결과 조작 등이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자체 조사를 통해 채용비리 신고를 접수받고 있다.

신고방식은 방문·우편·인터넷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채용공고, 서류심사, 면접심사를 거치지 않고 채용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첨부해야 하고 인터넷 신고의 경우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

실명인증 절차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보호하는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배치됨은 물론, 신변 노출 우려로 신고율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협동조합노조는 16일 "농·축협 채용비리는 알 사람은 다 알만큼 유명해 채용비리가 매우 많을 것이라고 모두들 추측하고 있다"면서도 "어려운 신고절차로 인해 신고건수가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협중앙회를 시켜 채용비리를 접수받는 것도 조사의 실효성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농협중앙회에서 퇴직한 사람이 낙하산으로 지역 농·축협의 상임이사가 되거나 37개의 농협중앙회 자회사 또는 출자회사에 회전문 취직하는 경우도 매우 흔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노조는 "농협중앙회 자체조사를 통해 채용비리의 전말이 고스란히 신고로 접수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 오히려 적발된 채용비리를 적극적으로 숨기며 증거를 없애는데 농협중앙회가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농협중앙회장은 1118개 농·축협 조합장 가운데 대의원으로 선출된 일부 대의원 조합장에 의해 선출되는 선거동맹일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는 1118개 농·축협에 대한 감사권도 가지고 있다.

신용조달과 하나로마트, 농협택배 등 각종 신용 및 경제사업에서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에 계통구매 하도록 하고 있고 계통구매 할 경우 감사를 생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농·축협의 청사건설과 지·사무소 리모델링 과정에서 농협네트웍스를 통해 발주할 경우에도 감사가 생략된다. 적게는 수 천 만원에서 1000 억원 이상의 건설비용이 드는 사업을 농협네트웍스에서 발주했다는 이유로 감사마저 생략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농·축협에서는 수차례 설계변경을 통해 건설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조합장 선거시 들어간 선거비용을 회수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노조는 "농협중앙회와 농·축협의 관계는 봐주기 감사로 이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감사권은 오히려 농·축협 조합장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