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만용 화성알피시 대표 “RPC(미곡종합처리장)쌀은 농가소득 기여…소비자들 알아주길”
[인터뷰] 김만용 화성알피시 대표 “RPC(미곡종합처리장)쌀은 농가소득 기여…소비자들 알아주길”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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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업계 원로…쌀 비닐포장 최초 고안
“유통업자 주관 갖고 팔면 실패는 없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김만용 화성알피시 대표는 알피시 업계의 원로다. 1988년에 정미업을 시작했으니 이 길에 뛰어든 지가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가 정미업에 들어선 계기를 듣는다면 누구든 ‘숙명’이라고 생각할 게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던 ㈜삼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였다. 양곡수집도매상을 하던 아버지가 혈압으로 쓰러지셔서 잠시 맡았던 것이 평생 직업이 됐다.

일을 수습하고 직장에 복귀했던 김 대표의 머릿속에서 종일 쌀알모양의 잔상이 맴돌았다. 그런 날들이 며칠이고 이어지자 더 이상 뿌리칠 수 없었다. 짐을 싸서 내려온 그는 쌀 품종 공부에 매달렸다. 쌀을 품종별로 비닐봉지에 넣어 품종별 빛깔과 모양, 촉감을 공부했다.

그렇게 7개월 후 한석봉이 캄캄한 밤에 흐트러짐없이 글을 쓰듯 촉감만으로도 무슨 품종인지 구분할 경지에 이르렀다고. 김 대표는 “주관이 확실해야 돼. 정직하게 자기 신념대로 팔면 실패는 없어”라며 “상황에 흔들리고 휩쓸려 덤핑 치고 하다 보면 다 망한다”고 일침했다.

김만용 (유)화성알피시 대표.
김만용 (유)화성알피시 대표.

-쌀 비닐포장을 국내 최초로 만드셨다는데.

과자봉지도 있는데 왜 쌀 봉지는 없는지 이상했다. 서울 세운상가를 죄다 뒤졌더니 쌀은 무게가 있어서 안 된다는 거다. 비닐공장 사장과 함께 연구에 들어갔다. 탁구라켓에 잔못을 박아 쌀 봉지의 바람을 빼 출고시켰다. 그게 벌써 26년 전 얘기다.

-벼 저장용량이 어마어마하다.

사이로 6기에 창고가 1100평인데, 20만가마(8000톤)를 야적없이 보관할 수 있다. 수확기인 9월부터 11월까지 산물벼로만 7~8000톤 정도가 수매된다. 경영방침 두 번째가 ‘협력업체를 가족처럼’ 여기자는 거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자는 것인데, 알피시의 역할은 품질좋은 쌀을 적기에 공급하면 된다. 그 기반을 만들기 위해 영업이익 대부분을 시설 확충에 재투자했다.

-처음부터 알피시를 운영한 것은 아니라고.

정미소에서 시작해 통합정미소, DSC(벼 건조.저장시설)를 거쳐 알피시를 시작했다. 단계마다 거쳤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했던 일은 양곡 유통 사업이었다. 원료곡을 처리하려고 정미소를 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론 아버지 일을 물려받아 체계화하고 확대시킨 셈이다.

-사업에 고비가 있었을 것 같다.

지역민들 권유로 시의원 출마를 한 적이 있다. 선거운동으로 공장에 신경을 못쓰다 보니 사이로에 결로가 생겨 벼가 속에서 다 썩어버렸다. 그걸 복구하느라 전재산을 팔고 친인척에게 빌려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때 생각했다.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에만 전념해야겠구나 하고(웃음).

-촉감만으로 쌀 품종을 알아맞추다니 대단하다.

양곡 유통업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쌀 품종 외우기였다. 쌀을 비닐봉지에 품종별로 넣어 몇날 며칠이고 갖고 다니며 모양, 빛깔, 촉감 등을 외웠다. 7개월쯤 지나니 품종별 특성이 구분되더라. 젊은이가 뭔가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요즘 사람들은 근성이 없는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운영상 애로사항은 없나.

정미업을 운영하는 30년 동안 정책이 수시로 바뀌었다. 기준이 자꾸 흔들리면 안정되게 밀고 나갈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짜장면 한 그릇도 외상이 허용되는 나라다. 많이 팔아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없다는 얘기다. 정책을 변경할 때 이런 실정을 감안했으면 좋겠다. 또 정책 담당자가 6~7년 쯤 있어주면 알피시 산업이 더 발전할 거란 아쉬움도 있다.

곡물 사업자들은 서로 협력해 정보교류에 힘써 세태를 파악해야 산다. 특히 바람이 있다면 알피시쌀이 농가소득에 기여한다는 걸 소비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일반 정미소쌀과 알피시쌀을 구분하는 인증마크를 만들면 어떨까 한다.

 

[탐방] (유)화성알피시

서해안 평야지대서 윤기 좌르르 ‘햇살드리’ 생산

일반쌀·친환경쌀, 20만가마(8천톤) 야적없이 보관
매년 시설 확충 재투자로 거래처와 신뢰 구축
철저한 품질관리, 건강하고 맛 좋은 고품질쌀 생산

위에서 내려다본 화성알피시 전경.
위에서 내려다본 화성알피시 전경.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화산리에 위치한 화성알피시는 친환경쌀과 일반쌀을 함께 가공하는 미곡종합처리장으로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1991년 관내 3개 도정공장이 통합해 전라인(수매, 건조, 저장, 가공) 일관 자동화RPC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10년 저온저장 사일로(6기)를 증축해 사일로만 3000톤 저장용량을 갖추었다. 저온저장창고까지 합하면 저장능력이 8000톤에 달한다.

2014년 농업회사법인 (유)화성알피시로 법인전환을 마치고 이듬해 현미라인 및 정미부 시설을 개선하는 등 끊임없이 시설 개·보수와 확장 노력을 지속해 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일찌감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GAP(농산물우수관리) 시설 지정을 받은 화성알피시는 수매, 건조, 가공 시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이물 혼입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등 안전한 쌀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화성시 통합 브랜드 ‘햇살드리’ 쌀 생산단지를 구성하고 종자보급에서부터 수매시 품질심사를 거쳐 고품질, 명품 쌀을 생산하고 있다.

화성알피시는 두 개의 독립된 도정, 포장라인을 운영하는데, 친환경쌀의 품질보호와 적기공급을 위한 것이다. 친환경 전용라인인 가공 2라인에서 연간 800여톤의 친환경쌀이 가공되고 있다.

작년 계약재배를 통해 골든퀸3호(1420톤), 고시히카리(800톤), 추청(1200톤) 등 일반벼와 친환경벼 716톤을 생산했다. 이렇게 생산된 벼는 화성알피시에서 가공돼 관내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에 급식용 쌀로 공급되며 관내 대기업 사내 식당에도 납품되고 있다.

경기 화성은 지리적으로 숙기가 길고 일조량이 풍부해 농산물이 알차게 익는다. 화성알피시가 판매하는 경기미 ‘햇살드리’ 는 마그네슘 성분과 규산이 풍부한 화성 서해안의 넓은 평야지대에서 생산된다. 적기에 수확, 건조해 쌀알이 무겁고 표면이 매끈하며 윤기와 쫄깃쫄깃한 식감 등 밥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알피시 공장 내부.
화성알피시 공장 내부.

화성알피시의 사훈은 성실과 신용, 열정과 창의를 강조한다. 경영방침 4가지 역시 소통과 신뢰, 책임으로 요약된다. 너무 원칙적이어서 얼핏 식상하게 들리지만 이 말처럼 중요하고 맞는 말도 없다.

김만용 대표는 “사훈, 경영방침은 내가 살아오면서 얻은 삶의 교훈이다. 유산 한 푼 물려받지 않고 그나마 삶을 일궈올 수 있었던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잊지 않아 농식품부장관상을 비롯해 화성시 공로패, 도지사상, 국제인권옹호한국연맹 공로패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에게 정미업계 원로로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도 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목표를 잡고 달려라.”